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와 철강도시 당진시의 숙원인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이 지난 21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고 한다. 철강업계 사정을 고려하면 하루가 급한 법안이었는데 상임위 문턱을 무사히 넘었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국회 상임위 통과로 8부 능선에 오른 법안은 돌발 변수가 없으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게 된다.
철강업계가 처한 현실을 보면 K-스틸법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국내 철강산업은 중국발 공급과잉에 따른 저가 수입재 범람, 미국 등 주요 철강 수입국의 관세조치, EU(유럽연합)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등 각종 규제로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더욱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17.8%에 달하는 철강산업의 탈탄소화를 서둘러야 한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탈탄소화 기술 혁신, 청정수소와 무탄소 전력 공급 등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철강업계 입장에서 탄소중립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반면 EU,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은 자국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녹색철강 기술 전환을 위해 별도 기금 마련, 보조금 지급, 세액공제, 규제 간소화 등 각종 재정·행정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철강산업은 물론이고, 국내 제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런 점에서 K-스틸법은 철강산업뿐만 아니라 국가 제조업 전체를 염두에 둔 법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당 법안은 철강산업에 대한 정부의 역할과 책임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별위원회 설치와 5년 단위 기본계획 수립, 녹색철강지구 지정 등 인프라 확충, 부적합 철강재 수입·유통 규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철강산업의 대전환을 위해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실질적 책임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앞으로 탈탄소 예산 배정에서 기술개발, 세제 지원까지 과감하고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K-스틸법이 위기에 처한 우리 철강산업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