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선실세' 몸통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어제 자진 입국을 했다. '몸이 안 좋아 당분간 귀국이 어렵겠다'고 했던 며칠 전 인터뷰 내용과는 전혀 다른 의외의 행보가 아닐 수 없다. 독일로 출국한지 57일 만에 최씨가 전격 귀국을 선택한 배경엔 거세지는 여론압박과 본격화된 검찰수사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 박 대통령의 청와대 수석비서진들의 일괄사표 지시도 외면 할 수 없는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같이 급변한 상황에 해외서 도피생활을 고집한다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최씨 귀국으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탈것으로 기대를 하지만 녹록한 모양새는 아니다. 최씨는 귀국하자마자 변호인을 통해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겠으며 국민께 사죄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최씨의 귀국에 몇 가지 의문을 떨칠 수가 없다. 당분가 외국에 머물겠다고 해놓고 전격적으로 입국한 진짜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검찰 소환이나 체포가 아니라 국민의 눈을 피해 비밀리에 자진 귀국한 형식이다. 여기에 "하루정도 몸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자 검찰이 "30일(어제)은 소환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대목이다.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이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수사를 늦춰달라고 요청했다는 당당함이 국민들에겐 또 다른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여당마저 수사에 조속히 응해 진실규명에 협조해달라고 하는 마당에 '하루 쉬겠다'는 최씨와 그것을 허락한 검찰, 뭔가 미덥지가 않다.

드러난 사실과 범죄의혹만 보더라도 최씨는 입국 즉시 체포되어야 마땅했다. 휴식도 검찰의 보호아래 줬어야 하는 일이다. 하루 동안의 말미를 줌으로써 검찰은 향후 수사에 그만큼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자칫 피의자들과 입을 맞추거나 증거인멸의 시간을 벌어준 것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즉각 출두와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검찰은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최씨 의혹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이미 알려지거나 인정한 사실에 대한 확인에 그쳐선 결코 안 될 일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