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한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지역혁신본부 연구원
김요한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지역혁신본부 연구원

인공지능(AI)은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스마트폰의 음성 인식부터 의료 진단, 공장 자동화에 이르기까지 AI의 진화는 일상과 산업을 구분하지 않고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개인의 삶과 사회 문명의 작동 방식까지 바꾸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아직도 AI를 더 빠르게, 더 싸게,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도구로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AI의 본질적 혁신성과 창조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는 AI의 잠재력을 충분히 끌어내고 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은 언제나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설계하고 견인해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점'으로 작용해왔다. 증기기관은 기계산업을, 전기는 대량생산 체계를, 인터넷은 디지털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이들의 공통점은 기존 산업을 보완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출발시켰다는 점이다. 이제는 AI가 그런 '기점'이 될 수 있는가를 질문해야 할 때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AI를 '태동기술'로 새롭게 정의해 보고자 한다.

'태동기술'이란, 기존 산업의 보조 수단이나 효율화 도구를 넘어 새로운 산업 생태계의 형성과 구조를 재편하는 핵심 기술로 '산업을 태동시키는 출발점의 과학기술'을 의미한다. 이는 과학기술이 단순한 기술적 응용으로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 자체가 산업의 기원을 창출하는 힘으로서 작용하는 개념이다.

'태동기술'은 본 글에서 제안하는 신조어이며 공식적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이런 신조어가 명문화된다면 그 의미에 가장 부합하는 기술은 단연 AI일 것이다.

지금까지 AI는 주로 자동화, 무인화, 비용 절감 등 기존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 즉 '효율 고도화'의 방식으로 활용되어 왔다. 다시 말하자면, 산업 구조는 유지한 채 AI를 내재화하여 생산성의 효율을 높이는 접근 방식이다. 그러나 AI가 태동기술로서의 본질적 가능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없던 산업을 만들어내는 '창출'의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처럼 패러다임의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의 정책적 과제가 시급하다.

첫째, '태동기술'이라는 개념에 대한 체계적 정의와 제도적 정비이다. 특히 AI가 산업을 창출하는 태동기술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법적·사회적 조건, 과학기술 및 산업 생태계의 역할, 주요 가치사슬 등을 개념화하여 새롭게 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정책 설계를 위한 논의의 장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AI의 전략을 대안 경쟁형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AI를 기존 산업 위에 덧붙이는 '@+AI' 전략을 활용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발상을 뒤집어야 할 때이다. AI를 출발점으로 삼아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AI+@' 전략으로 말이다. 즉 '산업에 AI를 더하는' 접목 방식과, 'AI로 산업을 창출하는' 태동 방식의 전략적 병행이 필요하다.

AI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되는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AI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서 "우리는 AI로 무엇을 시작할 것인가?"로 옮겨가야 한다. AI는 더 이상 산업의 끝에 붙는 수식어가 아니다. 산업 자체를 상상하게 만드는 동력이며, 새로운 과학기술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첫 문장이다. 어떤 이야기를 시작할지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김요한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지역혁신본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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