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은 그 저력과 감동 덕분에 국가행사와 스포츠 행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러한 행사들에서 클래식은 단순한 배경 음악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특별한 순간을 더욱 웅장하게 만들고, 감정의 깊이를 더하는 서사를 만들어간다.
올림픽 개회식과 폐회식은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모여 결속의 기쁨을 나누는 환희의 장이다. 그 속에서 자주 사용되는 음악 중 하나는 영국의 20세기 작곡가 구스타프 홀스트의 '행성'이다. 그 중에서도 2번곡인 '화성, 전쟁의 신'은, 마치 전장의 서사시처럼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분할된 박자와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듯한 음정들은 순간의 절정을 예고하며, 관악기들의 힘찬 연주는 마치 선수들이 입장하는 순간 모든 이들의 가슴속에 웅장한 환상을 채워준다. '행성'은 올림픽의 핵심인 경쟁과 화합을 잘 담아내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독일 통일 기념일의 축하 연주로 자주 등장하는 베토벤의 교향곡 9번 4악장, '환희의 송가' 또한 국가적 자긍심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독일국영방송 ZDF에서 이날 방영되는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이 곡이 연주되는 순간, 인류의 연대와 화합의 메시지가 울려 퍼진다. 독일 통일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베토벤의 음악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국가의 정체성과 통합의 상징적 역할을 수행한다.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모든 출연진이 함께 노래하는 순간은 그 자체로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장면이 된다.
또 월드컵에서는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가 배경 음악으로 자주 활용된다. 각 계절의 감정을 표현하는 이 곡은 경기의 열정과 긴장감을 동일선상에 놓아준다. 음악의 리듬은 선수들의 역동적인 동작과 조화를 이루며 경기에 몰입하게 하고, 관중들은 비발디의 서정적인 곡에 맞춰 울려 퍼지는 순간에 함께 흥분하게 된다. '사계'는 클래식이라는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모든 이가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유럽 축구의 성전,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주제곡으로 사용되는 헨델의 오라토리오 '사제 사독'에 나오는 '왕은 기뻐하리라' 또한 클래식 음악의 힘을 잘 보여준다. 이 곡은 원곡을 기반으로 영국의 작곡가 토니 브리튼이 1992년에 편곡하여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으며, 축제의 장에서 함께 즐기는 대합창의 순간은 그 자체로 주목받는 경험이 된다. 이러한 음악은 단순히 경기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영감을 주며, 그들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게 된다.
이처럼 클래식 음악은 행사와 순간을 엮어내는 독특한 역할을 한다. 웅장한 올림픽 개회식, 역사적인 독일 통일 기념일, 그리고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인 월드컵 등등에서의 연주는 각각 다른 감정을 담고 있으며,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를 구성한다. 각 음악은 그 행사에 독특한 분위기를 더하며, 참여자들 간의 깊은 연대감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앞으로도 클래식 음악은 다양한 행사에서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핵심 요소로서의 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가을을 앞둔 시점, 소개한 음악들을 한번쯤 감상해보기를 권해본다. 장광석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전임지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