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SOL뱅크 KBO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2차전을 앞두고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이 취재진과 인터뷰 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이글스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복귀 무대에서 김경문 감독이 험난한 길을 걷고 있다.

정규시즌 1000승을 넘긴 '명장'이지만 그는 한국시리즈에서는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준우승을 많이 한 감독이기 때문에 우승에 대한 목마름이 많다"고 말했지만 결과는 냉정했다.

지난 26-27일 서울 잠실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2차전까지 합쳐 잠실에서만 12연패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잠실 징크스는 20년에 걸친 불운의 상징이 됐다. 두산 감독 시절이던 2005년 삼성에 2패, 2007년과 2008년 SK에 6패, NC 시절이던 2016년 두산에 2패를 당했다. 여기에 올해 LG에 2패가 더해지며 잠실에서만 12연패를 기록한 것. 한국시리즈 통산 전적은 3승 18패, 승률은 0.143에 불과하다. 정규시즌 통산 1021승을 거둔 '승부사'에게 한국시리즈는 여전히 높은 벽이다.

우승 없는 최다 준우승 감독이라는 불명예가 붙은 지도 오래다. 역대 한국시리즈 최다 준우승은 고(故) 김영덕 전 빙그레(현 한화) 감독의 6회이며, 김경문 감독은 그 뒤를 잇는 4회의 준우승으로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흥미로운 점은 두 사람 모두 '이글스'와 인연이다. 김영덕 감독은 1980-90년대 빙그레 이글스를 이끌며 6차례 준우승에 머물렀고, 김경문 감독은 현재 한화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

김 감독의 '잔혹사'는 정규시즌 성적과의 대비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16시즌 동안 1021승 875패 35무, 승률 0.539. KBO 리그 사상 세 번째로 1000승을 달성한 지도자지만 2004년 두산 베어스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뒤 정규시즌 1위를 단 한 번도 차지하지 못한 점이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늘 도전자의 위치에서 결승에 올랐기에, 그만큼 한계는 분명했다.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SOL뱅크 KBO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2차전에서 한화 이글스가 LG 트윈스에 5대 13으로 패배한 후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이 취재진에게 경기 총평을 말하고 있다. 이성현 기자

앞서 김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우승은 하늘에서 정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를 예단하지 않겠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승운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듯한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홈 대전으로 돌아왔다.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3차전은 김 감독에게 또 한 번의 기회다. 잠실의 징크스를 깨고, 홈에서 첫 승리를 거두느냐가 향후 시리즈의 향방을 좌우할 전망이다.

2차전이 끝난 뒤 그는 "한국시리즈다운 스코어가 나오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나와야 하는데 팬들께 죄송하다"며 "홈으로 돌아가 반격 기회를 잡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화는 29일 3차전 코디 폰세를 선발로 내세워 반격에 나선다. 잠실의 징크스를 안고 떠난 명장은 대전 홈에서 반전을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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