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기자동차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세계 전체적으로 판매된 차량 중 13%가 전기차였다. 우리 주요 자동차 수출시장인 유럽은 이미 20%를 크게 넘어섰다. 우리도 작년에 전체 자동차생산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11%에 근접했고, 수출에서는 12%에 달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에 성큼 다가선 것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업체들은 전기차생산을 위한 전용 공장 투자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전기차생산 투자를 국내에서 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우리 자동차생산은 2011년 467만 대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만 하더라도 395만 대로 최고 수준에서 70만 대 이상이 감소했다. 이는 주요 자동차업체가 199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생산공장을 건설하지 않았지만, 가동시간은 단축된 데 따른 것이다. 왜 이렇게 국내에서 자동차 생산 능력 확대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걸까? 이는 국내 자동차생산 경쟁력이 크게 하락한 데 기인한다. 기존의 생산 능력을 그대로 활용해 생산을 지속하기는 하지만 새로운 투자까지 해서 생산을 늘리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고 본 것이다. 특히 우리는 생산의 60%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전기차는 수출 비중이 더 높다. 국내 생산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수출을 위한 투자 및 생산은 국내 생산비용뿐만 아니라 수송비용, 관세 및 비관세 장벽, 해외 생산에 주어지는 혜택 등이 모두 고려돼야 한다. 결국 현시점에서 자동차업체의 전기차생산을 위한 투자는 특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내에서 이뤄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전기차생산이 국내에서 이뤄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전기차 투자가 중요한 것은 단순히 자동차 생산공장의 일자리 문제만이 아니다. 자동차생산에는 수많은 부품들과 다양한 산업들이 관여한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으로 분류된 것만 하더라도 전체 제조업 생산 및 부가가치, 고용에서 각각 12.7%, 9.9%, 11.5%를 차지한다. 전체 수출에서 자동차산업의 비중은 12.1%에 달한다. 국내에서 생산돼 국내에서 수요되는 플라스틱, 고무, 유리 및 유리제품, 철강, 금속주물, 금속가공제품, 전기장비 등의 21.6%, 14.3%, 10.8%, 11.6%. 12.2%, 10.2%, 12.0%를 국내 자동차생산이 담당하고 있다. 완성차공장은 부산, 울산, 광주, 경남, 전북, 충남, 경기 등에 위치하고, 부품업체는 제주를 제외한 전국 각지에 산재해 있다. 자동차생산이 위축되면 지역 경제도 타격을 입게 된다. 전기차생산 및 국내 투자는 미래산업과도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전기차 및 관련 부품 생산 투자는 스마트제조설비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국내 스마트제조설비산업 육성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전기차는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인 이차전지가 핵심부품이고, 자동차의 스마트화로 전기차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요도 크게 증가될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전기차생산이 위축된다면, 이차전지의 국내 생산이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의 국내 수요 기반도 위축될 것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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