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연 대전자생한방병원 병원장
김창연 대전자생한방병원 병원장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면서, 더위를 식히기 위한 다양한 물품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중 통풍이 잘되는 샌들이나 슬리퍼는 여름철 대표 인기 아이템으로 꼽힌다. 실제 한 패션 브랜드에 따르면, 최근 샌들과 슬리퍼의 초도 물량 중 70% 이상이 판매됐으며, 매출 역시 전년 대비 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처럼 얇고 가벼운 여름 신발은 발 건강에 해가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얇은 밑창의 샌들이나 슬리퍼는 충격 흡수 기능이 약하고, 발바닥 아치를 지지해 주는 기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보행 시 족저근막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가해질 수 있으며 뒤꿈치 고정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이 뒤틀리거나 쓸리는 등 불안정한 보행이 반복될 수 있다. 이는 족저근막에 미세한 손상을 초래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족저근막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족저근막염은 발바닥 아치를 유지해 주는 두꺼운 섬유띠인 족저근막에 미세한 손상이 누적되며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주로 발뒤꿈치 내측에서 통증이 시작되며, 아침에 첫발을 내디딜 때 극심한 통증이 특징이다.

한의학에서는 족저근막염을 단순한 국소 염증으로 보지 않는다. 발은 기혈 순환이 말단에서 정체되기 쉬운 부위로, 오래 서 있거나 반복적으로 무리를 주면 체내 습(濕)과 열(熱), 혹은 어혈(瘀血)이 쌓이며 통증을 유발한다고 본다. 특히 여름철 높은 습도와 땀이 많은 환경은 이러한 병리적 요인을 더 쉽게 악화시킨다. 즉, 족저근막염은 단순한 발의 문제가 아니라 체내 순환과 노폐물 정체가 함께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에 한의학에선 침·약침 등과 같은 한의통합치료로 족저근막염의 증상을 호전시킨다. 특히 발바닥 통증 부위에 위치한 연곡혈과 종아리 부위 비복근에 약침을 놓으면 근육 긴장을 풀어주고 근막에 발생한 염증을 완화시켜주는데 효과적이다. 실제 자생한방병원이 '척추신경추나의학회지'에 게재한 임상 증례 논문에 따르면, 족저근막염 환자를 대상으로 약침 치료를 4회 실시한 결과, 통증숫자평가척도(NRS/0-10)가 치료 전 10점(심한 통증)에서 치료 후 2점(가벼운 통증)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와 함께 일상 속 관리도 중요하다. 발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쿠션감 있는 신발을 선택하고, 굽이 낮거나 단단한 신발, 고정력이 약한 슬리퍼나 플립플롭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출 후에는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거나, 발바닥과 종아리를 부드럽게 마사지해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것도 좋다.

족저근막염은 한 번 발생하면 쉽게 낫지 않고 만성화되기 쉬운 질환이다. 만약 장시간 샌들이나 슬리퍼를 신은 후 통증이 느껴진다면 이를 단순한 피로나 일시적인 증상으로 넘기지 말고, 전문적인 진료를 권해본다. 김창연 대전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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