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연구 최초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의 해설서
지구 온난화를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 기후 모형
기후의 과학(마나베 슈쿠로·앤서니 브로콜리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332쪽 / 3만 3000원)
지구 평균 온도 상승, 극한 기후 현상의 증가, 불분명한 계절의 변화 등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제5차 평가 보고서'는 "20세기 중반 이후에 관측된 온난화의 지배적인 원인은 인간의 영향이었을 가능성이 극단적으로 크다"고 언급하며 지구 기후의 변화가 산업 혁명 이후 인류의 활동에서 비롯된 것임을 공언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지구 온난화에 대해 편향되고 잘못된 오해들이 과학적 근거를 통해 분명한 인간의 책임으로 밝혀진 셈이다.
이러한 인간 활동과 지구 기후 변화의 관계성을 물리학적 모형 연구를 통해 입증한 사람이 있다. 바로 '지구 기후의 물리적 모델링, 변동성 정량화와 지구 온난화를 신뢰성 있게 예측한 공헌'으로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마나베 슈쿠로가 그 주인공이다. 책은 기후 변화 분야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인 마나베 슈쿠로의 60여 년에 걸친 기후 과학 연구의 유일무이한 결정체이자, 지구 온난화 시대에 인류가 참고해야 할 가장 과학적인 연구를 정리한 기후 모형 해설서다.
어린 시절 "태풍이 오지 않는다면 일본의 강수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찰을 남기기도 했던 저자는 날씨와 기상 현상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도쿄 대학교에서 기상학을 전공해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 취득 후 1950년대 말 전후 일본의 상황 속에서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던 마나베 슈쿠로는 훗날 미국 국립 해양 대기청(NOAA) 산하 지구 물리학 유체 역학 연구소(GFDL)의 창립 소장이 되는 조지프 스마고린스키의 요청을 받아 미국 기상청 대순환 연구부에 합류한다. 이 결정은 향후 기후 변화 예측의 필수품이 될 기후 모형 개발의 청사진이 된다.
저자는 기후 모형 연구를 통해 수증기, 이산화탄소, 오존 등의 온실 기체가 지구 대기의 열 구조 유지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며 대기 대순환 모형의 초석을 닦았다. 1960년대 후반에는 리처드 웨더럴드와 수증기의 양의 되먹임 효과에 집중해 1차원 복사-대류 모형을 개발했다. 이 모형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변화함에 따라 지표면과 대류권에선 온도가 증가하지만, 성층권에선 온도가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포괄적 대기 대순환 모형 개발로 이어져, 커크 브라이언과는 해양-대기의 대순환과 해양의 난류, 대류, 대규모 순환을 명시적으로 통합한 최초의 모형이 돼 기후 시뮬레이션의 뼈대가 됐다.
책은 6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마나베 슈쿠로가 직접 참여한 연구와 그의 사고에 영향을 준 기후 과학의 역사가 모두 담겨 있다.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저자의 유일한 대중서로도 알려진 이 책의 저술에는 럿거스 대학교의 대기 과학 석좌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앤서니 브로콜리가 공저자로 참여해 내용을 보완했다. 책은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기후가 과거에 왜, 어떻게 변화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알려줄 이정표가 돼 줄 것이다. 지구 온난화뿐 아니라 지질학적 과거의 기후 변화까지 지배하는 기본적인 물리 과정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