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 역사 친환경화학 전문회사 '라이온켐텍' 지난달 25일 매각 절차 완료
충북 공사실적 1위 '대흥건설' 자금난에 법정관리 돌입… 중견건설사 '삐걱'
잇단 향토기업 위기에 도미노 부도 사태 우려 "내수부진으로 경영환경 악화"

대전일보DB.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충청권 향토기업의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매각과 법정관리 신청 사례가 나오며 충청산업 전반에 걸쳐 악영향이 번지진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9일 지역 경제계에 따르면 대전 향토기업 ㈜라이온켐텍이 지난해 말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한 태경그룹에 최종 매각됐다.

라이온켐텍의 최대주주인 박희원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1995만 주(55.58%)를 태경그룹 주요 계열사인 태경비케이와 태경케미컬에 매각한 것이다.

태경그룹은 앞서 예납한 계약금 50억 원에 더해 지난달 25일 잔금 약 1230억 원을 모두 납입하면서 같은 달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임원진을 교체했다.

라이온켐텍 새로운 대표에는 김홍진 전 동화기업 대표가 선임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973년 3월 설립 이후 52년 만에 지역 중견기업의 주인이 바뀐 셈이다.

향토기업은 1세대 창업자가 회사를 성장시킨 경우가 많은데, 라이온켐텍 역시 50여 년간 회사를 이끈 박희원 대표가 가업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세제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에 봉착한 충청 향토기업은 이뿐 아니다.

충북 건설공사 실적 1위인 대흥건설이 자금난에 빠져 기업회생 절차 신청을 준비하는 중이다.

대흥건설은 종합건설업체 공사실적에서 2023년 3331억 원에 이어 지난해 3002억 7500만 원으로 2년 연속 충북 1위에 올랐으나, 경기 불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해 기준 국토교통부 시공능력 평가 전국 96위에 오른 중견기업으로서, 대형 건설사와 견줘 회사 규모는 작을지라도 32년의 업력을 지닌 데다 도내 공사실적 선두라는 점에서 지역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안기고 있다.

내수 부진으로 홍역을 치르는 지역 기업들이 많은 상황에서 자칫 '도미노 부도'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

특히 높은 금리가 지속되면서 원자잿값 상승과 시장 위축 등 지역 건설사와 제조사를 중심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지역 한 향토기업 대표는 "끝을 알 수 없는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내수 부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팬데믹 때보다 경영 환경이 좋지 못하다"며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세제 혜택이나 기술 이전, 판로 확대 등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조복현 국립한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건설시장 불황에 대형 건설사도 어려움을 겪는데 지역 중소·중견 건설사는 상황이 더욱 악화됐을 것이다. 더구나 내수 경제도 굉장히 침체돼 제조업의 기업 환경이 나빠진 측면이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역 기업들의 재무를 파악해 일부 기업의 곤란이 전체 기업으로 파급되지 않도록 면밀히 신경 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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