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 건양대병원 응급중환자실 간호사.

응급중환자실에서 신규 간호사의 삶이 시작됐다. 쉬지 않고 응급실에서 중환자를 받고, 전동을 보내고, 급성기 중환자를 보는 이곳에서 처음엔 정신을 제대로 차리기도 쉽지 않았다. 아무 것도 모르는 채 물품 위치부터 차근차근 외워가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동기와 공유하면서 공부했다. 같은 부서에 단 둘이 입사한 동기와는 서로간의 버팀목이 됐다. 이후 트레이닝 기간 동안 동기와 나는 스스로가 너무 멍청하다며 깎아내리면서도, 서로에겐 잘하고 있다며 응원하는 걸 잊지 않았다. 한번은 교대 근무자에게 인계를 주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해 기가 죽었던 적이 있었는데, 교육전단 간호사 선배의 위로가 큰 힘이 되기도 했다.

3개월만 버텨보자고 다짐하며 일했는데 눈 깜짝할 새 독립이 다가왔고, 당장 제 몫을 겨우 해내는 것조차 버거웠다. 위중한 상태의 환자를 볼 땐, 분명 동료 간호사들이 다 달려와 도와주었지만 혼란스러워 했고, 당장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기록밖에 할 수 없었지만 그조차도 몇 번씩 수정을 거듭했던 하루였는데, 오히려 선배 간호사는 칭찬을 건네기도 했다. 정말 잘해서 들은 칭찬이 아닌 건 알지만, 격려를 받은 셈이다. 동기는 큰 힘이었다. 다른 부서지만 똑같은 고충을 겪고 있는 동기이자 같은 길을 함께 준비해온 친구들의 존재 자체로도 위안이 되었다. 혼자였다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새로 들어오는 신규간호사에게 먼저 다가가는 역할도 자처했다. 하지만 병원 자체에 적응한 것과는 별개로 여전히 간호사로서 중환자를 본다는 건 부담이 커서, 가끔 스스로가 무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누군가의 생명과 직결된 위치에 있어도 되는 걸까, 하면서도 하루 약 10시간 정도 병원에 있다 보면 절대 나 혼자 환자를 책임지고 있다는 게 아님을 깨닫곤 했다.

처음엔 무섭게만 느껴졌던 선배와 동료 간호사들이 무섭지 않게 됐다. 알고 보면 필자를 가장 위해주는 사람들이기에 그렇다. 같은 동기에게서조차 배울 점이 있는데, 나보다 오래 근무한 선배 간호사들이 주는 게 없을 리가 없다. 나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는 건 햇병아리 간호사가 못 미덥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론 같은 부서 구성원으로 보시고 챙겨주시는 것만 같아 지금은 힘이 난다. 처음 격려의 말을 건넸던 교육전담 간호사 선배를 비롯해 함께 이겨내고 있는 사랑하는 동기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앞으로 더 잘 해내길 다짐한다. 얼른 내 몫을 다 해서, 곧 들어오게 될 신규간호사들을 도와줄 수 있는 선배가 돼야겠다고 다짐하며 당당히 말할 수 있길 바란다. "안녕하세요, 신규간호사 선생님."

이은영 건양대병원 응급중환자실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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