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즐겼으면 좋겠다. 그러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대성불패' 구대성이 2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3차전 시구를 마친 뒤 이같이 말했다.
1999년 한화의 첫 우승을 함께 이끌었던 조경택 포수와 다시 마운드 위에 선 자리였다. 26년 만에 재현된 레전드 배터리의 등장은, 한화의 두 번째 우승을 염원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이날 경기에 앞서 KBO는 한화의 상징적인 인물인 구대성과 조경택을 각각 시구·시포자로 선정했다. 구대성은 1999년 한국시리즈에서 5경기 모두 등판해 1패 3세이브로 MVP를 차지했고, 그해 '한화의 마지막 우승'을 완성한 주역이었다. 그는 2018년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시구를 맡은 바 있으며, 7년 만에 또다시 가을야구의 마운드에 올랐다.
구대성은 "제가 선수로 뛸 때보다 더 떨린다. 처음 와봤는데 운동장이 너무 멋지다. 저 때 이런 경기장이었다면 우승을 더 많이 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의 웃음 속에는 감회가 묻어 있었다. 현재 중국 장쑤 프로팀에서 투수코치로 활동 중인 구대성은 이날도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로 후배들을 격려했다.
그는 "한화가 작년과 비교하면 완전히 달라졌다. 올해는 투수가 버텨줬고, 타선도 플레이오프 들어서 살아났다"며 후배들의 투혼을 치켜세웠다.
이어 "류현진과도 잠깐 얘기했는데, 다른 말보다는 '하던 대로 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조경택 코치(두산 2군 코치)는 26년 전을 회상하며 "그때는 선발 100승 투수들이 즐비했고, 마무리는 구대성이었다. 그런데 지금 한화도 폰세·와이스·문동주 등 훌륭한 투수진을 갖췄다"며 "개인적으로는 지금이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후배들이 긴장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덕아웃에서 만나 '즐기면 우승반지가 손에 올 것이고, 잡으려 하면 도망간다'고 얘기했다. 가을 축제를 즐기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화 마무리 김서현에 대한 조언 얘기가 나오자 구대성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말했다.
구대성은 "부담감이 크겠지만, 잡으려 하지 말고 무조건 존 안에 집어넣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타자들이 치고 야수들이 막아준다. 그게 야구다."
전성기 시절 '대성불패'로 불리던 그답게, 조언에는 단순하면서도 울림이 담겼다.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을 묻자 그는 "5차전이 끝나고 조경택과 포옹했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며 "후배들도 두 번째 우승을 해야 세 번째, 네 번째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