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장
정태영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장

늦가을의 찬 바람이 손끝을 스치면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더욱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종이컵을 통해 전해지는 온기가 작은 위로처럼 느껴지는 이 시기에,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위생용품을 사용한다. 커피를 담는 일회용 컵, 식사를 마친 뒤 입가를 닦는 한 장의 티슈, 음식을 담는 일회용 용기와 숟가락, 젓가락 같은 도구까지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생활을 매우 편리하게 해준다. 그러나 이러한 제품들이 과연 얼마나 안전하며, 어떤 과정을 거쳐 신뢰할 수 있는 품질을 확보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미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근무하고 있는 기관, 대전보건환경연구원은 시민이 안심할 수 있는 건강한 보건 환경 조성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안전 관리를 수행하고 있다. 단순히 문제 발생 후 해결하는 사후 대응을 넘어, 선제적이고 예방적인 접근을 통해 시민의 삶을 지키고 있다. 생활 밀접 식의약품의 사전 예방적 안전성 검사는 물론, 감염병 대응 체계 고도화를 통한 진단 및 감시 역량 확보, 환경 유해 물질 모니터링을 통한 안전한 환경 조성, 그리고 예방 중심의 가축 방역 및 안전한 축산물 유통 관리 등 시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이지 않는 안전망'을 촘촘하게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시민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위생용품의 안전성과 품질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일은 시민의 건강과 직접 연결되는 매우 중요한 업무로 인식하고 있다.

연구원은 '위생용품 관리법'에 따라 시중에 유통되는 각종 위생용품을 대상으로 엄격한 시험·검사를 실시한다. 만약 부적합 제품이 발견되면, 지체 없이 식품 행정 통합 시스템을 통해 관계 기관에 통보함으로써 해당 제품의 신속한 유통 차단 및 회수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이러한 조치는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시민의 일상 속 건강을 지키는 '현장 중심의 안전관리'라 할 수 있다. 위생용품의 종류는 환경 변화에 따라 다양해지고 있으며, 기존의 일회용 컵과 빨대, 화장지, 물티슈 외에도 올해 6월부터는 칫솔과 치실과 같은 구강관리용품 및 문신용 염료까지 새롭게 관리 대상에 포함됐다. 매일 사용하는 구강관리용품은 강도와 모 유지력 등 물리적 안전성과 인체에 유해한 원소 용출 여부가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 또한, 피부에 직접 침투돼 인체에 장기간 머무는 문신용 염료의 경우 미생물 및 중금속 오염 여부에 대한 더욱 철저한 검사가 요구된다. 본 연구원은 이러한 환경 변화에 맞춰 시험·검사 체계를 끊임없이 강화하고, 검사 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험법의 자체 유효성을 지속적으로 검증하면서 시민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검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아울러 위생용품 관리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공공기관과 민간 시험기관이 함께 협력해 신뢰 기반의 안전망 구축을 위해서도 다각도로 노력 중이다.

올해에는 약 250건의 위생용품 시험·검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시민이 사용하는 생활용품의 안전성을 확보했다. 특히 안전 취약 계층인 어린이와 노약자가 사용하는 제품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젖병 세척제, 면봉, 위생매트를 포함한 기저귀 등을 집중 검사했다. 이와 더불어 행락철과 같은 특정 시기에 사용량이 급증하는 다소비 위생용품인 일회용 숟가락, 젓가락, 포크, 컵, 냅킨 등에 대한 검사도 수행했다. 또한, 관내 실험 시설을 갖추기 어려운 중소 제조업소들이 자체적으로 제품의 품질을 관리할 수 있도록 자가 품질 검사를 병행 지원해, 부적합 제품의 시장 유통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위생용품은 단순한 생활용품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특별한 위생 관리를 필요로 하는 우리 건강을 지키는 첫 번째 방패이며, 청결하고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기본 토대가 된다. 늦가을을 지나 겨울로 향하는 이 시점에도 대전보건환경연구원은 시민 곁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진정한 '생활 속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다할 것이다. 정태영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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