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정체성·생존 전략 재설계
고도의 정치적 리더십 중요해

정한용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한국핵안보전략포럼 운영위원
정한용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한국핵안보전략포럼 운영위원

프랑스 국제공항과 항공모함, 그리고 개선문 광장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이름에 모두 '샤를 드골'이 들어간다. 왜 프랑스는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들에 그의 이름을 붙였을까. 드골 대통령(재임 1959-1969년)이 '위대한 프랑스'를 향해 일생을 바친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말을 앞세우지 않고 자신을 던져 실천으로 증명했다.

그 상징적 정점이 그의 유언장이다. 드골은 1952년, 예순두 살에 이미 유언을 남겼다. 유언의 요지는 분명했다. 장례는 고향 꼴롱베에서 가족장으로 치르고, 묘비에는 '샤를 드골, 1890-'만 새기며, 국장(國葬)·훈장·특별대우는 거부한다는 요지였다. 실제로 장례는 소박한 가족장으로 진행되었고, 세계 각국에서 온 63명의 전·현직 국가 정상은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별도의 추모미사에 참석했을 뿐이다.

이런 태도는 그가 대통령비서관에게 남긴 한마디에서도 잘 드러난다. "국가로부터 받은 것은 국가에 돌려줘야 한다. 나는 공화국의 봉사자로서 살았을 뿐, 그 보수를 구한 적은 없다."

드골은 공적 보상과 영예를 일관되게 사양했다. 그는 2차대전 공훈에 따른 세금 면제를 거절하고 끝까지 세금을 납부했고, 미 대통령들이 선물한 항공기와 자동차를 국가에 귀속시켰으며, 퇴임 후 받을 수 있는 대통령 연금마저 사양했다. 최대의 정적(政敵) 프랑수아 미테랑은 그의 서거에 "누구도 드골이 프랑스를 사랑한 것 이상으로 프랑스를 사랑할 수 없을 것"이라 평했다.

왜 그는 이 모든 유혹을 뿌리쳤는가. '국가를 위한 봉사에는 대가가 필요 없다'는 신념, 그리고 스스로를 한 발 비켜서 바라보며 공(公)과 사(私)를 엄정히 구분한 자기절제 때문이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지도자의 핵심 자질, 메타코그니션(metacognition)을 읽을 수 있다.

드골의 유언: 지도자 메타코그니션의 결정판

메타코그니션은 한마디로 '생각에 대한 생각' - 자신의 인지 과정을 스스로 인식·감시·조절하는 능력이다. 이는 불교의 사띠(sati) 수행, 곧 매 순간 일어나는 마음과 현상을 끊임없이 알아차리는 수행 방식과도 닮아 있다. 드골의 유언은 이 능력이 극한까지 단련된 사례다. 그는 자신의 상징 자본이 국가의 제도와 기억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냉정히 계산했고, 국장을 거부함으로써 개인의 영예가 공적 담론을 잠식하는 부작용을 차단했다. 유언은 '자기 감시'의 산물이자 지도자로서 '자기 조절'의 최종 행위였다. 위기일수록 판단을 맑게 하는 힘 - 그것이 바로 메타코그니션이다.

결론적으로, 드골의 유언은 이후 '위대한 프랑스' 재건의 초석이었고, 지도자 메타코그니션의 결정판이었다.

마찰의 시대, 왜 메타코그니션인가?

지도자는 늘 불확실성·우발성·생명과 안전에 대한 위험·육체적/정신적 고통이라는 '마찰(friction)' 속에서 결정을 내린다. 이때 메타코그니션은 ①판단 오류의 조기 감지, ②감정·편견으로부터의 절제, ③소통 왜곡을 줄이는 피드백을 가능케 한다. 전투 중에도 자신을 객관화하는 지휘관, 국가 위기에서 대중 정서를 읽되 휩쓸리지 않는 대통령―이들의 공통 분모가 메타코그니션이다.

한국 핵무장 추진과 국가지도자의 메타코그니션

오늘날 한국의 핵무장 추진은 전력 증강을 넘어 국가 정체성과 생존 전략의 재설계다. 기술·외교·경제 제재·공급망·여론·동맹 신뢰·안전·비확산 윤리가 복잡하게 얽히고, 우연·마찰이 상수인 환경에서 국가지도자의 메타코그니션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메타코그니션을 갖춘 지도자는 핵무장 추진 시 편향을 경계해 핵심 신호를 가려내고, 타이밍과 에스컬레이션을 통제하며, 대내외 커뮤니케이션과 최악의 상황을 예방하도록 제도화한다. 무엇보다 가치·현실·제도를 일관된 구조로 엮어 지속 가능한 성과를 만든다.

결국 한국의 핵무장은 가장 고도의 정치적 리더십의 문제이며, 그 핵심 요건이 메타코그니션이다. 정치·군사 지도자는 물론, 사회 전 영역의 리더가 이 능력을 함양할 때 비로소 복잡하고 위험하며 우연과 마찰이 상수인 전략적 환경을 넘어설 수 있다.

이제 남은 물음은 간명하다.

"한국 사회는 이러한 리더십을 설계하고 지지할 집단적 합의를 이룰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정한용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한국핵안보전략포럼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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