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세종역 설치 당위성
세종의사당·대통령집무실 설치도 확정
승객 급등… 오송·세종역 분담 불가피
KTX세종역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가 가시화되면서 '실질적인 행정수도'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세계 주요 국가의 수도는 대통령이나 수상 관저, 행정부처, 의회와 가까운 곳에 철도역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는 의회와 정부, 백악관과 인접한 곳에 100년 역사의 워싱턴 유니언 역이 있다. 이 역을 통해 연간 4천만 명의 승객이 출퇴근을 하고 미국 주요 도시를 왕래한다. 일본 도쿄의 관청가도 도쿄역에서 2정거장에 불과하고, 서울 정부청사도 서울역에서 2.5km 거리에 있다. 캐나다 오타와의 연방의회, 호주의 캔버라의 정부부처와 연방의회도 각각 역과의 거리가 5km 이내이다. 원활한 국정 수행과 국민들의 접근성을 고려하여 정부기관 가까이에 역사를 둔 것이다.
-선진국, 의회·정부 가까운 곳에 철도역 위치
세종시는 최근 KTX 세종역 신설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 결과를 내놓았다. 아주대 산학협력단과 동명기술공단이 수행한 이 용역에서 경제성 분석(B/C) 결과가 1.06으로 나왔다. 투자 대비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용역 결과 0.86보다 0.2가 높아졌다.
이번 조사에서 실시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은 반영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종시 인구가 더 늘어나고 의사당과 대통령실이 설치되면 폭발적인 여객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해가 갈수록 B/C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종시는 이번 연구용역 결과와 시민들이 서명한 문서를 국토교통부에 전달하고, 인근 지자체와 적극 소통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충북도와 청주시는 KTX세종역이 오송역을 위축시키고 충청권 상생을 훼손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KTX세종역 설치의 당위성과 시급성은 그 이유가 매우 많다.
세종시로 정부부처 대부분이 이전했고, 세종의사당과 대통령집무실 설치도 확정됐다. 정부부처와 대통령 직속 기관의 추가 이전도 예상된다. 특히 세종의사당은 정부부처 산하·유관기관의 이전의 촉매제가 될 것이다. 수많은 협회와 기관, 이익단체가 권한과 예산을 쥐고 있는 국회 및 정부부처 옆으로 올 수밖에 없다.
미디어단지도 많은 인구 유입을 예고한다. 20개 가까운 언론사가 세종시로 본사 이전 또는 본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미디어 관련 산업과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동반 이전도 예상된다. 세종시가 미국 워싱턴D.C처럼 정치+행정+언론의 중심지가 되는 것이다.
세종시민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 2005년 오송역이 KTX호남선 분기역으로 결정될 당시에는 세종시(2012년 7월 1일 출범)라는 존재 자체가 없었지만 지금은 광역시인 세종시가 탄생, 인구가 39만명이나 되고 실질적인 수도로 가고있다. 계속 세종시민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불편해도 오송역을 이용하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세종시 관련 각종 철도 추진도 세종역 설치의 필요성을 높여주고 있다.
정부는 현재 경부고속철도 평택분기점-오송 구간의 열차운행 포화를 해소하기 위해 복복선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7년까지 이 사업이 완료되면 평택-오송 구간은 운행 횟수가 현재 1일 190회에서 최대 372회까지 2배 가량 늘어난다. 지난 해 오송역 이용객이 10000만명을 넘어섰다. 오송역의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세종역을 설치, 승객을 오송역과 세종역으로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신도시 5·6생활권과 조치원은 오송역, 1·2·3생활권과 대전시 서북부권은 세종역을 이용하게 하는 게 효율적이다.
-급증하는 승객 오송·세종역 분담 불가피
오송역-정부청사는 17km 거리로 BRT버스로 20-30분 정도 소요되는데, 신도시 5·6생활권 건설이 완료되면 교통체증이 벌어질 게 명약관화하다. 이에 비해 세종역-정부청사는 6km 안팎으로 버스나 광역철도(지하철)로 2정거장에 불과하다.
호남권 고속철도 이용자의 편의도 고려해야 한다. 호남 주민들은 세종역이 설치되지 않으면 세종의사당이나 대통령집무실 방문시 북쪽의 오송역으로 올라갔다가 버스나 택시로 다시 세종시로 내려오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엄청난 시간과 교통비 낭비가 불가피하다.
대전-세종-충북 광역철도도 KTX세종역 설치를 주문하고 있다. 이 철도는 지난해 10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에 선정됐다. 이 노선이 KTX세종역과 연결되면 세종역 이용자들은 광역철도를 타고 쉽게(2정거장) 정부청사와 국회 등을 왕래할 수 있다.
오송역의 역사를 돌아보면 충북의 KTX세종역 반대가 무리임을 잘 알 수 있다.
1921년 일제강점기에 생겨난 오송역은 기능이 축소돼 1980년에는 화물 취급, 83년에는 여객 취급까지 중지됐으나 경부고속철도와 호남고속철도가 정차하면서 극적으로 부활, 급성장했다. 경부고속철도 노선은 당초 조치원-금남면-대전이 검토됐으나 충북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오송 경유가 이뤄졌다. 1991년 충북의 시민단체가 부강-신탄진-내판 협곡을 폭파하겠다고 나서자 정부가 노선을 변경한 것이다.
오송역이 호남고속철도 분기역이 된 것도 의외였다. 애초 천안아산역 또는 대전역에서 갈라져 호남으로 내려가는 안이 유력했다. 대전과 충남은 미지근하게 대응했고, 충북은 자신들의 미래가 위협받을 거라며 강력한 투쟁을 벌였다. 충북은 X축 철도망을 내세우며 강원과 영호남까지 끌어들여 오송 분기(分岐)를 관철시켰다. 이로 인해 호남고속철도는 승객이 가장 많은 세종시와 대전을 비켜가는, 경제성을 포기한 기이한 노선이 생겨났다. 정부청사 공무원들과 세종시민들이 두고 두고 불편을 겪는 단초가 된 것이다.
-충북 세종시민에 계속 불편 요구 명분 없어
충북은 최근 대전-세종-충북 광역철도의 청주 도심 통과도 요구하고 있다. 당초 대전 반석-세종시(신도시)-조치원-오송-북청주(충북선)-청주공항 노선이 유력했으나 오송-청주도심-청주공항을 주장하고 있다. 충북 구간은 충북선을 활용하면 건설비가 별로 들어가지 않지만 청주도심을 지하로 통과하려면 노선이 5.2km 늘어나고 공사비도 1조3891억원 가량 소요된다.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제까지 철도와 관련, 대전 충남과 부딪쳐 큰 성과를 거둔 충북도와 청주시가 KTX세종역을 반대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자기 지역의 발전을 위해 뭉치고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타지역의 현안 해결을 가로막고 타지역민에게 불편을 강요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충청권 공동상생 발전을 위한 성숙한 판단이 필요하다.
세종시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수도이다. 수도권은 물론 영남, 호남 등 전국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오송역 때문에 KTX세종역 설치가 무산되고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된다.
국토교통부도 더 이상 특정지역을 편드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정부부처가 대거 이전하고 국회와 대통령실이 설치되는 흐름에 발 맞춰 행정수도의 100년 대계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