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중심의 세입 구조 문제
보통교부세 상정 기준 불합리
행정수도 걸맞은 재정 지원을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이 있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베풀 마음도 생긴다는 뜻이다. 오늘날 행정에 대입하면, 재정이 튼튼해야 비로소 행정이 제 기능을 다하고 시민을 위한 정책도 지속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세종특별자치시의 현실은 괴리감이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국책 사업으로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 건설이 시작됐고, 장차 대한민국 행정수도로 막중한 역할이 기대되는 세종시이지만 그에 걸맞은 재정은 충분히 지원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단연 취득세 중심의 세종시 세입구조에 있다. 신도시 건설 초기 아파트 공급이 원활할 때는 세원이 풍족했으나, 도시가 어느 정도 성장한 이후로는 아파트 공급이 뚝 끊기면서 세입이 크게 줄었다.
세종시의 세입구조가 열악한 것은 보통교부세 산정 기준의 불합리성에 따른 영향도 크다. 세종시는 광역과 기초 업무를 모두 수행하는 단층제 구조임에도 기초분 보통교부세를 온전히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각 지방정부에 보낼 보통교부세를 정할 때 전체 16개 산정 항목별로 복잡한 산식을 적용해 배분하는데, 세종시는 이중 9개 항목에서 기초사무분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다른 지역은 기초분과 광역분을 고루 받는 데 비해 기초·광역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세종시는 기초분은 받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 세종시는 16개 기초사무분 보통교부세 가운데 표준행정수요 9개 항목이 반영되지 않아 올해에만 2367억 원의 교부세를 받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13년간 국가 전체 보통교부세 규모가 30조에서 60조로 2배 늘어나는 동안 세종시에 교부된 교부세는 2013년 1591억에서 올해 1159억 원으로 27% 역성장했다.
그러는 사이 국가 계획에 따라 건설된 공공시설물이 세종시로 속속 이관됐고, 세종시가 책임져야 할 유지 관리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공공시설물 유지관리비가 2015년 486억 원에서 2025년 1285억 원으로 증가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 여건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이를 세종시와 같이 단층제 구조인 제주특별자치도와 비교하면 그 차별은 더욱 명확해진다. 제주는 2006년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법에 매년 보통교부세의 3%를 정률로 교부받는다. 이에 따라 올해 제주도가 받은 교부세는 1조 8121억, 세종시의 15배가 넘는다. 두 시도가 공히 특별자치를 내걸고 출범했지만 교부세 격차는 이처럼 현격하다.
숫자의 차이는 곧 혜택의 차이로 이어진다. 주민 1인당 교부세액을 보면 제주도가 270만 원이지만 세종시는 29만 원, 9배 이상 차이가 난다. 세종시민 1인당 세금 부담액도 217만 원으로 전체 광역시도 가운데 상위 5위에 해당하는 반면, 시민 1인당 세출액은 507만 원으로 가장 낮다. 세종시민은 세금은 많이 내고 혜택은 적게 받는다는 의미다.
세종시는 기회가 될 때마다 정부와 국회에 보통교부세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통교부세 제도 개선을 건의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세종시에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 재정 형평성을 확보하고 균등한 행정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다. 단층제인 세종시 재정 수요의 특수성을 반영해 시민 1인당 전국 평균 수준으로 보통교부세를 확대해달라는 강변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제주도의 방식과 같이 광역분과 기초분을 합산해 교부세를 정률로 교부하는 것이다. 정률제 도입이 당장 어렵다면 우선 기초사무와 관련된 9개 항목의 교부세라도 내려줘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보통교부세 제도의 근본 취지는 지방자치의 근간이 되는 재정 형평성 확보와 기초적 행정서비스의 균등 보장에 있다. 정부가 행정수도 완성을 외치면서 그에 걸맞은 재정 분담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다.
세종시가 진정한 행정수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재정 기반이 필수다. 보통교부세 제도의 합리적 개선이야말로 세종시의 재정 건전성을 지키고 국가균형발전의 약속을 실현하는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