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2026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회를 나서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다가 이재명 대통령의 제동으로 딱 하루 만에 철회했습니다. 정 대표의 급발진에 대한 용산의 두 번째 경고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와 '명청 갈등'이 다시 부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재판중지법이 중단된 배경을 살펴보고 여야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 대표 겨냥한 대통령 경고 메시지

민주당의 재판중지법을 둘러싼 소동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박수현 수석 대변인이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기국회 회기 중에 법안을 처리할 것처럼 했다가 바로 다음 날 24시간 만에 철회했는데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나와 관련한 입법을 정쟁의 소재로 끌어들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청래 대표의 '자기 정치'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경고 메시지로 읽힙니다.

집권 여당이 재판중지법 처리를 결정하면서 대통령실과 아무런 상의도 없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정 대표가 금방 꼬리를 내렸지만 '명청(이재명-청청래) 갈등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게 과연 이재명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는지도 의문입니다. 재판을 중단하려고 할수록 '죄가 있으니 그런 것 아닌가'라는 의심을 살 수 있습니다.

법안 호칭을 '국정안정법', '국정보호법', '헌법 84조 수호법'으로 변경하려 한 것도 의심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이 대통령 재판을 중지하는 법안이 어떻게 국정보호나 헌법 수호가 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야당의 '재판 중지법' 프레임에서 탈출하기 위한 전략이겠지만 발상 자체가 너무 유치합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3일 채널A 라디오쇼에서 "법 이름을 그렇게 바꾸자는 것 자체가 굉장히 전체주의적이고 한편으로는 국가 우선주의적인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며 "유신도 혁신하자고 했지만 본질을 보면 독재로 가는 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동훈, "재판 재개하면 계엄 선포할 것"

재판중지법의 가장 큰 이해당사자이자 수혜자는 이 대통령입니다. 해당 법안은 지난 5월 1일 대법원이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한 바로 다음 날 발의됐습니다. 이 법안 제306조 6항은 '대통령선거에 당선된 경우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기종료 시까지 공판절차를 정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한 위인설법(爲人設法)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대통령실이 민주당의 재판중지법에 제동을 걸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6월 17일에도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대통령실의 요청으로 중단한 바 있습니다. 이런 학습효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도부가 다시 사고를 쳤습니다. 이게 이 대통령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이 대통령을 더 곤란하게 만드는 것인지 의아합니다. 결국 긁어 부스럼이 되고 말았습니다. 굳이 끄집어내서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번 사태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 대표와 친명(친 이재명)계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영입한 친명계 유동철 부산 수영지역위원장을 부산시당위원장 경선 과정에서 컷오프(공천 배제)했는데요. 유 위원장은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유도 명분도 없는 컷오프는 독재"라며 "정청래 대표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결자해지 하라"고 했습니다.

야권은 재판중지법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의 계엄설'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까지 이재명 민주당 정권이 이재명 재판 재개를 막기 위해 하는 극단적이고 위헌적인 시도들을 보라. 재판중지법이 국정안정법이라는 헛소리도 서슴지 않는다"면서 "지금도 이러는데 실제로 재판 재개되면 그걸 막을 유일한 수단인 계엄을 선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KBS1라디오 전격시사 캡처

◇천하람, "대통령 등 뒤에서 칼 꽂는 행위"

민주당은 재판중지법을 둘러싸고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재판중지법 추진을 일단 중단했지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여전히 당의 판단이 맞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재판중지법이 꽃놀이패나 다름없습니다. 민주당이 재판중지법을 추진하든 하지 않든 손해 볼 게 전혀 없는 카드입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이거는 명청 갈등도 있고요. 정청래 대표가 멍청한 거죠. 제가 만약에 이재명 대통령이었으면 정청래 대표와 지금 재판중지법 하자는 사람들 불러가지고 정강이 찼을 겁니다. 사람들 생각이 대통령이 죄가 있구나. 재판이 되면 처벌받겠구나라는 인식을 줘요. 이거는 완전 대통령을 돕는 척하면서 대통령 등 뒤에서는 칼 꽂는 행위다."(6일 KBS1라디오 전격시사)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대통령 본인은 좋은 사람으로 남아 있고 모든 악역 나쁜 역할은 정청래 대표가 당에서 해 줘야 되는데 이걸 국민들이 봤을 때 이재명 대통령이 뒤에서 배후 조종하고 있구나 이런 게 드러날 정도로 하면 자기가 좋은 사람이 못 되잖아요. 오버해서 막 이런 일을 벌이니까 대통령한테도 피해가 간다 이렇게 생각한 것 같아요."(4일 YTN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배임죄를 폐지하려고 하는 것들이라든지, 또는 아니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공격이라든지, 또는 재판중지법이라든지 너무 많아요. 이런 것들이 전부 다 사실은 조각조각 모아보면 목적은 하나입니다. 그냥 어떻게든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없애겠다는 거거든요."(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흠 없고 고결한 분으로 늘 얘기를 하고 있어요. 그렇게 당당하면 왜 재판을 안 받으려고 하는지, 재판을 중지하려고 하는지, 아니면 죄의 근원 자체를 죄명, 죄목 자체를 없애려고 하는지 그것이 이해가 안 됩니다. 오히려 당당하게 재판을 받으시고 깔끔하게 끝내시는 게 낫지 않나 이렇게 생각을 하고요."(6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
 

민주당 박균택 의원.연합뉴스

◇박균택, "당의 판단 잘못 아니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물론 서로 생각이 맞지 않았던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게 당의 판단이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대통령실에서 대통령님과 개인적으로 관련되는 측면도 있고 또 국정 홍보와 관련해서 이게 방해가 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보니까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라고 봅니다."(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박홍근 민주당 의원-"당연히 중요한 정국 현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우리 당 지도부 간에 사전에 매우 긴밀한 소통이 필요로 하는 것이죠. 그런 부분들이 좀 부족했기 때문에. 그런 거에 대한 상황 판단에 차이가 있었다라고 보여지고요."(4일 YTN라디오 김준우의 뉴스정면승부)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안 하는 게 좋겠다고 했는데 정청래 대표는 아주 아예 이럴 때 확실하게 해 놓는 게 대통령을 위하는 거다. 뭐 이렇게 판단을 해서 밀어붙이려고 했고 또 강성 지지층에서 이게 호응이 꽤 좋으니까, 이걸 하는 거에 대해서 그러지 않았나 싶어요."(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전현희 민주당 의원-"만약에 국힘의 주장이나 거기에 만약에 사법부가 부응을 해서 재판이 재개가 될 그런 가능성이 있을 때는 한 번 더 검토를 해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닐까. 그래서 일단 현재까지는 보류다 이런 상황입니다."(6일 KBS1라디오 전격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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