반성문의 기초 철학부터 실전 샘플까지 총망라
반성문의 의미와 진정성 담긴 글을 작성하는 법
형사 전문 변호사와 함께 준비하는 양형자료(강재규 지음 / 퍼플 / 190쪽 / 3만 2600원)
법원은 형벌의 양을 정하는 것, 양형에 있어 '진지한 반성'을 감경 요소로 고려한다. 하지만 무엇이 '진지한 반성'일까? 단순히 "잘못했다" "선처를 바란다"는 말을 반복하는 것이 진지한 반성일까. 형사 전문 변호사인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다.
재판부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사건을 처리하고 수백 통의 반성문을 읽는다. 그들은 글을 통해 피고인의 내면을 들어다보는 전문가들이다. 연애편지에도 진심이 느껴지는 글이 따로 있듯, 반성하는 척 흉내만 낸 글과 뼈를 깎는 성찰이 담긴 글은 분명히 다르다는 관점이다.
저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인생의 가장 어두운 순간을 마주한 이들을 만난다. 한순간의 실수로, 혹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법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된 이들의 눈빛에는 후회와 두려움, 그리고 막막함이 뒤섞여 있다고 설명한다.
법무법인에 근무하며 부장 판사, 검사 출신 대표 변호사들과 함께 일하며 공무원의 수뢰죄부터 사기, 횡령, 배임 등 재산범죄, 그리고 강간, 마약, 도박, 음주운전에 이르기까지 형사사건의 거의 모든 스펙트럼을 경험한 저자는 다양한 사건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사실이 있다고 한다. 바로 '글의 힘'이다.
말하는 것보다 글 쓰는 데, 지식을 전달하는 글보다 생각을 전달하는 글을 쓰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말은 표정과 어투, 분위기가 함께 전달돼 오해의 가능성이 줄어들지만, 생각을 전달하는 글은 때로 오해를 낳기도 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물며 판사가 나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쓰는 '반성문'은 그 고민의 깊이가 다를 수 있다. 판사의 마음을 움직여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섣부른 변명으로 나쁜 인상을 심어줘 형량이 높아질 수도 있는, 참으로 두렵고 어려운 글인 셈이다.
많은 의뢰인들은 묻는다. "변호사님, 반성문 어떻게 써야 합니까? 정말 효과가 있습니까?" 저자는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은 물론, 피고인들의 진정성 있는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목표로 책을 집필했다.
책은 강재규 변호사가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을 토대로, 법관과 법률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양형의 실질적 요소를 반영해 실제로 선처를 끌어내는 반성문 작성법을 안내한다. 여기서 저자는 강조한다. 단순히 처벌을 줄여 보겠다는 목적에서 재판에 대응하는 요령을 익히는 것이 아닌, 피고인 스스로 진정성 있는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삶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성문에 담아야 할 법철학적 사유에서부터 시작해, 피해야 할 최악의 사례 분석, 재판부의 마음을 움직이는 핵심 요소, 그리고 실제 범죄 유형별 샘플까지 책에 총망라한 이유다.
강 변호사는 "형벌은 단순한 응보에서 그쳐서는 안 되고,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은 이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왔을 때 온전하게 사회에 융화돼 건강한 구성원으로 복귀하도록 교화하는 의미를 가져야 한다"며 "한 순간의 과오로 인해 재판을 받게 된 이들이 이 책을 통해 진정한 반성의 의미를 깨닫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실천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