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주와 부여에서 잇따라 나오는 발굴 성과는 백제문화의 저력과 품격을 다시 일깨워 준다. 공주 왕릉원 정밀조사에서 1500년 전 소년 임금 삼근왕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왕조사가 윤곽을 드러냈다. 대통사지에서는 백제·고려·조선에 걸친 6개 문화층이 확인되고 목탑 존재 가능성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부여 나성·가림성 조사는 사비도성의 구조를 재구성할 단서를 제공했다.
문제는 이처럼 빛나는 백제 문화유산이 속속 드러나는데도 복원·관리가 산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백제왕도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의 기간 만료로 추진단이 지난해 5월 해체된 상태다. 지금은 지방자치단체 파견 인력 5명이 26개 핵심유적을 관리하고 있다. 총사업비 1조 4028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2038년까지 공주·부여·익산 일대 백제왕도 핵심유적을 보존·정비하는 초장기 사업이다. 하지만 2017년 수립한 기본계획 이후 후속 계획이 따르지 못하고 사업 근거법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태로 어떻게 체계적인 백제왕도 유적 복원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신라의 유사한 국가유산 사업과는 너무 차이가 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신라 왕도 복원 정비는 2019년 제정된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이뤄지는데 추진단이 현재 존치돼 있다. 신라는 손에 만질 수 있는 문화유산들이 많이 남아 해야 할 일도 많지 않느냐는 이의 제기도 가능하다. 하지만 백제는 패망하면서 문화유산을 많이 유실했기 때문에 복원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지금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백제문화 유산이 부러움을 살 만한 것이라는 건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올해는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 10년이 되는 해다. 그 의미를 되새기는 길은 백제왕도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보존·복원·정비하고 이를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관광을 활성화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백제왕도 복원 특별법 제정과 전담 추진기구의 복원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발굴 성과가 쌓여 갈수록 백제왕도의 찬란함은 더욱 뚜렷해지는 데 당국의 지원은 미흡하기 이를 데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