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민주당이 공천 잡음으로 점수를 팍팍 까먹고 있습니다. 공천 학살, 사천 논란이 일면서 21일 의원총회는 이재명 대표 성토장이 됐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의 추가 탈당까지 예상되는데요.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민주당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죠.

◇의원총회 안 나온 이 대표 왜?

최근 1-2주 동안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서 현역을 배제한 채 친명 인사의 총선 후보 적합도 조사가 진행됐는데요. 이런 이상한 여론조사는 친문·비명 의원 지역구에서 있었습니다. 인천 부평을(홍영표 의원), 서울 마포갑(노웅래 의원), 경기 부천을(설훈 의원), 서울 구로갑(이인영 의원), 경기 평택갑(홍기원 의원), 광주 서구갑(송갑석 의원) 등이 해당됩니다.

이 정체불명의 총선 적합도 조사는 결국 민주당에서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죠. 문제는 총선 여론조사에 비명계 현역 의원들이 쏙 빠지고 친명 원외 인사들이 들어갔다는 점인데요. 누가 봐도 친명계를 찍어내기 위한 수순으로 의심받기에 충분합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비명계 의원들이 의정활동 평가 하위 20%에 무더기로 들어갔죠. 여기에는 국회에서 3연속 의정 대상을 받은 사람도 포함됐어요. 비명계는 '횡사'하고 있고, 친명계는 '횡재'하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는데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21일 열린 의원총회는 비명 의원들의 반발이 거셌습니다. 15명가량이 발언을 했는데 대부분 공천 불공정 문제를 지적했죠. 이 대표는 이날 의총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는데요. 공천에 대한 불만을 예상하고 숨어버린 것으로 보입니다.

보다 못한 민주당 원로 4명이 지난 21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 명의의 입장문까지 발표했습니다. 이 대표와 당 지도부는 초심으로 돌아가 지금이라도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을 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회의에 참석한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MBN과의 통화에서 하위 20% 통보 논란에 대해 "문제점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쥐 잡다가 장독을 깨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윤영찬 의원 기자회견. 연합뉴스

◇인재 영입도 친명 편중, 재탕 논란

민주당의 인재 영입을 놓고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요. 출마 경험이 있는 정치인을 인재 영입으로 포장하고 있고, 지나치게 친명으로 편중돼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민주당이 인재영입한 차지호 KAIST 교수와 김남희 변호사는 친명계의 주장을 대변했던 김은경 혁신위원회 출신이에요. 차 교수는 친문 핵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도전장을 내민 서울 중·성동갑의 후보 적합도 조사 대상으로 올랐는데요.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표 선거 캠프에서 TV연설까지 했습니다.

이 대표가 영입한 이재관 전 소청심사위원장은 민주당 천안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한 인물입니다. 지방선거 낙선자가 2년도 채 안돼 영입인재로 둔갑했는데요. 이 전 위원장은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후순위이지만 천안을 지역구 전략공천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지지율 1위 양승조 전 충남지사는 충남의 최고 험지 예산·홍성으로 밀려나는 분위기입니다.

씨엘미디어가 메타서치에 의뢰해 지난 13-14일 천안시을 유권자 512명에게 ARS(무선 75.6%·무선 24.4%) 방식으로 경선 적합도를 물었더니 양승조 27.8%, 김미화 9.8%, 이재관 9.0%, 이규희 8.3%, 김영수 4.3%, 박기일 4.0% 순으로 나왔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현역의원 5명도 사실상 컷오프 됐습니다. 민주당은 22일 현역인 노웅래(마포갑)·이수진(동작을)·김민철(의정부을)·양기대(광명을) 의원의 지역구를 전략지역구로 지정했죠. 이수진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고 도운 것을 후회한다"면서 탈당을 선언했고, 노웅래 의원은 당 대표 회의실에서 "공천 독재"라며 단식 농성을 벌였습니다.

◇의정활동 하위 20% 대부분 비명

민주당이 의정활동 평가 하위 20% 의원 31명에게 개별통보를 하면서 파장이 계속되고 있죠. 하위 20%는 경선 득표율 중 20%, 하위 10% 미만은 30%를 감산받게 됩니다. 하위 명단에 포함된 당사자들은 비명계를 찍어내기 위한 '공천 학살'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박영순 의원(대전 대덕구)-"이재명 대표의 사당화 된 민주당이 저를 죽이려 할지라도 결코 굴하지 않겠습니다. 하위 10% 대상이 된 것도 진실과 다르기 때문에 전혀 개의치 않겠습니다. 이재명 사당화의 치욕스러운 정치보복에 맞서 의연히 싸울 것입니다."(21일 페이스북)
 

당 대표 회의실에서 농성중인 노웅래 의원. 연합뉴스

■김영주 국회부의장(서울 영등포구갑)-"이재명 대표님. '친문 학살'을 목적으로 한 정치적 평가가 아니라면 하위 20%에 대한 정성평가를 공개하면 될 일입니다. 떡잎은 저절로 떨어져야 새순이 제대로 자랄 수 있습니다. 떡잎을 인위적으로 잘라내서야 나무로 자랄 수 있겠습니까?"(21일 페이스북)

■김한정 의원(경기 남양주을)-"남양주을은 지난 대선에서 이겼고, 지방선거에서 도지사와 시도의원 7인의 출마자 전원을 당선시켰습니다. 감히 국민의힘이 넘볼 수 없도록 해 놓았습니다. 그런데도 갑자기 '육사생도 시절 남양주 행군 경험'을 내세운 비례 의원이 나타났고, '김한정 비명' 논란이 일기 시작했습니다."(21일 국회 기자회견)

■홍영표 의원(인천 부평구을)-"(이재명 대표의) '사당화'를 위한 공천이 되어선 안되고. 정체불명의 여론조사라든지 국민들도 납득할 수 없는 하위 20%에 대해서 진상을 파악하고 거기에 대해서 책임도 묻고 해야 합니다."(21일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영찬 의원(성남시 중원구)-"(이재명 대표가) 자기가 미워하는 비명계의 살을 깎고 뼈를 치면서 고통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는 건 참 어불성설인 것이지요. 당의 모든 이전의 역사에서 공천과정에서는 항상 주류가 희생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책임이 있기 때문이지요."(21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

■송갑석 의원(광주 서구갑)-"그 개인한테는 굉장히 치욕스럽고 모욕스러운 일이거든요. 이유야 어찌 됐든지 간에 지역구민들은 자기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민주당의 하위 20%로 돼 있다. 재밌는 게 근데 국회의원 300명 중에 1, 2, 3회 모두 의정 대상을 탄 사람은 단 2명입니다. 저하고 다른 한 의원."(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구을)-"하위 10%에 포함되었음을 통보받았습니다. 구당 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국민에게 사랑받는 민주당을 다시 복원하겠다는 정풍운동의 각오로 오늘의 이 과하지욕을 견디겠습니다. 반드시 살아남겠습니다."(20일 국회 기자회견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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