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열 시의원 "세종시 행정 '책임 회피·과정 조작'" 지적

세종중앙공원 파크골프장 위치도. 세종시 제공

세종시설공단이 추진 중인 중앙공원 파크골프장 계획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해당 사업 추진 배경에 최민호 시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비판이 세종시의회에서 제기됐다.

세종시의회 이순열 의원(더불어민주당, 도담·어진)은 25일 열린 제102회 정례회 3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최 시장이 지난 8월 확대간부회의에서 파크골프 시설 도입을 언급한 이후 시설공단이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공단은 '시장님 지시 및 관심사항'이라는 별도 보고 체계를 통해 정치적 목적에 따른 행정 왜곡을 실행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특히 공단이 '충청권에서 파크골프 회원 비율이 가장 낮다'는 근거를 제시하고도, 애초부터 결론을 파크골프장 조성으로 정해놓은 채 중앙공원 재구조화 정책을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공단은 중앙공원 이용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며 36홀 규모 파크골프장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을 마련한 상태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는 "공원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시설이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세종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중앙공원은 모든 시민의 생태·휴식 공간"이라며 "공원의 중심을 특정 동호인 시설로 전용하는 것은 개방성과 접근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직격했다. 이에 대해 시는 '공단 자체 계획이다', '결정된 게 없다'고 해명하며 한발 물러선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세종시의회 이순열 의원. 시의회 제공

이 의원은 세종시 행정 전반에서 책임 회피와 졸속 결정, 특정 목적 달성을 위한 과정의 조작 등 행정 난맥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공단이 수탁시설의 부실 관리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도시계획 변경이 필요한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도록 지시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본래 시설관리를 위해 설립된 공단이 단체장의 심부름 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공단이 사실상 행정기관 역할을 흉내 내며 도시공원 승인 권한까지 행사하는 기형적 위·수탁 구조가 만들어졌고, 이는 민감한 사안의 결정 책임을 산하기관에 떠넘기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구조는 주민 갈등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최근 논란이 된 세종시 테니스팀 해체와 번복 사태도 행정의 불투명성과 정치적 판단의 미숙함을 드러낸 대표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책임을 돌리며 해체를 결정했다가 여론 악화로 하루아침에 뒤집은 과정은 행정의 일관성 부재와 정책 신뢰 붕괴를 보여준다"며 "결정권자의 의중에 따라 언제든 팀의 존폐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절망적인 메시지를 체육계에 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양자산업', '데이터센터' 등 주요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미성숙한 정책 결정이 반복되고 있다며 "지금 세종시는 숙의·소통·책임 있는 의사결정이라는 기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특정 목적에 맞춘 방향성 행정으로 흐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중대한 사안일수록 감정적 판단이나 여론에 따른 번복이 아니라, 장기적 로드맵과 객관적 기준에 따라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며 "절차를 왜곡하지 않고, 책임을 산하기관에 떠넘기지 않는 성숙한 행정이 세종시가 지향해야 할 기본 자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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