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달수 관세사
변달수 관세사

요즘 마트나 택배 물류센터를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사람이 할 일을 로봇이 대신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직원들 사이로 무인 운반 로봇이 물건을 나르고, 자동 분류기가 수천 개의 박스를 척척 나눠 담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기계가 사람 일을 돕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로보틱스와 자동화라는 본질이 숨어 있다. 이 두 기술은 물류 산업의 근간을 흔들며, 효율성, 안전성, 그리고 직업의 구조까지 재편하고 있다.

로보틱스는 말 그대로 '로봇을 활용한 기술과 산업'을 말한다. 물류 분야에서는 주로 운반, 이동, 상차, 하차, 분류, 포장 등 인력으로 하기 힘든 하역업무를 대신 맡는다. 대표적인 예로 자율이동로봇이 있다. 이 로봇은 미리 설정된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기존의 무인 운반차(AGV)와 달리,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최적의 경로를 찾아 이동하며 물건을 운반한다. 아마존의 물류센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키바(Kiva)'와 '버틀러(BUTTLER)' 로봇이 대표적이다. 이 로봇들은 상품이 담긴 선반을 통째로 들어 작업자에게 가져다주어, 작업자가 상품을 찾으러 돌아다닐 수고를 덜어준다.

이와 함께, 물류 현장의 또 다른 혁신 기술은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로봇프로세스자동화)다. 이름만 들으면 물리적인 로봇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은 '소프트웨어 로봇'이다. 사람이 컴퓨터 앞에서 반복적으로 처리하는 업무, 예를 들어 데이터 입력, 보고서 작성, 정산 작업 등을 대신 수행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유통업체는 매일 방대한 양의 판매 데이터를 정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점포별 매출 자료를 엑셀에 입력하고, 일 단위 혹은 월 단위 마감을 위해 자료를 모으는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작성과 검토과정에서 휴먼에러도 발생하기 쉽다. 하지만 RPA를 도입하면 이런 반복 업무는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처리한다. 일정한 규칙만 설정해 두면, 판매시점관리(POS)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추출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결산에 필요한 자료를 자동으로 모아둔다. 이는 직원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고, 오류를 최소화한다. 직원은 이제 데이터의 정확성만을 확인하고, 그 데이터를 분석하여 새로운 전략을 수립한다. 즉, 허드렛일은 'RPA'에게 맡기고 '인간'은 더 가치 있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물류 현장에서도 자동화는 매우 활발하다. 택배 물류센터에서는 컨베이어 벨트 위의 박스들이 자동 분류 시스템을 거쳐 목적지별로 순식간에 나뉜다. 과거에는 수십 명의 인력이 일일이 바코드를 스캔하고 수동으로 분류해야 했지만, 지금은 고속자동분류기와 카메라, 센서, 로봇팔이 대신한다. 쿠팡, CJ대한통운 같은 국내 기업들은 이미 대규모 자동화 센터를 운영 중이다. 고객이 밤 11시에 주문해도 다음 날 아침 집 앞에 물건이 도착하는 서비스는 바로 이런 고도화된 자동화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자동화가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을 보면,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로봇이 맡고, 사람은 분석, 고객 응대, 창의적인 기획 같은 더 가치 있는 업무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RPA가 회계 마감을 자동으로 끝내주면, 담당자는 '왜 이번 달 특정 품목 매출이 급증했는지'를 분석하는 데 시간을 쓸 수 있다. 이는 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더 전문적이고 고숙련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반이 된다.

앞으로 로보틱스와 자동화는 더욱 정교해질 수밖에 없다. AI와 결합한 로봇은 단순히 규칙을 따르는 것을 넘어, 스스로 학습해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측 알고리즘을 통해 수요를 미리 예측하고, 로봇이 스스로 재고를 최적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하루가 멀다하고 누르는 '주문하기' 버튼 뒤에는 수많은 자동화 기술이 숨겨져 있다. 로보틱스와 RPA는 단순히 물류업계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으며 인간의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다. 즉,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창의성'을 자유롭게 내두르는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을 것이다. 변달수 관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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