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심사도 그렇지만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밀실합의는 국회의 고질을 보는 듯 했다. 법정시한을 12일 앞두고서야 예결위를 본격 가동했으니 제대로 된 심사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3당 예결위 간사들만 참여하는 `소(小)소위`를 운영한 건 예고된 수순이었다. 법적 근거도 없고 회의 내용도 공개하지 않는 `뒷방`에서 `쪽지 예산`이 판친 건 목격한 대로다. 여야의 실세 의원들은 물밑에서 이루어진 증액심사에서 카톡을 주고받으며 지역구 예산을 늘렸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물론 예산국회를 보이콧한 정당의 의원들까지 가세했다니 어이가 없다.
예산안 처리에 함몰돼 있는 사이 개혁입법 처리가 물 건너 간 대목은 되짚어볼 일이다. `유치원 3법`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민생과 밀접한 법안들이 줄줄이 계류 중이다. 공공부문 채용비리에 관한 국정조사 계획서 채택 등도 현안이다. 특히 선거제 개혁을 둘러싼 대립은 연말 정국의 뇌관이다. 해를 넘기기 전 임시국회 개회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정치 복원의 길을 찾아야 한다. 거대정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이 앞장 서는 게 맞다. 예산안 반쪽 처리 오점을 민생법안 처리와 선거제 개혁 협상으로 말끔히 씻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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