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온도가 장시간 동안 고온으로 지속됐기 때문에 이 내부는 거의 대부분이 소실됐다고 추정이 됩니다."
27일 오후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그을린 건물 외벽과 간밤의 화재로 깨진 유리창이 흉물스럽게 남아 있었다.
현장에선 쇠가 타는 냄새가 공기 중에 진하게 섞여 있었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건물 내부가 불에 타면서 뿜어낸 냄새가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가득했다.
건물 현관에는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으며, 그 주변으로는 소방관들이 사용한 옷가지와 산소통 등이 간밤의 사투를 짐작케 했다.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는 건물 밖으로 옮겨져 현장에 마련된 소화수조에 담겨 방수포로 덮여 있었다.
화재 현장에 다가갈수록 쇠 탄 냄새가 매캐하게 퍼져 나와 마스크 너머로도 숨을 쉬기 답답했다.
이번 화재는 발생 약 10시간 만에 초진 됐지만 현장에서는 연기를 빼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현장에는 수십 명의 소방관들이 대기 중이었다.
누군가는 산소통을 멘 채 진입 준비를 하고 있었고, 막 건물 안에서 나온 소방관은 땀이 뚝뚝 흘러내렸다.
얼굴이 붉게 상기된 대원들은 김밥 몇 개로 허기를 때웠다.
흰색 방호복과 방독면을 쓴 경찰 과학수사대 화재감식팀도 조심스레 현장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화재가 난 시간은 26일 오후 8시 20분쯤.
이 화재로 리튬이온배터리 384개가 소실되고, 647개 업무 시스템이 현재까지 서비스가 중단되고 있다.
국정자원은 2022년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같은 유형의 사고를 막기 위해 리튬이온 UPS 배터리를 지하로 이전하는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전체 6개 조로 나뉜 배터리 중 1차 조는 이미 지하로 이동을 완료했고, 이번에 두 번째 작업.
작업자는 지하 이전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전원을 차단했지만 배터리 모듈에 원인 불명의 불꽃이 튀었고 이내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 화재로 서버 랙 16개에 설치된 배터리 모듈이 전량 소실됐다.
정부의 전자행정 시스템이 중단되거나 장애를 일으켰다.
국정자원 관계자는 "2010년 도입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본적으로 열과 압력에 취약한 구조"라며 "이번 사고 당시에도 사람에 의한 초기 대응과 자동 가스 분사 등 최소한의 대비책은 마련돼 있었지만 리튬이온 배터리 자체의 근본적인 한계로 인해 현재와 같은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