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22년, 연간 18만여명 방문
아태 공연센터 연합회 유치 등
세계적 문화도시 대전 이끌어
김덕규 대전예술의전당 관장
대담=박계교 취재1팀장
최근 대전예술의전당(이하 대전예당)이 분주하다. 이달 열리는 '장한나의 대전 그랜드 페스티벌' 준비에 이어, 내달에는 아시아·태평양 공연센터 연합회(AAPPAC) 정기 총회 개최를 앞두고 있어서다. 개관 22년을 맞은 대전예당은 이제 단순한 공연장을 넘어, 대전을 세계적 문화도시로 이끄는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과학과 예술의 융합 콘텐츠 '아티언스', 시민 참여형 오케스트라 무대 같은 시도가 그 변화를 주도한다. 김덕규 대전예술의전당 관장을 만나 그 성과와 향후 구상을 들어봤다.
- 대전예술의전당은 어떤 공간인가.
"대전예당은 지난 22년 동안 지역을 대표하는 공연장으로 자리 잡았다. 2003년 개관 당시만 해도 지방에 이 정도 규모와 설비를 갖춘 공연장은 드물었다. 개관 이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부터 오페라, 뮤지컬, 연극, 무용까지 다양한 무대를 올리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줬다. 연간 약 18만 명이 찾으며 중부권 최고의 공연장으로 기능을 해왔고, 시민들에게는 '우리 도시에 이런 무대가 있다'는 자부심을 안겨줬다. 예술인들에게는 창작의 자극을 주는 공간이 되었고, 젊은 세대에겐 예술을 접하는 관문이 됐다. 단순한 공연장을 넘어 문화적 상징이 된 셈이다."
- 대전만의 독창적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제는 그런 말이 옛말이 됐다. 지난해부터 카이스트와 협약을 맺고 과학과 예술이 결합된 콘텐츠 '아티언스'를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무대가 'X-Space' 실험공연이다. 인공지능이 연주자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무대다. 공연예술 실험무대는 많은 예산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시민들에게 시대를 앞서는 공연을 경험하게 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또 2030 청년 음악가들의 축제 '장한나의 대전 그랜드 페스티벌'도 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젊은 예술가들과 시민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함께 무대에 서며, 대전은 관람의 도시에서 참여의 도시로 바뀌고 있다. 이런 무대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대전만의 고유한 콘텐츠로 자리 잡을 것이다."
- 시설 노후화 문제는 걱정이다.
"개관 20년을 넘긴 공연장이라 보강이 시급하다. 전면 리노베이션은 쉽지 않지만 우선순위를 정해 단계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올해 말 화재 시 시민을 보호할 방화막 설치가 예정돼 있고, 7대의 노후 엘리베이터도 교체 중이다. 음향과 녹음 장치 역시 하나씩 개선해 나가고 있다."
- 10월 아시아·태평양 공연센터 연합회(AAPPAC) 정기 총회가 열린다.
"AAPPAC은 1996년 아시아 태평양 공연장들의 공연예술 활성화와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국제기구다. 현재 20개국 90여 단체, 약 25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번 대전 유치를 위해 관장 취임 직후 호주 브리즈번을 찾아 직접 네트워킹을 했다. 대전예당의 20년 성과와 AI 과학도시 이미지를 알리며 경쟁 도시들을 제치고 유치에 성공했다."
- 총회의 핵심 주제와 눈여겨볼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이번 총회의 주제는 'From Local Inspiration to Global Influence(지역적 영감에서 세계적 영향으로)'다. '아티언스 대전'이 가진 지역 콘텐츠의 힘을 세계로 확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담았다. 참가국들은 사흘간 네 차례 세션으로 나뉘어 토론을 벌인다. 첫날에는 카이스트와 함께한 'X-Space' 실험공연이 무대에 오르고, 이어 AI 시대 문화예술에 대한 토론이 열린다. 참가국들의 큰 관심이 예상된다."
- 기조연설을 장한나 지휘자가 맡는다. 선정 배경은 무엇인가.
"장한나는 11살 때 첼로 신동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뒤 지휘자로 활약하며 세계 무대에서 영향력을 넓혀온 예술가다.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 인물을 통해 K-클래식의 위상을 각인시키고, 동시에 세계적인 예술가의 철학과 메시지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총회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장한나의 대전 그랜드 페스티벌'도 소개해 달라.
"이달 21-27일까지 일주일간 열린다. 올해 주제는 '불멸의 사랑'이다. 젊은 예술가들이 사랑을 통해 영감을 얻은 작곡가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담는다. 마지막 날 '뚜띠' 공연은 전국에서 모인 시민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장한나의 지휘로 함께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첫해에 이어 두 번째인데, 벌써부터 대전예당의 시그니처 공연으로 자리 잡고 있다."
- 내년에 꼭 하고 싶은 계획이 있나.
"무엇보다 '장한나의 대전 그랜드 페스티벌'을 더 키우고 싶다. 특히 마지막 날 '뚜띠' 공연은 거장의 지휘로 시민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함께 무대에 서는 장면이 압권이다. 지금은 안전 문제로 250명 정도밖에 무대에 오를 수 없어 아쉽다. 내년에는 예당 앞 계단광장을 활용해 더 많은 시민이 함께할 수 있는 야외무대를 만들고 싶다. 시민이 직접 무대에 서는 경험은 꿈이 되고, 도전이 되고,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된다. 1년 내내 이 순간을 기다릴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대전예당은 아티언스 공연, 시민 참여형 축제, AAPPAC 총회 같은 국제무대 활동으로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감상의 무대에서 참여의 무대로, 대전을 공연예술 선진 도시로 만들어갈 것이다. 앞으로도 시민 곁에서 예술의 감동을 전하는 공간이 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