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 수십 년 묵은 과제
큰 틀서 방향성 공감대 확산 양상
'두 축' 완전 이전 완성도 높여야
행정수도 이전은 2002년 9월 30일 16대 대선에 나선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한계에 부딪힌 수도권 집중 억제와 낙후된 지역경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충청권에 신수도를 건설, 청와대와 중앙부처부터 옮겨 가겠다"고 밝히면서 처음 공식화됐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71년 제7대 대선에서 김대중 당시 신민당 대통령 후보는 "내가 집권하면 대전을 행정부수도(行政副首都)로 만들어 1단계로 정부 각부의 외청을 옮기고, 2단계로 행정부 일부를 순차적으로 이전시키겠다"며 공약으로 내건 게 시초 겪이다.
가까이는 20대 대선 때도 등장했다. 2022년 3월 대선에 앞서 2021년 6월 17일, 국민의힘 하태경 후보는 야당 후보로는 가장 먼저 세종호수공원 '노무현 기념 공원'을 방문해 연내 국민투표법 개정을 통해 내년 '행정수도 이전'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같은 해 8월 19일, 세종시를 방문한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는 국회 세종의사당과 관련해 '상·하원제'로 분산 배치를 제안하는 한편, 행정수도로서 완전한 기능을 위해선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유보적 입장을 드러냈다.
2021년 8월 21일, 이재명 후보는 세종시를 찾아 위헌 소지를 줄이면서 대한민국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에 이어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윤석열 후보도 8월 30일, 세종시에 국회 세종의사당 다음 절차로 '대한민국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를 지목했다. 민주당 이낙연, 정세균 후보 역시 8월 27일 TV토론회에서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 의지를 밝혔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대통령 세종집무실에 그치지 않고 청와대와 국회의 완전한 이전 필요성을 역설했다. 대체로 대통령의 세종시 집무를 넘어 '대통령실' 이전이란 큰 틀의 방향성엔 공감대를 드러낸 양상이다.
최근 세종시를 온전한 행정수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부쩍 늘었다. 지역사회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당위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목소리를 낸다. 헌정사 첫 현직 대통령 구속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 이후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전을 통해 '행정수도 세종 시대'를 열자는 것이다. 올 초 행정수도완성시민연대는 "조기 대선이 시행된다면 용산 대통령실 '무용론'과 광화문 청와대 '불가론'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며 그 대안으로 세종시 완전 이전을 주장했다.
국회 완전 이전도 등장했다. 임승빈 한성대 특임교수는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세종의사당과 국민주권의 공간적 전개 토론회'에서 "행정부 수반과 입법부가 동일한 도시, 즉 헌법 개정을 통해 세종시로 함께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앞서 최민호 세종시장은 지난 6일 새해 첫 업무계획 기자회견에서 "완전한 국회 이전과 대통령실 이전을 통해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이보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2022년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에 따라 청와대를 개방하고 집무실과 관저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제1집무실과 제1관저를 용산 집무실과 한남동 관저로, 제2집무실로 세종 집무실과 세종 관저 건설을 확정하고 차기 정부가 출범하는 2027년 신축 청사가 완공되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과거 진보 정권에서 여러 차례 언급됐던 "서울은 '경제', 세종은 '정치행정' 중심"이라는 국가 균형발전의 방향이 더 뚜렷해 지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과거 노무현 당시 대선 후보가 주장한 때부터 23년, 김대중 대선 후보가 주장한 시점부터 보면 장장 54년이란 세월이 지나서도 이 주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분명한 건 대통령 구속 사태 이후 보수를 자처하는 현 정부에서 대통령실과 국회의사당 이전에 대한 당위성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현 정부에서 집무실과 의사당 이전의 당위성을 보다 명확히 규정해 준 셈이다. 정권의 무능과 실정이 불러오는 필연적인 역사적 아이러니다. 최태영 세종취재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