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학 필한방병원 원장(한방내과 전문의)
김재학 필한방병원 원장(한방내과 전문의)

작년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12만 5526명으로 보고됐으며, 최근 5년간 14%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파킨슨병은 주로 60대 이상에서 발병하며, 환자의 90% 이상이 노년층이다.

파킨슨병은 뇌간 중앙에 위치한 흑색질(黑色質)에서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손상돼 발생하는 중추신경계의 퇴행성 질환이다. 이 병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유전 요인은 10% 미만으로 대부분 가족력이나 유전자 이상 없이 발생한다. 주요 증상으로는 떨림, 근육 및 관절의 경직, 행동이 느려지는 서동증, 그리고 자세불안정성이 있으며 파킨슨병의 4대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보행장애, 인지기능저하, 자율신경계 장애, 구부정한 자세, 무표정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을 가진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하면, 다른 질환과의 감별진단을 위해 뇌 자기공명영상(MRI)과 양전자단층촬영(PET-CT) 같은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들은 초기에 환자가 증상을 명확히 인지하기 어렵고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으며, 명확한 4대 증상 없이 보행장애, 인지기능저하, 자율신경계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조기에 진단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계가 약 60% 이상 소실된 후에야 비로소 증상이 명확해지기 때문에, 신경계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파킨슨병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

파킨슨병 환자는 오래전부터 전조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후각장애, 수면 중에 크게 소리치거나 팔다리를 휘저으며 잠꼬대를 하는 렘수면행동장애, 변비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증상들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간과될 수 있어, 병원을 방문하여 검사를 통해 파킨슨병을 진단받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파킨슨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올해 발표된 국내 연구에 따르면,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를 최대 9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뇌파검사만으로도 치매 또는 파킨슨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머신러닝 모델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이 연구는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뇌파검사를 통해 발병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작년 대법원에서는 한의사의 뇌파 측정기 사용이 가능하다는 판결이 나왔으며, 최근 한의원과 한방병원에서는 뇌파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맞춤 치료를 시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파킨슨병 환자가 각기 다른 증상을 보이더라도, 환자마다 다른 비정상적인 뇌파에 따라 추나치료, 한약치료, 약침치료, 침치료, 부항치료 등을 시행한다면 더욱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 기대된다. 김재학 필한방병원 원장(한방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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