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희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간호부 파트장
유경희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간호부 파트장

전국의 병원들을 대상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관하는 환자경험평가가 한창 진행 중이다.

오는 12월까지 이어지는 이번 평가는 2017년 첫 도입 이후 2년마다 꾸준히 진행되어, 어느덧 다섯 번째를 맞이하게 됐다.

'환자경험'이란, 병원을 찾는 순간부터 치료가 끝나는 날까지 환자가 몸으로 겪고 마음에 새기는 모든 과정을 말한다. 의료진의 한마디 위로, 세심한 손길, 기다림 속의 배려까지 이 모든 과정이 환자경험인 것이다.

이 평가의 핵심은 화려한 시설이나 복잡한 절차가 아니라 예의와 존중 그리고 배려와 위로, 공감 같은 정서적 지지에 힘을 실은 인적 요소이다.

입원 중인 환자는 어제의 일상이 오늘은 병상으로 바뀌어 하루를 맞이한다. 그 곁에서 간호사는 그들의 불편함을 이해하고 위로와 공감으로 정서적 지지를 건네며, 치료의 과정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많은 순간을 함께한다.

공감은 누군가의 마음 공간에 잠시 머무는 것이라고 한다.

환자의 일상이 병상 속 하루로 바뀌고 그 하루가 다시 치료 과정으로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환자가 감당해야 할 불편함과 고통을 공감하며 그들의 치료적 경험을 함께 나눈다고 생각해보자.

이른 새벽, 담당 간호사는 작은 발소리조차 환자의 잠을 깨울까 조심스럽게 병실을 돈다.

그러다 문득 창가 침상에 옆으로 누워 있는 연세 지긋한 할머니의 왜소한 어깨가 눈에 들어온다.

"○○○님, 괜찮으세요? 불편하신 건 말씀해주세요."

간호사를 바라보는 걱정스러운 눈빛과 표정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스친다. 그리고 힘없이 흩어진 머리카락은 담당 간호사의 마음에 안쓰러움으로 잠시 머문다.

건강하던 환자의 일상은 어떠했을까. 이 시간쯤이면 세수를 하고, 아침 식탁에 앉아 하루를 계획하곤 했을까.

이런 생각이 이어지다 문득, 치료 과정 속에서도 일상의 한 조각을 찾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차오른다.

"○○○님, 잘 주무셨어요? 오늘은 어제보다 좀 편안하세요? 오늘도 얼마나 고우신지, 거울 한번 보고 치료를 시작해볼까요?"

정말 거울을 챙겨올 것 같은 간호사의 행동에 걱정으로 가득했던 눈빛은 이내 미소로 채워진다. 진심 어린 말 한마디에 수줍게 웃는 환자를 살피며, 담당 간호사는 혹여 또 다른 불편함은 없는지, 어제와 달라진 것은 없는지 마음과 눈과 귀로 세심히 살핀다.

평범한 일상에서 병원을 찾아와 낯선 경험을 하고 있는 환자에게,

"○○○님, 오늘은 좀 어떠세요? 뭘 더 도와드릴까요?"

눈을 맞추며 전하는 짧은 말 한마디는 마법처럼 환자에게 힘을 불어넣는다.

우리가 건네는 따뜻한 한마디는 환자의 지친 마음에 숨을 고르게 하고, 다시 일어설 힘과 치료를 함께 걸어가게 하는 발걸음이 된다.

오늘도 병원을 찾아온 환자들에게 마음을 전해보자.

"나는 간호사입니다, 당신을 도와줄게요. 내 마음이 보이나요? 당신의 건강을 진심으로 바랍니다."

따뜻한 눈빛과 위로의 말 한마디가 낯선 병원 생활 속에서 작은 등불이 되기를 바라며, 항상 그래 왔듯, 오늘도 간호의 돌봄으로 환자중심의료를 실천해본다. 유경희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간호부 파트장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