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심리학교수인 게리 슈왈츠가 제시한 한 사례이다. 미국의 한 소녀가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후 지속적으로 괴한에 의해 살해되는 악몽에 시달렸다고 한다. 수차례에 걸친 정신과 치료에도 소용이 없어 부모는 소녀를 경찰에 데리고 가게 되는데, 경찰은 소녀의 진술을 토대로 몽타주를 그려 소녀에게 심장을 기증한 랄프라는 소년의 살해범을 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신기한 사례이다. 게리 교수는 이외에도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기증자의 특성과 관련 있는 여러 반응을 보였다는 사례들을 제시하고, 세포 기억설(cell
친구들끼리 '빡빡산'이라고 부르던 돌 무더기 동산이 있었다. '빡빡산'은 우리에게 롯데월드이자 에버랜드였다. 거대한 바위 덩어리 몇 개를 두고 하루 온종일 갖가지 어드벤처를 즐기고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택지를 정리하며 발견된 암반들의 일부가, 헐벗어진 능선 위에 버려진 것이 '빡빡산'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안 것은 그로부터 20년 후 대학원에서 도시와 건축을 공부하면서였다.동네에는 어머니의 교회 집사님이 운영하시던 오락실, 같은 반 친구네 슈퍼마켓, 전교 학생회장네 인테리어 가게 등이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 있었다. 꼬마 시절의 동
질병의 시작은 사람들과 얽힌 과거(기억)-현재-미래(걱정)의 사연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첩첩산중이나 무인도에 홀로 살지 않는 한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고, 그러다 보면 다양한 사연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질병 발생을 애초에 차단하기 위하여서는 사연이 없어야 하겠지만, 인간은 일생동안 이런 저런 상황에 따른 사연을 피할 수 없다. 절대로! 삶의 일부인 사연에 분노, 불안, 공포 등 부정적 감정으로 대처하면 (지난 연재에서 소개한) 습관고리가 곧바로 활성화되면서, 폭식-담배-술 등 외부화학물질을 유입하고 내부에서는 마치 양날
한해를 돌아보니 늘 그러하듯이 2023년에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섞여 있었다. 여러가지 일들 중 하나는 1972년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일어나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한번도 일어나본 적이 없는 일이 일어난 해로서 2023년은 분명 의미 있는 한 해가 되었다. 나는 2023년에 달리기를 시작했다.고등학교 체육시간이 끝난 이후로 나는 자발적인 달리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 깜빡이는 신호등의 파란 불에 쫓겨 조금 발걸음을 빠르게 하기만해도 얼굴이 빨개져서 헉헉거리는 대단한 운동치였다. 그런데 나와 비슷한 처지인 것처럼 보이던 이웃 언니가 어
필자는 대전문화재단이 지원한 사업에 사회 돌봄이 필요한 청소년들과 뮤지컬 공연을 올린 적이 있었다. 아이 중 일부는 경계선 지능 청소년들이었다. 경계선 지능인 경우 단기기억 능력도 약하고 장기기억 속에 정보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인출하는 능력이 부족하여 산만하고 집중력이 약하다. 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사람들에게 상처받아 자존감은 약하다. 처음에 그들도 그랬다. 그러나 공연 준비를 하면서 그들은 달라졌다. 음악과 연극을 통해 자기표현을 하면서 아이들의 눈빛과 표정이 살아나기 시작했다.경계선 지능인은 전체 인구의 13
국내에 보이스피싱이 발생한 지 17년이 더 지났다. 2006년 5월 국세청 직원을 사칭해 세금을 환급해준다고 속여 ATM기로 유인한 후 800만 원을 이체받아 편취한 사건이 국내 첫 번째 보이스피싱 사건이다. 그동안 관계 당국의 단속과 대국민 홍보에 힘입어 보이스피싱은 감소하는 듯하다가도 새로운 사기 수법이 출현하면 다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며 근절되지 않고 있다.원래 보이스피싱은 계좌로 자금을 송금·이체받는 계좌이체형 방식이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대포통장 단속 강화 등 영향으로 피해자로부터 직접 현금을 건네받는 이른바 대면편취
며칠 전 대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가 '견리망의(見利忘義)'라는 기사를 보았다. '이로움을 보니 의로움을 잊는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대략의 의미는 이해가 가나 왜 이 글귀가 교수들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얻었을까? 라는 생각은 이를 추천한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의 설명으로 잘 알 수 있다. 김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는 견리망의가 난무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라는 추천의 이유를 밝혔다. 견리망의보다는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더 와닿는 말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올 한 해 우리는 싸움판 같은 각자
2023년 대전광역시체육회는 대전시정 민선8기 출범과 발맞춰 일류체육도시로의 도약을 위해 '대전체육 그랜드플랜'을 수립하고 대한민국 체육 거점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먼저 대전시는 '2027년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라는 국제적인 행사를 앞두고 성공적 개최를 위한 조직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이에 서남부 종합스포츠타운을 비롯한 베이스볼 드림파크, 안영생활체육단지 등 우리시 스포츠 복지를 확대할 수 있는 체육 인프라 구축이 본궤도에 오른 상태다.또 대전체육은 시민 누구나 쉽게 체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10개소의
경기변동은 한 경제의 전반적인 활동 수준이 확장과 수축이라는 규칙적인 모습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흔히 호황기, 후퇴기, 불황기, 회복기라는 4가지 국면으로 설명되는 경기변동은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민감하게 다루어지는 이슈이다.우선 불황기는 투자나 생산활동이 말 그대로 침체된 상황이다. 실업증대, 주가폭락 등 매우 절망적인 지표가 나타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금리 인하와 같은 정책들이 시행된다.이에 따라 경기는 회복기에 접어든다. 생산의 축소, 조정 과정을 거친 다음 서서히 거래가 회복되고 투자와 생산활동이 상
기후변화에 주목한 전 세계적 공동 대응이 활발하다. 우리 정부는 전 사회구성원의 공감과 협력을 통한 지속가능한 사회 실현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 가을에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차원의 선도적인 '녹색 사다리 역할'을 천명하는 등 협력적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이 같은 정책적 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기업의 행동 변화와 지속가능한 선택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지속가능 소비의 효율적 확산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그 해법 마련을 위해 OECD CCP(소비자정책위원회)는 2023년 '지속가능한 소비 자문단'을 가동했다.
지난 토요일, 막내 여동생 외손자 돌잔치에 다녀왔다. 돌잔치 모바일 청첩을 받고 기쁘기도 했지만, 걱정도 됐다. 결혼한 지 2년 지났는데 돌잔치라니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자녀가 결혼하지 않거나 했더라도 2세 계획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아들과 며느리 때문에 속이 터진다고 말하는 친구들을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우리나라 출산률은 지난달 기준 0.7 명인데 1년 전보다 0.1명 줄어든 수치라는 보도가 있었다. 출산율 1명 미만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다고 한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국가 경제 위기뿐만 아니라
지방체육회 이야기다. 우리나라엔 17개의 '시·도체육회'가 있고, 기초자치 수준으로 가면 총 226개의 '시·군·구체육회'도 있다. 대전으로 보면, 한 개의 시 체육회와 다섯 개의 구 체육회가 있는 것이다. 이들이 '지방체육회'다. 지자체 예산을 받으면서 지역의 모든 체육 업무를 수행한다. 물론 공무원 조직은 아니다. 과거, 지자체장(시장이나 구청장)이 '당연직 회장'을 맡으며 운영되던 '임의단체'였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장의 정치 조직처럼 운영되곤 했다. 결국 2019년,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법인 자격을 부여받고 독립적 조직이
형사 전문변호사로서 수사와 재판을 받고있는 피의자와 피고인들을 변호하면서 삼고 있는 최우선 목표는 수사기관으로부터 혐의없음 처분을 받거나 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는 것이다.우리나라는 '고소공화국'이라는 오명답게 연간 고소고발건수가 50만 건을 육박하는데, 고소고발을 통해 수사기관에 피의자로 입건된 사건 중 실제로 법원에까지 기소되는 비율은 20% 정도에 미치지 않으며, 기소된 사건 중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선고받는 비율은 3%밖에 되지 않는다.즉, 고소고발을 당해 수사기관에서 피의자로 입건되더라도 80% 정도는 수사단계에서 혐의없음
유난히 차멀미가 심해서 고등학교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선택했다. 남들은 왜 그런 시골 학교를 가느냐고 의아해 했지만 당당히 살리라 다짐했다. 그 결정은 옳았다. 그곳에서 내 삶에 영향을 준 선생님을 두 분이나 만났다. 먼저 국어선생님. 선생님의 판서는 환상 그 자체였다. 그 눈부신 한자 필체에는 맹신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필기할 때마다 선생님 필체를 흉내 내느라 정신 없었다. 그리고 수학선생님. 가운데 가르마가 인상적인 총각 선생님이셨다. 수업 한 시간 동안 분필 한 통을 모두 써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 열정적인 수업 내내
지난 기고에서 소개한 뉴욕시의 숨겨진 역사이자 네이버후드인 세네카 빌리지에 이어 본 기고엔 뉴욕시 파이브 포인츠 지역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2002년 개봉한 1800년대 이 지역을 배경으로 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갱스 오브 뉴욕'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는 현재 세계 최고 도시로 성장한 뉴욕시의 기틀을 제공한 뉴요커의 진정한 강인함을 보여주며, 특히 2001년 911 테러로 절망과 슬픔에서 재기하고자 노력한 당시 분위기에서 뉴요커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일깨우며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일반적으로 뉴욕시의
지난 12월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2년 우리나라의 R&D 투자 규모'를 발표했다. 정부와 민간을 포함해 전년 대비 10조 원 증가한 총 112조 원의 연구비로, GDP 대비 5.21%의 규모이며 이스라엘(5.56%)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하지만, 총액 기준으로는 미국의 9분의 1, 중국의 5분의 1, 일본의 절반 수준으로 투자 확대의 여지는 남아있다. 재원별 비중은 정부 26조 원, 민간 86조 원이며, 주체별로는 대학과 공공연에 20.6%, 기업에 79.4%가 투자됐다. 상위 10개 사의 연구비가 45조 원 이상으로
'행복하게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자주 하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별로 행복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행복한 삶이 무엇일까? 과연 나는 행복할까?' 이런 생각을 자꾸 하는 순간, 왠지 나는 그렇게 행복한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슬금슬금 들면서, 스스로 불행의 급행열차 티켓을 끊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행복'이라는 것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그것을 정의할 수 있어야 하는데 행복은 그 정의 자체가 쉽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것이 다른 누군가에는 싫은 것일 수 있고, 각자의 상황이 모두 달라서 행복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나는 어렸을 때부터 대전에 살았지만 대전에서 태어나진 않았다. 아마 대전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알아 보진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대전은 영·호남이 고향인 분들과 충청도가 고향인 분들, 거기에 6·25전쟁 때 이북에서 피난오신 분들과 수도권 분들이 일부 작은 분포로 구성돼있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대전의 민심이 승패의 척도(?)가 된다고들 한다.아마 이것은 대전이 오래된 도시가 아니라 근세에 만들어진 비교적 젊은 도시이기 때문에 생긴 특성이라고 생각한다.대전은 1904년 철도가 부설되면서 대
대설이 지나고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져 겨울이 실감난다.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비해 숲과 나무를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특히 수목원 방문객 수는 2006년 390만 명이었으나 2022년에는 1784만 명으로 4.6배 가량 증가했다.'수목원'은 생물신약, 기능성 소재 개발에 있어 중요한 원천인 수목유전자원을 수집·증식·보존·관리·전시·연구하는 시설로 국가생물주권을 지키는 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수목원 관련 키워드를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힐링','이벤트','축제'가 연관 단어로 나타났으며, 갈수록 그 비
앞선 칼럼에서 소개한 CDP(샤또네프-뒤-빠쁘) 샤또들 중에 샤또 드 보까스텔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샤또, 라 네르뜨, 몽르동, 라 가르딘은 와이너리가 위치한 포도밭 명칭 리유디(lieu-dit)를 샤또 이름으로 사용했다. 샤또 까브리에르도 마찬가지다. 까브리(Cabri)는 어린 염소를 뜻하며, 까브리에르(Cabrieres)는 염소농장을 의미한다. 예전부터 이 동네 와이너리들은 포도를 재배하며 동시에 염소를 키우고 우유와 치즈도 생산해왔다.샤또 까브리에르는 샤또네프-뒤-빠쁘 중심으로부터 북쪽으로 3km, 오랑쥬(Orange)로부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