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는 외지에서 찾아오는 생활인구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24년 석장리 구석기 축제의 모습. 사진=공주시

# 지난 8월 충북 단양군 어상천면에서 큰 경사가 있었다. 2021년 7월 이래 1120일 만에 신생아가 태어난 것이다. 관내 20개 기관단체 관계자와 면사무소 직원들이 출산 가정을 찾아 기쁨을 함께하고 출생축하금을 전달했다.

# 2024년 대학입시 정시모집에서 정원미달 대학 35개 중 34개와 정원미달학과 학과 163개 중 162개가 비수도권 대학이었다. 광주광역시 6개 대학 36개 학과, 충남 5개 대학 15개 학과, 충북 4개 대학 6개 학과 등이 미달을 면치 못했다.

지방의 실상을 보여주는 뉴스들이다. 지방이 얼마나 쪼그라들고 어떻게 사라져가는지 알 수 있다. 지방이 철저하게 무너져가는데 정부의 기능이 과연 살아서 잘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은 국가정책의 대상이 아니거나 무시해도 되는 존재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충북 단양군 어상천면에서 3년만에 신생아가 출생, 지역민들이 축하하고 있다. 사진=단양군
충북 단양군 어상천면에서 3년만에 신생아가 출생, 지역민들이 축하하고 있다. 사진=단양군

□ 인구감소는 수도권과 무관한 지방의 문제
대한민국의 가장 큰 국정 현안 중의 하나가 인구문제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 신생아 수는 23만 명이었다. 출산율은 38개 OECD 국가 중 최하위이고, 신생아 23만명은 1958-71년 사이 100만명 대의 1/4에도 못미친다. 이대로 가면 2072년에는 인구가 3622만명으로 급감해 약 100년 전인 1977년(3641만명)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인구소멸은 지방소멸을 뜻한다.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데도 전 국토의 11.8%에 불과한 서울 인천 경기 수도권은 여전히 사람이 몰리고 경제가 더욱 집중되고 있다. 2019년 11월 총인구 중 수도권이 절반을 넘어선 이래 20년 50.2%, 21년 50.4%, 22년 50.5%, 23년 51%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 집중의 가장 큰 요인은 일자리 때문이다. 전체 사업자의 49.1%, 본사·본점의 55.9%, 100대 기업 본사의 86%, 1000대 기업 본사도 75%가 수도권에 위치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취업자의 51.6%가 수도권에서 일하고 있다. 2022년 총수출 6836억 달러의 72.3%를 수도권 기업이 차지했다. 기업과 일자리, 돈이 있으니 인구가 계속 수도권에 몰려드는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은 '재산'에서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 지난해 수도권 가구의 평균 자산은 6억5908만원으로 비수도권 가구 3억9947만원)보다 65.0%나 많았다.

왜 지방은 인구가 줄고 수도권은 늘어나며, 지방은 왜 가난하고 수도권 사람은 부자가 됐나?

지방이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농지에 대한 규제이다.

헌법 제121조에는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 획일적 일방적 토지 규제, 지방 궁핍화 가속

2021년 10월 충청권 15개 시·군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2021년 10월 충청권 15개 시·군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이러한 취지에서 농지를 농업진흥구역과 농업보호구역으로 지정, 관리하는 등 소유와 이용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1년 LH 부동산투기 사태 때는 농지법을 강화하여 △농지취득자격심사 강화 △농업진흥지역 내 주말·체험 영농 목적의 농지 취득 제한 △투기목적 확인시 즉시 처분 명령 및 이행강제금 상향 △농지위원회 설치 등을 담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지방의 농지 이용과 거래를 지나치게 막고 있다는 점이다. 농지법이 개정된 이후 거래량이 2021년보다 2023년에 47%나 줄었고, 농지 가격도 24.3%나 떨어졌으며, 귀농가구도 27.1% 급감했다. 투기는 도시민과 공직자, 공공기관 종사자 등이 했는데 엉뚱하게 농민들이 큰 피해를 보고, 도시민의 귀농을 가로막는 상황이 빚어졌다. 농지 가격이 크게 떨어졌을 뿐 아니라 살 사람이 없어 팔지도 못하는 것이다.

특히 20년 만에 부활한 농지위원회는 위헌적 제도라는 평을 듣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의 농지 거래나 농업법인 및 관외 경작자의 농지 취득 시에는 지역농민·전문가로 구성된 농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한 농민은 "투기를 한 사람을 처벌하면 됐지 왜 농민들이 땅도 못팔게 하느냐?"며 "이런 식이라면 아파트 투기가 일어나면 주택위원회, 상가 투기가 일어나면 상가위원회를 둬서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지방의 유일한 자산인 토지의 이용과 거래를 수도권이나 대도시처럼 획일적이고 과도하게 규제, 지방과 지방사람(농업인)의 궁핍화를 낳고 있는 것이다.

□ 예타제도도 인구 적은 지방 현실과 괴리
최근 은행가의 획일적 대출 규제도 지방을 멍들게 하고 있다. 지난 9월 금융당국은 수도권 일각의 집값을 잡겠다며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를 시행했는데 이로 인해 지방 건설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10월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 6만 5836호 중 78.8%가 지방 물량이었다. 수도권에만 적용해야 할 규제를 지방까지 적용,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지방 건설경기의 씨를 말리는 꼴이 됐다.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비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대형사업의 추진 여부를 가늠하는 예비타당성제도도 지방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재부가 KDI 등에 의뢰하여 평가를 진행하는데 지방은 인구가 적어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날이 갈수록 지방은 도로와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과 병원, 스포츠, 문화시설 등을 짓는 게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중앙정부의 공모사업도 지방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단적인 예로 국토부가 주관하는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선도사업의 경우 대전시도 대전조차장과 대전역에 대한 제안서를 냈지만 선정된다 해도 성공 가능성은 낮다. 철도부지 개발 수익으로 대전조차장 1조4000억원, 대전역 6000억 원의 사업비를 충당하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인구가 많은 수도권은 자체 수익으로 사업비를 댈 수 있지만 지방 도시는 국비지원이 없다면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 낡은 제도 개혁, 균형발전·지방분권 담아야
중앙집권적 제도와 획일적인 국정 운영이 계속되면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은 아파트 한 채에 수십억원, 산업부지 1평(3.3㎡)이 수백만 원에 이르고, 지방은 인구가 줄어 시·군 지방자치단체를 유지하기도 어렵게 돼가고 있다. 수도권의 과밀로, 지방은 인구 감소로 공멸하게 될 지도 모른다.

정부가 전국 89개 시군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 고시하고, '인구소멸위기지역 지원 특별법'까지 제정했지만 지방을 제대로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새로운 시대 흐름에 맞게 국정의 틀을 전면적이고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현행 법과 제도, 국정운영 방식은 농업과 산업화시대의 산물이다. 지금까지 전국을 하나로 묶어 중앙정부가 일사불란하게 통제하고 이끌어 압축성장의 신화를 달성했지만 21세기 지식정보화와 4차산업 시대에는 획일성보다는 다양성과 자율성, 창조성이 더 중요하다. 예전에는 선진국만 따라잡으면 됐지만 이제는 선진국의 일원으로서 국가와 지방이 각자 스스로 방향을 설정하고 정답을 찾아야 한다. 중앙집권적 획일적 국가에서 지방분권적 다양성의 국가로 변해야 하는 것이다. 모방에 기초한 위로부터의 일사불란한 추진 방식이 아니라 창조와 혁신을 기반으로 한 아래로부터의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중앙정부가 계속 수도권 시각에서 국정을 펼칠 경우 지방은 더욱 피폐해지고 쪼그라들 것이다. 강한 것을 억제하고 약한 것을 북돋운다는 뜻의 '억강부약(抑强扶弱)'이 국가운영의 푯말이 돼야 한다. 수도권은 억제하고 지방은 회생할 수 있도록 돕고 부양해야 할 시점이다. 농지와 금융 규제 등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게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으로 이원화하여 추진하는 게 마땅하다.

헌법에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앞장서 전국이 고루 잘사는 나라를 실현하도록 노력하고, 지방정부가 지역문제를 자율적이고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자치조직과 자치 인사·재정·계획·행정 등을 폭넓게 허용할 필요가 있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어려울 만큼 지방 소멸위기가 중증에 처해있음을 절감해야 할 것이다.

전국 30여개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디지털관광주민증을 발급하고 있다.
전국 30여개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디지털관광주민증을 발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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