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의 자극제 '일상'
유화·흑연 작품 활용

'큐브 프로젝트:테' 展
작가-관람객 간 소통

공주서 보낸 학창시절
소중한 예술 자양분 돼

허 우 중 작가

대전시립미술관 파노라마展

허우중, 사思상누각(5), 캔버스에 유채, 연필, 194×259cm, 2019.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사물의 상태나 관념적 낱말의 조합, 기하학적 물체와 도형들이 이룬 균형도 예술이 된다. 인간이 느끼는 불안과 공허, 막막함은 균형과 불균형의 이미지로 재탄생하고, 불확실성의 다른 말인 '무한한 가능성'은 미지의 것과 변수 속에서 수많은 양상을 관찰하고 탐구하는 데서 시작된다. 허우중 작가는 사물의 구체적인 형태를 없애고 오직 선과 곡선의 합으로만 구도를 그려낸다. 단순해 보이는 선들은 형태가 가려진 대상들의 관계를 더 뚜렷하게 보여준다. 허 작가를 만나 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 '파노라마' 전시 이야기를 들어봤다.
 

허우중, Layers No.9, 캔버스에 유채 색연필, 73×61cm, 2021.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대전시립미술관 열린 수장고 전시 '파노라마'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대전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사상누각'이라는 작품을 중심으로 제 작업 세계를 전반적으로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2018-2019년의 '백색 추상'을 통해 작품 간 연관성과 2024년 신작인 'Lines'를 통해 개별 작품의 연결성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허우중, Circle, 캔버스에유채 색연필, 73×50×(4)cm, 2022.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작품 영감은 보통 어디서 얻나요.

"모든 일상이 영감이 됩니다. 그리고 작업실에서 작품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실험하는 과정에서도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하나의 작품을 그릴 때 주제에 적합한 형식인지 고려하고, 지금까지 그려 온 작품들과의 일관성을 염두에 둡니다. 그렇게 그림을 그리면 우연히 발견하는 새로운 표현들이 있죠."

◇유화와 흑연을 주로 사용하신다고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을 설명해주신다면.

"연필은 섬세하고 쉽게 지워질 수 있는 연약한 재료입니다. 대신 균일한 두께로 선을 그을 수 있어 붓으로 그을 때와는 다른 느낌을 주죠. 반대로 물감은 어떤 기름과 얼만큼 섞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데요. 이런 물감이 마르기 전에 연필로 선을 그으면 물감이 마르면서 흑연도 함께 굳습니다. 지워지기 쉬운 연필의 흑연과 유동적인 물감이 섞이고, 시간이 흘러 견고하게 변하는 과정에 흥미를 갖고 작업에 활용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면 3-4주까지도 소요됩니다."
 

허우중, Lines1-6, 캔버스에 유채, 연필, 162×130cm, 2024. 유혜인 기자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요.

"이번 전시의 대표작 '사思상누각(5)'은 균형과 조화를 주제로 그린 작품입니다. 思는 '생각할 사'로, 원래 '沙(모래 사)'가 쓰인 고사성어의 부정적인 뜻과는 다른 의미가 있죠. 신작 'Lines'는 식물의 줄기나 붓자국을 연상케 하거나 알 수 없는 무언가의 일부로 보이기도 해요. 모두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작품인 동시에 다른 존재와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담긴 형태를 표현했습니다."

◇전시회에 작가님의 작품 스케치가 있던데요.

"캔버스에 그리기 전 하는 아이디어 스케치를 한편에 전시해 뒀습니다. 시기별 스케치를 통해 제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2018-2019년도 스케치는 여러 도형이 탑처럼 쌓인 모습을 상상하며 그렸습니다. 수많은 도형이 각자의 위치에 서서 균형을 잡고 있지만, 일부가 지워진 모습은 종잇장보다 가벼운 도형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모습입니다."
 

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 큐브프로젝트, '테' 설치 전경.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이번 대전시립미술관 열린 수장고 '큐브 프로젝트:테'도 직접 디자인 하셨다고요.

"큐브의 각 면에 하나의 원을 그리고 유리 크기에 따라 원을 조각내 재구성했습니다. 열린수장고는 대전시립미술관이 소장한 작품들을 관람객이 직접 방문해 만나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관람객들이 큐브를 통해 작가의 작업 세계에 부분적으로 접근하고, 어느 정도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디자인했습니다."
 

허우중 작가는 "예술은 작가가 세계 속에서 찾은 질문을 관람객과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여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작가 제공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요.

"제가 어릴 때 충남 공주로 이사를 가서, 학창 시절을 공주에서 보냈습니다. 자연 속에서 보낸 어린 시절은 제가 작가로 성장하는데 소중한 자양분이 됐죠. 예술은 작가가 세계 속에서 찾은 질문을 관람객과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여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