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연구개발본부의 입지를 둘러싸고 또다시 연구기능이 집적된 대전과 우주항공청이 있는 경남 간에 지역 갈등이 불거질 조짐이다. 대전시와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대전 유성을)이 최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우주청 연구개발본부 설치와 우주 연구개발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를 열어 연구개발본부를 대전에 둘 것을 제안하자 경남지역에서 반발하고 있다.
연구개발본부를 대전에 둬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연구개발본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연구개발(R&D)인데 대전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해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30여 개의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첨단 연구시설이 집적돼 있다. 우주항공 기술은 물리학, 역학, 공학 등 다양한 융복합적 과학기술의 결정체다. 대전은 이를 위한 연구 인프라와 인력 네트워크가 구축됐고 협업을 통한 연구개발 경험이 축적돼 있다.
우주항공 분야는 국가 안보 및 자주권의 핵심인 데다 신성장 동력이어서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다. 그런 만큼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어 연구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R&D를 실험적으로 시도해볼 여유가 없다. 이런 마당에 컨트롤타워(우주항공청), 상징성, 지역 균형 등 과학기술 이외의 고려로 입지를 결정한다면 우주항공 분야의 국가 경쟁력은 크게 저하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어떤 시설보다 R&D 시설의 입지는 기능과 효율성을 외면한 채 정치적으로 결정되면 곤란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런데 현실은 점차 정치적 힘 겨루기로 양상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토론회에 앞서 황 의원이 지난해 9월 연구개발본부의 대전 입지를 규정한 법안을 발의했을 때도 경남지역이 거세게 반발했다.
과학기술에 정치적 고려가 과도하게 개입하면 그 결과는 언제나 만족스럽지 않다. 얼마 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일부 의원들이 질의 도중에 "우주항공청이 왜 사천에 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시한 것은 단적인 예다. 입지 선정 당시 과학기술계에는 우주항공청이 R&D와 산업화 모두에 유리한 대전에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정부가 연구개발본부의 입지를 정하는데 타산지석으로 삼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