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가 김현지로 시작해 김현지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출석을 둘러싼 여야의 충돌은 이른바 '배치기'로 막을 내렸습니다. 국민의힘이 '애지중지 현지'로 부르던 김 실장은 결국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민주당과 대통령실이 온몸을 던져 막아낸 '김현지 방어전'의 진실과 거짓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각종 의혹에도 김 실장 국감 출석 불발
이재명 정권의 실세로 불리는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끝내 국정감사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6일 국회 운영위 대통령실에 대한 국감에서는 김 실장은 나오지 않고, 고성만 오갔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과 이기헌 민주당 의원 사이에는 감정이 격해 '배치기'를 하는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졌습니다.
김 실장은 대통령실 인사 전횡에서 '대북송금 사건' 변호인 교체, 성남시 괴문자 정치 공작, 종북 연루 의혹까지 각종 의혹에 휩싸여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만사현통 꼭꼭 숨겨라'라는 문구를 내걸고 '김현지 제보센터'까지 운영했지만 끝내 김 실장을 국감장에 불러내지 못했습니다.
여권에서는 처음부터 김 실장을 국감장에 부를 의사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실이 김 실장을 총무비서관 자리에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아도 되는 제1부속실장으로 인사 배치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일부 여권 인사들은 김 실장이 출석할 의사가 있는 것처럼 호도했고, 대통령실도 국회만 결정하면 나갈 것처럼 애드벌룬을 띄웠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게 김 실장의 출석을 막기 위한 인사쇼, 출석쇼, 대기쇼로 귀결됩니다.
◇송언석, "엽기적인 언론 브리핑"
①대기쇼=지난 6일 오후 대통령실이 어처구니없는 브리핑을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김현지 실장이 국회 운영위의 국정감사에 언제든 출석할 수 있도록 경내(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기할 것'을 지시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국회를 존중하는 취지에서 이 같은 지시를 내린 것"이라며 "국회에서 (김 실장의 증인 채택을) 결정할 경우 상임위에 나간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국회 돌아가는 사정을 아는 국민들은 코웃음을 칠 수밖에 없는데요. 전날 이미 운영위 국감출석이 불발됐고, 원내 다수의석인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는 이상 김 실장의 출석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이 운영위 국감 출석 운운하면서 경내 대기를 지시한 겁니다.
김 실장 출석에 대해 이 대통령실은 반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대기쇼'나 다름없어 보입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에서 부르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도록 대통령실 경내에서 대기했다는 엽기적인 언론 브리핑까지 있었다"며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②출석쇼=민주당은 처음부터 김 실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할 것처럼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박지원 의원은 지난 9월 3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자기는 안 나간다는 얘기를 안 했다더라. 그리고 나가서 당당하게 얘기하겠다(고 했다). 상당히 전의에 불타던데"라며 김 실장과의 통화 사실을 전했습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지난달 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대통령실이 김현지 부속실장을 국감에 안 내보내려고 한다든가 그런 일이 전혀 없다"며 "저는 (출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한술 더 떠 김 실장의 100% 출석을 장담하기도 했습니다. 우 수석은 지난달 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김 실장의 국회 출석 여부와 관련해 "김현지 한 사람 때문에 대여섯 명을 인사 이동한다는 말이냐. 김 부속실장은 국회에 출석할 것"이라고 말한데 이어 '부속실장은 국감에 출석하지 않는 게 관례이고, 민주당도 출석 요구에 동참해야 할 텐데'라는 질문에 "100% 출석한다"고 확답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김 실장이 출석하지 않을 것을 잘 알면서도 여론을 호도한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김현지 철통방어'를 위해 잘 짜인 각본대로 움직인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③인사 꼼수=이재명 대통령이 국정감사를 앞둔 지난 9월 29일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을 제1부속실장으로 전보 조치한 바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국민 앞에 떳떳하지 못한 '헌정사상 초유의 꼼수', '전례 없는 국회 기만 인사'로 규정했습니다.
강명구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역대 총무비서관이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전례가 없음에도, 단 한 사람을 감추기 위해 조직개편을 강행한 것은 말도 안 되는 행위"라며 "이렇게까지 숨긴다는 것은 이 대통령 부부가 무언가를 감추고 있고, 김현지가 실제 숨은 권력 실세임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 실장이 국감장에 나왔으면 모르겠지만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실은 부인하고 싶겠지만 대통령실의 인사가 '김현지 방탄 인사'임이 입증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신동욱, "국회 부른다는 표현은 말장난"
■신동욱 국민의힘 최고위원-"그러니까 국회가 합의하면 오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국회가 합의를 안 하지 않습니까. 국회에서 부른다는 표현은 말장난입니다. 민주당이 오케이를 해야지 오는 것이지요. 우리 당은 불렀지 않습니까. 국회에서 부르면 오겠다는 표현은 국민의힘이 부르면 오겠다는 표현으로 바꾸면 진정성이 있습니다마는."(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김종혁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아 우리는 대통령께서는 내보내려고 애쓰셨습니다. 수행실장 수행도 하지 말라고 하면서 부속실장한테 이렇게 했는데 여야 간에 협의가 안 돼서 결국은 안 나간 겁니다. 이렇게 알리바이 만들어 주려고 그냥 '생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YTN라디오 김준우의 뉴스정면승부)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왜 그러면 그렇게 대기시켰을까, 민주당에서 위원장 쥐고 있고 다수 위원을 갖고 있으니까 안 부를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거기 보낸 거예요. 저는 그렇게 봅니다. 민주당이 배드캅 해주겠지라고 하는 신뢰를 갖고 이재명 대통령은 굿캅 코스프레를 한 겁니다."(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전용기 민주당 국회 운영위 위원-"법률상 일주일 전에 불러야 되는 내용들이 있지요. 제 생각에는 대통령도 답답했을 겁니다. 김현지 부속실장이 이렇게 악마화되는데 왜 내 수행 핑계 대고 안 가게 되냐, 어떻게라도 보내라라고 하는 섭섭함, 그 답답함은 이해를 하겠으나 국정감사는 법률로 이루어지는 거기 때문에~." (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