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68년 역사상 첫 여성총장 27일 4년간 임기 마치고 이임
국가거점국립대 본연 역할에 지역과 서로 상생하는 노력도
치대 설립 마무리 못해 아쉬움 남은 기간 매 순간 최선 다할것

이 진 숙 충남대 총장

대담=박계교 디지털뉴스2팀장

 

오는 27일 임기를 마치는  이진숙 충남대 총장이 15일 총장 접견실에서 "지난 4년 제19대 총장으로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충남대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며 소회를 밝히고 있다. 김영태 기자 
오는 27일 임기를 마치는  이진숙 충남대 총장이 15일 총장 접견실에서 "지난 4년 제19대 총장으로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충남대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며 소회를 밝히고 있다. 김영태 기자 

 


역사에 기록되는 최초라는 타이틀. 당사자들의 입장으로 보면 그 무게감만큼이나 부담이 크다. 4년 전 이진숙 총장도 충남대 68년 역사상 '첫 여성총장'이라는 왕관의 무게를 짊어졌다. 이달 27일 이임을 앞둔 그는 "그때로 돌아가 보면 제가 총장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없었다. 총장이 된 후 한순간도 편한 적이 없었지만 열심히 일했고, 보람도 축척이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총장이 취임 후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지역이다. 대전·세종·충남 국가거점국립대학으로 지역에서 사랑받는 대학, 지역과 소통하는 대학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다는 그다. 그래서 최우선적으로 만든 게 지역협력본부다. 당장 성과나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아니었지만 충남대가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역할을 찾기 위함이었다. 지역사회와 지역혁신의 플랫폼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답하기 위한 노력이다. 신임 교수들이 오면 지역대학 교수라는 정신교육(?)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다.

이 총장은 "국가거점국립대는 인재양성과 연구라는 대학 본연의 역할에 더해 지역의 산업, 경제, 문화, 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혁신거점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우리 대학이 지역과 융화되지 못하고 겉도는 모습을 보이다 보니 반성할 부분도 많았다. 지금은 지역민들에게 우리 대학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 같다"고 했다.

잠을 자면서도 충남대 생각만 할 정도로 4년 동안 진력을 다했다는 이 총장은 고민의 성과가 4년간 켜켜히 쌓였다. 전국 최초 초광역 캠퍼스 구축이 가장 주목된다. 70여 년간 중심이 돼 온 대덕캠퍼스와 보운캠퍼스에다 'AI-ICT 및 융합생명과학특성화 캠퍼스가 될 세종공동캠퍼스', '대전 과학비즈니스벨트 신동지구 내 바이오산업 융합 클러스터 역할을 하게 될 신동캠퍼스', '해양 수산 및 수의축산 연구 특성화 역할을 수행할 내포캠퍼스'까지 대전-세종-충남을 아우르는 국가거점국립대로 토대 마련이다.

해외로 발길을 돌린 '글로벌 오픈캠퍼스'도 눈에 띈다. 충남대는 지난해 베트남하노이과학기술대학과 'MOA 체결 및 글로벌센터'를 오픈한데 이어 인도네시아 가자마다대학, IPB대학, 말레이시아 모나시대학 등과 연이어 협약을 체결하는 등 국립대학의 글로벌 진출의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이 총장은 "글로벌 오픈캠퍼스의 경우 충남대는 물론 국내 대학이 국경의 경계 없이 고등교육 혁신을 이뤄내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아시아 지역의 우수 대학 및 학생들을 유치하고 충남대 재학생들이 글로벌 역량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여기에 정부재정지원사업과 연구·개발사업, 시설 및 인프라 구축 사업 등 지난 4년간 1조 2000억 원이 넘는 정부 재원지원은 학교 장기 발전의 튼실한 뒷받침이 되고 있다. 취임 첫 해 'CNU Honor Scholarship'이라는 장학제도를 신설해 우수한 학생이 신입생부터 박사과정까지 학업과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최고 2억 원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공고히 다졌다. 좋은 교육환경에서 인재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수학할 수 있는 선순환 시스템을 만드는 게 이 총장이 그리던 충남대의 미래 모습이다. 올해 취업률 발표에서 충남대는 국가거점국립대 중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CNU Honor Scholarship'은 첫 수혜 학생들을 배출한 것을 의미있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10년 이상이 걸리겠지만 이 학생들이 학부를 졸업하고 석사, 박사까지 공부해 충남대를 이끌어가는 우수 연구자로 돌아올 날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 총장이 많은 성과를 냈지만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다. 대표적인 게 정부가 비수도권 대학을 대상으로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30'이다.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전국 대학들의 관심이 온통 글로컬대학에 꽂혔다. '혁신'에 방점이 찍힌 글로컬대학30은 지난해 첫 지원대학 10곳이 발표되자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나 한 곳도 선정되지 못한 대전·충남권 대학의 충격이 컸다. 한밭대와 통합을 추진하는 등 많은 공을 들였지만 끝내 따내지 못해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이 총장은 "제가 취임을 하고 1년이 지났을 때부터 한밭대 총장에게 통합으로 가자고 얘기를 했고, 또한 대화도 많이 했다"며 "하지만 통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서로 수용해야 하는 부분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있었다. 지난해 글로컬대학 평가에서도 충남대와 한밭대 통합의 합의점이 좀 더 필요한 것으로 본 것 같다"고 당시를 반추했다.

한 번의 실패는 목표의 방향성을 더 또렷하게 했다. 이 총장은 완벽 통합이 없으면 글로컬대학30은 승산이 없다는 판단을 했다. 실무진에서 많은 논의를 했지만 좀처럼 진전되지 못했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게 양 대학 총장의 합의다. 이진숙 총장과 오용준 총장은 지난달 31일 충남대에서 '양대학 글로컬대학30 사업 및 대학 간 통합 추진을 위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그는 "글로컬대학30에 떨어진 후 교육부를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통합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대전시에서도 중재를 했다. 대전시도 통합이 없으면 글로컬대학에 지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통합 종용을 많이 했다"며 "그동안 양 대학의 통합 과정은 다소 부침도 있었고, 소강 국면에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둘이 안 가면 안 된다는 그 절박 마음은 똑같이 있었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오 총장과 만나 손을 꼭 잡고 무조건 통합의 의견을 모았다. 작은 부분에서 서로 양보를 하고 소통하며 통합이라는 과제를 이뤄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힘을 줬다.

이 총장이 답답한 건 치과대학 설립도 마찬가지다. 왜 유독 우리 지역만일까. 각 지역 거점국립대가 치과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반면 충청권만 없다. 수도권 230명, 호남권 270명, 경상권 100명, 강원권 40명의 치과대학 입학정원이 있지만 충청권은 사립대인 천안 단국대 70명 정원이 전부다. 거점국립대학인 충남대와 충북대만 없는 실정이다. 지역인재 선발 제도의 혜택도 못보다 보니 인재는 줄줄이 새고 있고, 지역민들도 치의료 서비스를 찾아 원정에 나서는 현실이 이 총장으로서는 안타깝다.

그는 "공약 사항인 치과대학 설립을 임기 내에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그나마 치과대학·치과병원 설립을 위한 범시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에 대학 및 병원설립 신청서를 제출함으로써 늦게나마 지역사회의 오랜 숙원사업을 풀 수 있는 물꼬를 튼 점은 성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2022년 충남대는 개교 70주년을 맞았다. 이 총장은 충남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담은 'CNU 비전 2050'을 발표했다. '새로운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국립대학교'다. 'K-Edu 대표대학', '글로벌 연구중심 대학', '지역성장 주도 혁신 대학', '초광역 캠퍼스 완성' 등 30년 간 충남대가 나아가아할 방향을 4가지 목표에 담았다.

이 총장은 "충남대는 지난 70년간의 양적 성장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대학 운영을 통해 질적 도약과 성숙을 이뤄내 100년을 향한 새로운 미래가치를 만드는 최고의 국립대학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강조했다.

이 총장은 학교 비전 설계 중심에서 이제 학교 발전의 징검다리 역할을 위해 충남대 일원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는 이달 27일 4년간의 임기를 마무리 하고, 이임할 예정이다. 특별한 계획은 없다. 학과로 돌아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못다한 연구를 마무리하는 학자의 길에 다시 서는 것. 그저 매순간 주어진 상황에서 모교인 충남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계획이라면 계획이란다.

 

 

 

박계교 기자 antisofa@daejonilbo.com
 진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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