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와 관련, 경찰은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토대로 수사 결과 설명회를 열어 "작업자들이 무정전·전원장치(UPS) 본체와 연결된 리튬이온 배터리 상당수의 전원을 차단하지 않은 채 배터리 이설 작업을 벌여 불이 났다"고 밝혔다. "UPS 전원 차단 후 연결된 각각의 배터리 랙(1번-8번) 상단 컨트롤 박스(BPU)의 전원을 모두 차단 후 작업해야 하지만 1번 랙 전원만 차단한 상태였다"고 확인했다. 이어 "BPU에 부착된 전선을 분리해 절연 작업을 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정자원 화재는 지난 9월 26일 대전 본원 5층 전산실 내 UPS 리튬이온 배터리를 서버와 분리해 지하로 이전하기 위한 배터리 케이블 분리 작업 중 발생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UPS 본체 전원 차단은 물론, 연결된 각각의 BPU 전원까지 동시 차단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수사 결과를 보면 엉터리 작업의 연속이었다. 작업전 슈퍼바이저의 절연작업 설명이 있었다고 하나 이런 내용을 공유하지 않은 현장 작업자들이 BPU 전원을 차단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한 게 결정적 화근이었다. 혹여 배터리 내부 열폭주에 의한 화재 가능성도 열어뒀지만 이번 화재와는 무관한 것으로 경찰은 결론지었다.
경찰 수사로 작업 부주의가 부른 인재로 판명난 국정자원 화재다. 업체 과실과 그 중대성 면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해당 업체는 조달청으로부터 최초 낙찰받은 업체가 아니었다. 원래 2곳이 수주했는데 다른 업체에 불법 하도급을 줬으며 그 업체는 다시 다른 2곳에 재하도급을 줬다고 한다. 실익은 원청업체가 챙기는 구조인 반면, 저가 시공을 맡은 재하도급 업체는 공사비를 맞추려고 쫓길 수밖에 없다. 작업 숙련도 또한 취약해 크든 작든 작업 부주의 우려를 안고 있다. 그러다 최악의 사태로 터진 게 국정자원 화재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번 화재로 이재용 원장을 포함한 국정자원 관계자와 공사업체 관계자 등 모두 19명에 대해 업무상 실화 등 혐의가 적용됐다. 아울러 이번 화재로 공사비 30억 원을 날린 데다 정부 행정정보시스템이 일시에 먹통이 되는 등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디지털 정부임을 무색케 하는 오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