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 통합'을 말하는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손사래를 치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악수한 지 하루 만에 야당을 맹폭했습니다. 국힘 의원들 사이에는 정 대표에 대해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정 대표가 왜 이 대통령의 의중과 다르게 행동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악수 하루 만에 찬물 끼얹은 정청래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야당을 바라보는 시각은 결이 약간 다른 것 같습니다. 이 대통령은 8일 여야 대표 오찬 회동에서 "더 많이 가진 여당이 양보해야 한다"며 여야 간 협치를 주문했지만 정 대표는 대야 관계를 파행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내란'을 무려 26번이나 언급하며 국민의힘을 '내란당'으로 규정했습니다. 전날 대통령실 오찬 회동에서 야당 대표와 웃으며 악수했는데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정 대표는 10일에는 양당의 원대대표가 합의한 '3대 특검법 수정안'도 파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협치에 대한 의지와 능력이 없는 양당이 국회를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면서 "명청대전(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의 싸움)이라는 한심한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그 오랜 격언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대통령-"대통령은 국민을 통합하는 게 가장 큰 책무죠. 제가 그냥 듣기 좋으라고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8일 용산 대통령실 여야 대표 오찬 회동)

■정 대표-"이번에 내란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 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릅니다. 명심하십시오."(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이 대통령-"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에 따라 통합의 정치와 행정으로 나아가겠습니다."(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검찰청 해체나 방송법 개정에 대해서도 속도 차이가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국민 공감대 등을 거론하며 속도조절을 주문했지만 정 대표는 속전속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민감한 쟁점 사안의 경우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속도를 내더라도 졸속이 되지 않도록 챙겨 주십시오."(8월 18일 검찰개혁과 관련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

■정 대표-"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해체되었다'라는 기쁜 소식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님의 결단에 감사드립니다."(8월 21일 페이스북)

정 대표는 때리고, 이 대통령은 말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지점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어떤 정치적인 '역할 분담'이 있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이를 두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9일 정 대표를 겨냥해 "여의도 대통령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동훈 등 역대 당 지도부 모두 사과

정청래 대표는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을 '내란 프레임'에 가두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9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는 동안 내란을 26번이나 언급했습니다. "국민에게 '우리가 잘못했다'고 진정 어린 사과를 하라"며 "이번에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명심하라"고 경고했습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3대 특검법 수정안 합의'를 파기한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이 위헌이라는 데는 별로 이견이 없지만 내란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지켜봐야 하는데요.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국민의힘을 '내란 프레임'에 꽁꽁 묶어두고 정국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의도입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 그동안 여러 차례 사과를 했습니다. 한동훈 대표부터 권영세·김용태·송언석 비대위원장까지 모두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김문수 대선 후보도 대선 과정에서 언론인터뷰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거듭 사과했습니다. 그런데도 정 대표는 한 번도 사과를 하지 않은 것처럼 계속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①한동훈 대표-"당 대표직을 내려놓겠습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으신 모든 국민과,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분들께 진심으로 많이 죄송합니다."(2024년 12월 16일 당 대표 사퇴 기자회견)

②권영세 비대위원장-"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불안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합니다."(2024년 12월 30일 비대위원장 서면 취임사)

③김용태 비대위원장-"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의 계엄이 잘못됐다는 것, 그리고 당이 대통령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마땅한 책임을 지우지 못했다는 것을 과오로 인정합니다. 젊은 보수 정치인으로서 뼈아프고 반성합니다."(2015년 5월 12일 중앙선대위 발대식)

④김문수 대선 후보-"경찰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국가적 대혼란이 오기 전에는 계엄권이 발동되는 건 적절치 않습니다. 진심으로 정중하게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2025년 5월 15일 국회 기자회견)

⑤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불법 비상계엄과 이로 인한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까지 국민께 많은 실망을 안겨드렸습니다. 국민의 뜻을 온전히 받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2025년 7월 2일 비대위원장 취임식)

◇김용태, "이 대통령과 각 세울 준비하는 것"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행보를 둘러싼 정치권의 반응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민주당 의원들은 당정대 일치를 강조하면서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 채널A 정치시그널 캡처.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정청래 대표가 극단적인 세력들을 기반으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것을 준비하는 거 아닌가에 대한 추측도 들고, 이걸 기반으로 나중에 민주당에서 무언가 헤게모니 싸움에 나서려는 것 아닌가에 대한 그러나 추측들을 많이들 해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10일 채널A 라디오쇼)

■홍석준 국민의힘 전 의원-"대통령께서 만든 그 여야 회담 자체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게 된 것 아닙니까? 결론은 정청래 대표는 여야 협치 내지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의 성공보다는 본인의 정치를 간다. 본인의 지지층,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국민의힘을 내란 당으로 몰아가서 가겠다 그런 선언한 게 아닌가 봅니다."(10일 BBS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말 같은 소리를 하셔야죠. 계엄에 대해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권영세 비대위원장, 김용태 비대위원장, 김민수 대선 후보 모두가 다 사과했었어요. 큰절도 하고 사과도 하고 그리고 진짜 사과라는 주장은 내란 프레임을 이제 강화하려는 그런 정치적 수사다."(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명청갈등이 아니지요. 대통령은 모든 국민을 이렇게 하나로 묶어내는 역할을 하는 자리이고, 당은 또 당의 정체성을 가지고 정치활동을 하는 조직이고 하다 보니 약간 결이 다를 수 있으나 큰 틀에서는 크게 다른 것이 없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10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김현정 민주당 의원-"내란이 종식돼야지 국민통합이 가능한 거고 내란 통합과 여야 간의 협치라든지 소통과는 서로 저는 상반되는 건 아니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국민의힘에서도 자꾸 예전 내란과 절연하고 불법 비상 개헌과 관련된 각종 특검의 수사에도 협조하는 그런 모습들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10일 YTN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

■한민수 민주당 의원-"한 곳에서는 여의도 대통령 하나는 명비어천가 그냥 하나만 하십시오. 저희는 그 한 몸과 같습니다, 당정대는. 그래서 누구 하나가 앞서 나간다. 누구 하나가 잘 되면 누가 뭐 그렇다 그거는 본인들의 계산법입니다."(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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