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에 대한 검찰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어제 미르·K스포츠 재단과 전국경제인연합 사무실, 최씨의 사무실과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다. 검찰은 우선 최씨의 황령 여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춘 뒤 청와대 문건유출, 청와대 인사개입 의혹, 딸 정유라씨 이화여대 입시·학사 비리의혹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새누리당이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최순실 특검`을 도입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하면서 검찰의 수사에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다.

검찰이 최씨 의혹에 대해 전방위 수사에 나섰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최씨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이 제기된 게 이미 3개월전이고, 사건이 배당된 지 21일만에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루어지면서 늑장수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 씨 등 핵심관계자들은 이미 해외로 도피한 상황이다. 최씨는 지난달 3일에 독일로 출국해 잠적한 상태이며, 미르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차은택씨도 현재 중국에 머무르고 있다. 전경련은 이미 두 재단의 해체를 선언한 뒤 일부 자료를 파기까지 했다. 독일로 도피한 최씨도 조직적인 증거인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씨 등 핵심관계자들이 자발적으로 귀국하지 않는 이상 수사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결국 검찰의 수사는 뿌리나 몸통은 손도 대지 못한 채 곁가지만 만지작거리다 끝날 수 있다. 지금까지 정국을 뒤흔든 `게이트`성 사건 때마다 검찰의 수사는 용두사미였다.

하지만 이번만은 다르다. 민간인인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 개입은 물론 인사와 정책까지도 간여했다는 것은 심각한 국기문란이자 국정농단의 문제이다. 이번에도 꼬리자르기식의 수사로 끝난다면 국민들이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검찰 역시 `정치검찰`이라는 굴레를 영영 벗어날 수 없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 검찰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최씨 의혹에 대한 철저한 규명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참담함에서 벗어나고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임기인 1년4개월동안 식물정부 사태를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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