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보는 공기가 달라졌다. 최근 5년 사이 꼴찌(9-10-10-10-9)를 전전하다 보니 매년 전문가들의 순위 전망에서 박한 예상 등수를 받았고, 야속하지만 그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한화이글스. 그러나 올해는 확실히 다르다. 순위 싸움을 해볼 만하다. 스토브리그를 씹어 삼킨 '코리안몬스터' 류현진의 친정 복귀 소식은 단번에 한화이글스를 날게 했다. 류현진 효과로 한화이글스의 가을야구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류현진을 다시 품은 한화이글스가 올해 KBO리그 판도를 흔들 구단으로 부상하는 이유다.

지난해 시즌 중반 경질된 수베로 감독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최원호 감독. 오롯이 올해 풀타임을 준비하는 최 감독의 마음가짐이 새로울 수밖에 없다. 특히나 '보살팬'이라 불릴 정도로 팬덤이 남다르지만 매년 처참한 성적으로 팬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올해는 팬들의 서러움을 날리겠다는 게 최 감독의 포부다.

그는 "우리가 2018년에 3위를 한 이후부터는 최근 수년간 상당히 처참한 성적표를 팬들에게 내밀었다. 그래도 프런트에서 전력 보강을 차근차근 해줬고, 올해는 저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포스트시즌을 꼭 가야 되지 않느냐'하는 이런 비장함이 있다"며 "올해는 여태까지 받은 서러움을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시즌을 만들도록 한번 열심히 해보겠다"고 힘을 줬다.

최원호 감독의 목표는 5할 승률 이상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최 감독이 뽑은 키플레어는 투타 핵심인 류현진과 노시환이다. 류현진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상황에서 자칫 경기력이 안 나올 경우 선수단에 미칠 영향이 크고, 지난해 홈런왕 노시환도 활약에 따라 타선의 무게감이 달라질 수 있다.

그는 "류현진은 우리가 기대감이 너무 높기 때문에 시즌에 돌입했을 때 경기력이 안 나오면 실망도 클 것이다. 그러면 전체적으로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다"며 "노시환도 활약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타선의 전체 무게가 완전히 다를 수 있다. 그만큼 류현진과 노시환이 올 시즌의 키가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막바지 고심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선발투수와 타선 구상을 마쳤다. 이미 예고한 대로 1선발은 류현진이고, 올해도 함께할 용병 페냐, 산체스에다 지난해 신인왕 문동주까지 4선발은 쉽게 그려지는 그림이다. 마지막 퍼즐은 전지훈련 등을 통해 좋은 모습을 보인 김민우가 최 감독의 마음에서 앞선다. 무엇보다 그의 선발 경험을 높게 샀다.

최 감독은 "일단은 선발 중에 김민우가 최근 3-4년 동안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다. 지난 한 시즌에 어깨가 좀 안 좋아서 부진했는데, 그 전까지 3년 연속 150이닝을 던졌던 선수"라며 "지난 한 시즌 부진했다고 해서 바로 기용을 안 하는 것은 조금 아닌 것 같다. 일단 기준은 김민우가 컨디션이 나쁠 때 다른 선수들로 대체하는 것이지 컨디션이 좋으면 김민우가 먼저 자리를 차지해야 된다"고 했다.

5선발이 꾸려지면서 불펜의 뎁스 강화로 배가된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마무리 경합을 하고 있는 박상원과 주현상, 여기에 김범수, 이태양, 장민재, 한승혁, 윤대경, 남지민, 이민우, 김기중, 김서현, 황준서 등 한층 강화된 불펜 뎁스는 경기 중·후반 승부처에서 해볼 만한 힘을 갖췄다.

몇 개 포지션이 고민이지만 타선 2-6번까지는 최 감독의 머리 속에 있다. 노시환을 중심으로 20홈런 이상을 때려줄 주장인 채은성, 롯데에서 수혈한 안치홍, 스위치로 중장거리형 타자인 용병 페레자, 지난해 고졸 신인으로 100안타 이상을 친 문현빈까지 2-6번 타순에 포진할 전망이다. 1번과 7-9번까지 하위타선은 고민 중이라는 최 감독이다. 다만, 하위타선 한 자리는 주전포수인 최재훈 몫이다.

최 감독은 "좌익수를 1번으로 쓰려하는데 정은원과 최인호 둘 중 한 명을, 외야 한 자리는 이진영을 생각했는데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타격 컨디션이 안 좋아 대비책으로 김태연이나 임종찬, 김강민을 생각하고 있다"며 "유격수도 하주석을 먼저 쓸지, 이도윤을 쓸지, 백업포수로 이재원과 박상언 중 누구를 쓸지의 결정이 남은 상황"이라고 했다.

최 감독은 전체 1순위로 입단한 신인 황준서의 활용도 밝혔다.

그는 "황준서가 일단 되게 좋은 재능을 갖고 있는 선수고, 지금 불펜으로 가도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을 하는데, 전체 1순위 선수라 구단의 생각을 반영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김민우가 5선발로 확정이 됐을 때 구단과 상의를 해서 불펜에서 바로 쓸지, 퓨처스를 가서 선발 수업을 할지, 그거는 조금 논의를 한 이후에 결정을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용병들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새로 합류한 페레자는 에너지가 넘치고, 지난해 함께 했던 페냐, 산체스도 100만 달러 선에서 데려올 수 있는 용병 중에는 뒤쳐지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페냐, 산체스를 재계약한 이유다.

최 감독은 "페레자는 에너지가 좋다. 우리가 기대하는 '잘하지 않을까'하는 쪽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다. 나이가 어리다 보니 아무래도 부상의 우려가 적고, 팀원들하고도 융화를 잘해서 상당히 기대가 많이 된다"면서 "용병 투수는 100만 달러 선에서 데려올 수 있는 용병 풀이 그리 많지 않다. 기존 선수들보다 낫다고 판단을 해야 바꾸는 건데 페냐, 산체스와 비교했을 때 검토한 용병들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굳이 모험을 걸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재계약을 선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SSG랜더스에서 영입한 베테랑 김강민과 이재원이 여러모로 투자 대비 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김강민과 이재원은 현장에서 필요한 선수라고 판단을 했고, 그래서 잡은 것"이라며 "1억 원과 5000만 원에 김강민, 이재원과 계약을 했는데 이만한 금액으로 이 선수를 데려올 수 있겠나. 우리가 투자한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팀에게 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 감독은 팬들을 위해 2018년 포스트시즌 진출 후 보낸 암흑기를 올해는 반드시 끊겠다는 다짐이다.

최 감독은 "일단은 포스트시즌에 들어가야 그 다음 스텝에 대한 희망이 있는 거니까 목표는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며 "성적이 좋지 않은데도 매년 열성적으로 응원해 주시는 팬들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올해는 꼭 팬들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비장한 마음으로 1차 목표인 포스트시즌 진출 선물을 팬들에게 할 것이다. 경기장을 많이 찾아주시고 변함없는 응원을 바란다"고 부탁했다.  정리=진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