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미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간호교육파트
김유미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간호교육파트

우리는 병원, 가정, 지역사회 곳곳에서 아픈 이들을 돌본다.

간호의 내재적 가치는 '돌봄'이다. 간호가 돌봄이라고 해서 거창한 무언가는 아니다. 돌봄은 어머니가 아기를 돌보는 것, 자식이 부모를 섬기는 것, 힘없고 약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가장 사소하고 인간적인 반응 그리고 행동이다. 간호는 가장 인간적이고 아주 작은 보살핌에서 시작해 인간의 생활과 함께 존재하는 행위다.

행위의 주체인 간호사. 우리들은 지금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 보자.

높은 의료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와 함께 간호 현장은 더욱 치열해졌다. 그러나 과중한 간호업무, 불규칙한 교대 근무와 최소한의 기본권마저 보장받기 어려운 간호 업무환경은 높은 이직률이라는 결과를 초래했고 우리의 현장은 지속적인 인력난으로 인해 항상 위태롭기만 하다. 이런 간호사의 근무 환경개선과 처우개선을 위해 '간호법 제정'이라는 울타리를 만들려 전국의 간호사들이 뜻을 모아 노력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답보상태에 놓이게 됐다. 이후 의료법 개정을 통한 간호 보조 인력의 업무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주하며 또 한 번 좌절하면서 마주한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간호사와 간호 현장을 위한 긍정적인 발전을 염두 하지 않은 채 오래전부터 간호사라는 직업이 가졌던 책임과 사명감만을 강요하는 사회의 이면이 여실히 드러나는 사회적 이슈들이 아닐 수 없다. 간호 현장에서의 우리들은 책임과 사명감만으로 버티기엔 한계에 이르렀다.

우리는 대학교 수업 과정에서 여러 임상 술기뿐만 아니라, 전문직으로서의 윤리와 간호지식, 간호의 내재적 가치를 이해하고 배운다. 건강이라는 가장 긍정적인 삶의 형태를 영위하기 위한 삶의 협력자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성장한다. 그러나 간호 현장에서의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많은 현실적인 문제와 대면하게 되면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충격을 경험하게 된다. 그 과정은 스스로를 소진시켰고 결국에 우리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박차고 떠나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정부에서는 간호사 업무환경 개선을 위한 '간호사 교대제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며 그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중소병원에서의 적용 어려움과 같은 제도적인 한계점으로 인해 모든 간호 현장에서의 적용은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의 정책이 편향적 또는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모든 간호사들이 있는 간호 현장에 평등하고 공정하게 제공되길 바란다. 간호업무 환경의 개선과 간호의 가치를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나아가 간호사의 근무환경과 조건도 함께 개선돼야 할 것이다.

간호사는 다른 개인의 건강에 책임을 갖는 사람이다.

나이팅게일의 'what it is and what it is not' 중에는 이런 말이 있다. 간호사는 다른 이의 건강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러나 다른 이의 건강을 책임지기 이전에 간호사도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를 위한 돌봄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스로 안녕하다고 판단될 때 더욱 안전하고, 질 높은 간호를 대상자들에게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간호사로서 일과 삶의 건강한 균형 안에서 안녕한 삶을 영위하며 내면의 돌봄의 가치를 행위로 실현할 수 있는 진정한 백의의 천사가 도래할 환경이 조성될 날을 기대해 본다. 김유미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간호교육파트

김유미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간호교육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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