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근준 한남대 사회혁신성장지원센터 교수
유근준 한남대 사회혁신성장지원센터 교수

세종보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팽팽하다.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는 수문 개방을 통해 금강의 자연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주민협의체와 일부 정치권은 재가동을 통해 농업용수와 생활용수를 확보하고, 이미 투입된 막대한 공공재원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표면적으로는 모두 '환경'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상호 불신과 정치적 입장 차이 속에서 갈등이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세종보 문제는 단순히 수문을 열고, 닫는 이분법적 접근으로 해결될 수 없다. 본질적으로는 인간과 자연이 어떤 방식으로 공존할 것인가, 그리고 현세대와 미래 세대가 어떻게 강을 공유할 것 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이다. 과거의 '자연 보호(protection)'가 단순히 훼손 억제를 의미했다면, 이제는 환경과 사회, 경제가 균형을 이루는 '지속 가능한 공존(sustainable coexistence)'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이는 UN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통해 제시해 온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세종보 논의는 SDG 6(깨끗한 물과 위생), SDG 13(기후변화 대응), SDG 15(육상 생태계 보전)과 맞닿아 있다. 수문 운영 수질과 생태계 건강성, 기후변화 적응 전략, 멸종위기종보전 등과 직결된다. 따라서 세종보는 단순한 지역 현안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SDGs를 어떻게 지역 단위에서 구현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시험대라 할 것이다.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데이터 기반 정책(Data-Based Policies)'이다. 지난 7년간의 개방 데이터, 그리고 재가동 시범 데이터를 모두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각 주체가 자의적으로 데이터를 해석하며, 상대방의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구호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검증과 투명한 공개다. 환경부·지자체·주민·환경단체·학계·한국수자원공사가 함께 공동으로 참여하는 민·관·학·합동 모니터링 체계와 제3의 독립적 검증기관을 통한 데이터 관리가 절실한 실정이다.

아울러, 세종보는 세종시의 경계를 넘어 금강 전체 유역 관리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하천은 흐르는 생태계이기에 세종보의 운영은 공주, 부여 등 하류 지역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대청댐 용수 부족이 예상됨에 따라 지역 현안으로 매년 반복되는 충남 서부지역의 만성적인 가뭄과 신규 산업단지 등 지속적으로 추가되는 용수 수요로 물 부족 문제는 심화될 것이다. 더하여, 보 운영 방식이 장기적으로 지역 간 물 불균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세종보는 금강 전체 수계 환경영향평가와 유역 단위 종합 관리 차원의 전략적 논의가 요구된다.

이에 따라 세종보 운영 정책은 전면 개방과 재가동이라는 일방의 선택지를 넘어, 계절별·수위별 탄력적 운영, 그리고 과학적 모니터링에 근거한 적응적 관리(adaptive management)가 돼야 한다. 여기에 주민, 농민, 환경단체,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유역 단위 거버넌스를 통한 합의 형성이 병행돼야 한다. 이를 통해 현재 세대의 물 이용권과 미래 세대의 환경권을 동시에 보장하고 지킬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금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 제언한다.

오늘도 금강은 흐르고 있다.

요컨대 세종보 논의가 정치적 공방의 소모전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정책을 통해 지속 가능한 '수자원 거버넌스'를 실현하는 성숙한 합의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유근준 한남대 사회혁신성장지원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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