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제 충남교육청 중등교육과장.
김홍제 충남교육청 중등교육과장.

한참 전의 일이다. 생애 네 번째 차를 계약했었다. 고민 끝에 어떤 차량을 사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내가 사려던 차량 종류만 눈에 보였다. 신기했다. 거리에서, 아파트 주차장에서 같은 종류 차는 계속 눈에 들어왔다.

오래전 학교에 주번 교사 제도가 있던 시절이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교내 휴지가 이상하게 주번 교사만 되면 보였다. 물론 주번 교사가 끝나면 많던 휴지는 신기하게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디스크 증세로 병원에 오래 다닌 적이 있다. 허리가 아플 때는 허리 환자만 보였고 치아를 치료할 때는 치과 환자만 보였다. 위장이 좋지 않을 때는 세상 사람 절반이 위장병 환자로 보였다. 허리, 치아, 위장이 치료되고 나면 세상은 다시 전과 같았다. 세상은 달라진 것이 없는데 내 관심에 따라 사람들이 허리 환자, 치과 환자, 내과 환자로 보였다가 사라졌다.

관심의 총합이 정체성이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평소에 어디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살면서 모든 일에 관심을 가질 수는 없다. 요즘 세태가 지닌 문제는 자신에 대한 관심만 지나치다는 점이다.행복하고 안전한 삶은 나만 편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주변이 썩어가고 있다면 내 삶은 안전하지 않다. 지옥의 바닥은 무관심의 세상에 맞닿아 있다. 옆에 누군가 굶든 말든, 괴로워하든 말든, 죽든 말든 관심이 없으면 그 힘겨운 대상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관심은 타인에게도 적절하게 배분해야 한다.

낮은 곳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외로운 사람, 삶이 무의미한 사람, 소외된 학생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런 관심들이 모여서 세상을 밝힐 것이다. 나만을 위해 살라는 것도 아니고 타인과 사회를 위해서만 살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는 나와 타인에 대한 관심이 서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나 주변에 힘든 존재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가. 관심이 없다는 증표이다. 힘든 사람은 오늘도 밤하늘 별자리 이름만큼 많다. 관심이 없으니 보이지 않을 뿐이다. 김홍제 충남교육청 중등교육과장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