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남서울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
이수정 남서울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

8월, 광복절의 달이 다가오니 조국을 향한 뜨거운 사랑으로 피와 땀을 아끼지 않았던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이 떠오른다. 그날의 함성은 지금도 바람결에 실려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듯하다. 이름도 빛도 없이 들꽃처럼 스러져, 끝내 해방의 꽃이 피는 것을 보지도 못한 채 산산이 부서진 안타까운 죽음은 과연 몇이었을까, 그 수를 헤아릴 길조차 없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그동안 너무도 익숙했던 태극기와 애국가, 그리고 독립운동가들이 민주주의의 찬란한 빛과 함께 다시금 마음에 뜨겁게 와 닿는다.

2002년 월드컵 경기장을 뒤덮었던 붉은 악마의 거대한 슬로건 '꿈은 이루어진다'가 함성이 하늘을 흔들던 순간을 떠올린다. 또 힘들고 고독하던 독일 유학 시절, 한 오페라 극장에서 들려온 한국인 성악가의 아리아는 언어와 국경을 넘어선 감동으로 관객을 열광하게 했다. 작디 작은 태평소가 웅장한 서양 악기의 벽을 뚫고 관중의 심장을 파고들어 기립박수를 받던 장면도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날 K-팝이 전 세계 무대를 누비며 코리아라는 이름을 노래하고 환호하게 만드는 순간들을 바라볼 때마다, 그것은 다시금 '환희'로 다가온다.

그것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오랜 역사 속에서 스러져간 이들의 꿈과 희생 위에 피어난 민족적 자긍심의 다른 얼굴이기도 하다.

음악에서 이러한 영혼의 울림으로 민족의식을 담는 작품은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로는 '애국가'일 것이다. 안익태 작곡가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지금의 애국가를 만든 이후, 애국가는 오늘날까지 전 국민의 입과 마음에서 불려왔다. 그러나 그 이전에도 수많은 독립투사와 국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옛 애국가'를 부르며 피와 땀으로 나라 사랑을 노래했다. 가사가 변하고 멜로디가 변하며 심지어 외국 민요에 가사를 붙여 사용하기도 하였으나 여전히 그 얼은 살아 숨 쉬고 있다.

두 번째로는 민족적 정체성을 가장 아름답게 구현한 걸작으로 꼽히는 베드르지흐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Ma vlast)'이다. 그는 베토벤처럼 청력을 잃는 불운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조국 체코에 대한 사랑과 독립의 염원을 음악에 담아냈다. 1874년부터 1879년까지 약 5년에 걸쳐 작곡된 이 곡은 총 6악장으로 구성된 교향시다. 조국의 자연과 일상 등을 유연하고 다채롭게 표현하여 그의 독립에 대한 의지와 나라사랑의 마음이 아름답게 담긴 명곡으로 절로 숙연해지는 작품이다.

이외에도 러시아의 발라키레프, 림스키코르사코프, 보로딘, 큐이, 무소륵스키의 '러시아 5인조', 노르웨이의 에드바르 그리그 등 민족주의 음악가들에 의해 많은 작품들이 작곡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제강점기 한국 작곡가 김순남, 채동선, 나운영 등이 민족의 얼과 정신을 나타내는 곡들을 작곡하여 어둡고 두려웠던 시기에 민중의 빛을 만들어 왔다.

이렇듯 음악은 보이지 않으나 유연하게 민족 속에 살아 숨 쉬며 우리와 함께해 왔다. 슬프거나 기쁠 때 우리의 영혼 깊숙이 그 울림을 전달할 매개체로 앞으로도 찬란히 빛나는 민족의 발전과 역사 위에 당당히 그 발걸음을 함께할 것이다. 그 울림에 우리 모두 귀 기울여 보자. 이수정 남서울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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