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숨 작가, 신작 '무지개 눈' 출간

김숨 작가. 마그앤그래 제공
김숨 작가. 마그앤그래 제공

사람들은 현상과 사물 등 수많은 대상의 존재를 시각을 통해 본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은 다르다. 빛과 어둠을 느끼지 못하는 전맹, 저시력자, 중복장애인 등 시각 장애를 지닌 이들은 저마다 다른 미지의 감각으로 존재를 본다.

김숨(51) 작가는 시각장애인들이 어떻게 존재를 인식하고 세상을 바라보는지 알기 위해 연작소설 '무지개 눈'을 펴냈다. 다양한 시각장애인을 만나며 작품을 펼친 김 작가에게 소회와 비전을 들어봤다.

- 이번 연작소설 '무지개 눈'이 문단에서 주목을 많이 받고 있다.

"아무래도 시각장애인들의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통상 시각장애인은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이라고 뭉뚱그려 생각한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의 스펙트럼은 넓다. 전맹, 저시력자, 중복장애인 등 다양하다. 그리고 이분들이 갖고 있는 불편함과 상실감도 다르다. 무지개 눈에선 여러 정체성을 보여주려고 했다."
 

- 이번 작품을 쓰게 된 계기는.

"4-5년 전쯤 시각장애인에 대해 궁금해졌다. 시각장애인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후 소개를 받아 무작정 만났는데, 대화를 해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풍성했다. 그래서 처음 만난 분에게 한정하지 않고 다른 정체성을 지닌 시각장애인을 찾았다. 실제로 만나보면 시각장애인들은 눈으로만 보고 있지 않은 것이지, 귀로 보고, 살갗으로 보고, 온몸으로 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이런 시각장애인들의 본다는 행위를 담기 위해 작품을 썼다."

- 5명의 시각장애인의 '다름'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 시각장애인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장애라는 불편함이 더해지면서, 또 다른 정체성이 형성되는 것 같다. 처음 만난 시각장애인은 선천적 전맹인 여성으로 두 아이를 키우셨다. 그걸 보면서 장애의 '한계'라는 단어에 폭력성을 생각하게 됐다. 두 번째는 후천적 전맹이다. 그분은 시력을 상실하면서 느꼈던 좌절과 극복을 말해줬다. 세 번째는 전맹과 지체장애를 지닌 중복장애인이다. 이 사람은 매우 뛰어난 머리와 좋은 성격을 갖고 있었는데, 타 전맹인과 달리 지체 장애로 인한 답답함까지 더해졌다. 네 번째는 전맹인데 안마사로 일하며 취미로 기타를 치시는 분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직업을 갖고 취미로 기타를 치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저시력자인데, 이분은 전맹인과 비장애인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못한다. 또 언젠가 시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불안감도 갖고 있다. 이처럼 시각장애인들의 각기 다른 모습을 표현했다."

-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말이 '본다'인 것 같다.

"시각장애인들은 본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우리의 생각과 달리 이 표현에 머뭇거림이 없다. 아마 사람들이 본다고 표현하고, 책에서도 나오기 때문에 관용적으로 쓰는 것 같다. 그런데 시각장애인과 대화하면서 밖으로만 향해있던 시선이 안으로 향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즉 본다는 행위가 외부로만 향해있는 게 아닌, 자신의 내부로도 향할 수 있다는 걸 이분들이 알려줬다. 또 시각장애인들은 눈으로만 보는 행위를 못 할 뿐이지, 귀와 코, 살갗, 머리카락으로 모두 보고 있다고 느꼈다."

- 다양한 장르로 표현된 다섯 편의 소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시각장애인과 대화할 때 나온 영감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형식으로 소설을 썼다. 가끔은 만난 자리에서 즉시 소설을 작성하기도 했다. 시각장애인들이 들려주는 내용을 재해석하게 되면 이분들에 대해 평가나 판단을 내릴 것 같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래서 형식을 자제하지 않고 쓰고 싶은 대로 쓰게 됐다."

- 등단 이후 20편 이상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뿌리 뽑힌 사람이다. 본인의 자리에서 뿌리뽑히고, 또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한 사람들이다. 대표적으로 위안부 할머니 피해자가 있다. 이들은 10대에 뿌리를 뽑혔다. 또 우리나라 내 이주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노동에서 뿌리 뽑혀 돌아다니는 분들도 집중하고 있다."

- 작가로서 심신의 고단함을 어떻게 달래는가.

"걷는 걸 좋아한다. 고단함을 달래는 법은 산책하는 것이다. 또 글쓰기와 연결된 작업이긴 한데, 여행 겸 답사도 몇 년 전부터 즐기고 있다. 지난한 작업의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는다. 아울러 이번 연작소설처럼 소설을 쓰기 위해 만나야 할 사람들을 보는 것도 귀한 선물이다."

- 일각에선 서사보단 이미지에 집중하는 '시적이다'라는 평이 나온다.

"솔직히 말하면 소설 쓰기를 제대로 배워보지 못했다. 또 소설책도 많이 안 읽어봤다. 그러다가 어느 날 소설을 쓰고 싶어졌다. 쓰고 싶은 대로 소설을 썼는데, 그게 등단이 됐다. 아마 '시적이다'라는 표현은 대학생 때 시 동아리를 활동하며 생긴 것 같다. 소설에 대해 모르는 상태에서 시를 습작하던 습관을 갖고 소설을 쓰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소설을 제대로 배워보지 못한 채 시를 습작하던 버릇으로 인해 이런 평가가 나오게 된 것 같다."

- 지역 작가 지망생에게 하고 싶은 말은.

"어떤 소설을 독자들이 원하는지, 또 어떤 작품이 등단 되는지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내 안에서 터져 나오는 이야기를 쓰다 보면 나만의 형식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다. 이게 바로 습작 시기인데, 너무 지루해하지 말고 내 속도대로 집중해서 쓰면 좋은 글이 나올 것이다. 사실 저도 아직 습작 시기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작성했던 소설의 미숙한 점을 발견하고 발전해 나가고 있다."

- 다음 작품은 어떤 테마인지.

"작년에 이주노동자를 만나 인터뷰한 적 있다. 올해엔 이들에 집중할 예정이다. 작년엔 답사 등으로 관심을 두지 못했다."

- 대전일보 독자와 지역민에게 한 말씀.

"태어난 곳은 울산이지만, 실제 고향은 대전이다. 대전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성인이 돼서 서울로 올라갔다. 그만큼 대전에 대한 애정이 깊다. 요즘엔 서울에서 대전에 대해 자랑을 많이 한다. 칼국수와 두루치기, 성심당 등을 얘기하면 뿌듯하다. 대전일보도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만큼 참 고마운 신문이다. 앞으로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김 작가는
김숨 작가. 백다흠 제공
김숨 작가. 백다흠 제공

1974년 울산에서 태어난 김 작가는 대전대(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서 당선된 '느림에 대하여'라는 작품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됐다.

현재까지 20편이 넘는 작품을 펴내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문학상과 대산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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