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심판 소용돌이 속
세 그룹으로 분절된 여당에서
친한계였던 장동혁 보폭 눈길

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대통령 탄핵심판이 종반으로 치닫는 모양이다. 이르면 내주 후반 선고 기일이 잡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진영 간 여론전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주요 전장으로 세 곳이 꼽힌다. 첫 번째는 당연히 헌재다.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불임명을 전제로 8명이 재판관이 평의에 속도를 내는 그곳이다. 두 번째 전장은 국회다. 헌재 버금갈 정도로 여야 대치 전선이 가파르다. 나머지는 한 곳은 광장이다. '찬탄', '반탄'으로 갈려 시민들의 물리적 세 대결이 연출되는 현장이다.

정국이 격동하는 국면 전개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비할 데 없는 시련이자 동시에 트라우마도 소환할 것이다. 자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계엄 선포라는 원인행위로 촉발된 탄핵정국이어서 태도를 분명히 하기가 쉬울 리 없다. 당내 주류 분위기, 여론 변동성 등 눈치 볼 요인이 많아지고 있는 탓이다. 그사이 탄핵 심판 변론도 종결됐고 여야는 현재 마 후보자 임명 문제로 국지전이 치열하다. 헌재 인용 확률을 높이려는 쪽과 배수진에 안간힘을 쏟는 쪽 간에 서로 화력을 집중하면서 총력전을 방불케 한다.

국민의힘 상황으로 한정해서 소속 의원들 행보를 눈여겨보는 것도 시사점이 적지 않다. 야당은 단일대오 전선 구축에 이상이 없지만 여당 사정은 다른 까닭이다. 크게는 세 집단 정도로 구획된다. 장외 여론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반탄파가 보조를 맞추는 가운데 나머지 여집합 의원들의 경우 정국 전환에 대비하려는 관망파가 있다면, 또 한 부류로 한동훈 전 대표를 교두보 삼아 정중동 중인 10여 명 남짓 친한파를 빼놓을 수 없다. 심리적으로 탄핵 수용 정서를 공유하는 상태일 가능성이 높은 세력이다.

고착화한 여당 구도 속에서 몇 명 안 되는 충청 출신 여당 의원들도 어디쯤엔가 다리를 걸치고 있을 터다. 그간 경과에 비추어 보면 대체로 색깔이 고만고만하다. 무난하게 대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정치적 소용돌이 혹은 정국 불확실성이 짙은 현실인 만큼 이 또한 인지상정으로 여길 수는 있다. 공연히 나섰다가 본전도 못 건질 것이라고 여기면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그 점에서 우유부단을 탓하는 것은 부질없는 노릇이다.

반면에 장동혁 의원 행보는 색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충남 보령 출신인 장 의원은 2022년 5월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후 22대 총선에서 당선된 재선 의원이다. 편하게 1.5선 의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정치 입문은 일천할지 몰라도 장 의원은 인지도 면에서 여타 지역 의원들을 앞지르는 양상이다. 21대 국회에 들어가 한동훈 비대위 시절 3대 핵심 당직인 사무총장으로 기습 낙점된 게 시발점이다. 22대 총선 패배에 따른 책임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았음에도, 지난해 7월 전당대회를 통해 수석최고위원으로 선출돼 건재함을 확인했다. 친한파 의원 그룹의 좌장이라는 타이틀도 덤으로 얻었다.

이때까지 장 의원 이름이 알려지게 된 것은 한 전 대표 후광효과 덕이었다. 3선 이상 중진급이 맡는 사무총장을 할 기회가 주어진 데 이어, 재선 후 지도부 일원으로 수월하게 진입한 것도 다르지 않다. 오래 갈 것처럼 보였던 두 사람의 동행은 몇 달 가지 않았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를 놓고 판단이 충돌하면서 골이 깊어지기에 이르렀고 그 후과로 정치적 결별을 피하지 못했다.

그런 장 의원이지만 적어도 유명세만큼은 늘었다. 당내 반탄 그룹과 정렬하면서 국회 법사위와 장외를 넘나드는 등 활동 공간을 넓히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으며, 그에 더해 보수 지지층이 반응하는 정치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에도 개의치 않는 그다. 이것이 정치적 상징자본을 형성할지 아니면 자기부채로 치환될지 그것은 차후 문제다. 오히려 미리 계산을 세우고 얕게 처신하면 종국에는 밑천이 드러나는 법이다.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