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 모두 여론 반응 좋게 나와
5년 후 대선 때 맞붙는 상상력 '자극'
각자 의지 가다듬으면 현실 될 수도

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이 시기에 차기 대선 얘기는 성급하다. 다만, 금기 영역은 아니다. 여론조사 업체들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 결과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특이한 현상 하나가 눈에 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나란히 선전하고 있는 점이다. 섣부른 기대이나 이대로 죽 버티면 5년 뒤 22대 대선에서 이들이 맞붙는 그림이 그려진다. 차기 대선에서 같은 지역 출신끼리 한판 대결을 벌이는 '충청 더비'가 성사되는 것이다.

지난 8월, 원내 1당인 여당과 원내 2당인 여당 대표로 충청 출신이 동반 선출됐다. 정당사에 충청권 인사가 여야 수장이 된 첫 사례다. 각자 정치적으로 성장한 경로와 기반, 자산 등을 달리하고 있는 가운데 확률적으로 대단히 낮은 기회를 포착한 결과다. 현실은 여당의 입법 독주로 여야 간 갈등 전선이 임계치를 넘나들고 있다. 가치와 정책 노선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기회비용인 측면이 있다. 이 또한 양당 대표의 숙명 아닌, 숙명이다. 한쪽은 궂은 일과 욕먹을 일을 마다하지 말라고 뽑아 주었다면, 다른 한쪽은 굴하지 말고 맞서라는 당심의 전폭적 지지가 있었던 만큼 둘 다 정치적 '전시작전권'을 행사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평면 비교하면 정 대표의 입지가 더 넓고 힘도 세다. 일단 의석수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압도한다. 법사위를 비롯해 모든 상임위에 과반의 자당 위원이 포진해 있어 첨예한 법안 처리, 입법청문회 개최 등 뭐든지 밀어붙인다. 그런 당 구조와 질서의 정점에 정 대표가 있다. 세간의 소문이라며 장 대표가 용산, 여의도, 충청로 등 3명 대통령을 풍자하는 '삼통분립' 시대라고 뼈 있는 소리를 했을 정도다. 어쨌든 정 대표의 입지를 엿보게 하는 일면이다. 이로써 탄력을 받은 정 대표는 차기 주자 반열에 올라 있다. 군웅할거하는 여당 내에서 보여주고 있는 생명력이라는 말로밖에는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장 대표는 고단한 처지다. 1.5선이 당 대표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여당 총공세 앞에 속수무책인 형국이다. 반면에 전대 컨벤션 효과를 체감 중인 장 대표다. 당에 대한 여론 지지도를 힘겹게 방어해 내는 한편, 자신의 지지도까지 덩달아 상승 추세를 보이는 까닭이다. 전대 결선투표 후 당내 분열이 우려됐지만, 잦아든 모양새다. 자의든 타의든 야당이 나름대로 안정화 국면으로 전환된 것은 맞다. 장 대표 체제가 당 안팎의 기대 소구력과 일정 정도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 대표 중심으로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가공할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춘석 의원 차명 주식 투자 이슈 등으로 일순 스텝이 꼬일 때가 있었음에도, 중심을 뺏기지는 않았다. 악재 발생하면 빠른 대응으로 공세의 여지를 줄인 것이 주효했다. 민주당 지지층이 정 대표를 차기 대선 후보 지위에 올려놓은 것도 정 대표 특유의 강공 행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보수진영 장 대표 기세도 그에 버금 간다. 소수 야당 대표로서 쓸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제한적이지만 꾸준히 여론 지지 확장성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1일 발표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여론조사(에이스리서치)에서 장 대표는 여야 통틀어 1위 고지를 찍었다. 2위 김민석 총리를 오차범위 안에서 눌렀으며 3위 조국 비대위원장은 그 밖으로 따돌렸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2위 한동훈 전 대표와 20% 넘게 격차를 벌린 것으로 나타난다.

양당 대표가 차기 대선 후보군에 들어간 현실은 차기 대선 이벤트와 맞물려 여러 시나리오를 자극하게 한다. 초유의 '충청 더비'가 펼쳐질 수 있다는 상상도 마찬가지다. 진영논리를 떠나 정치권력의 '여집합'에 충실해 온 충청이다. 시나브로 그 '여집합의 여집합'이 될 공동체 의지를 가다듬을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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