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대학입시 시즌이다. 필자도 며칠 전 수시 모집 전형 면접고사에 면접자로 참여했다. 수시모집 학생부 종합전형은 교과 활동과 비교과 활동을 다양하게 평가해 학생의 숨은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이 백미다. 몇 해 전 면접고사에서 만난 한 학생이 생각이 난다. 그는 집이 매우 가난해 취업을 목적으로 일반계고가 아닌 특성화고에 진학했으며 도저히 건축을 하고 싶은 마음을 포기할 수가 없어 대학에 진학해서 꼭 건축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건축사는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할 수 있는 자격이다. 그의 학생부 내용이 화려하지 않았음에도 한마디 한마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가로 기억된다. 우연한 기회에 한국건축의 대가이신 교수님(지금은 작고 하셨지만)과 여러 명이 경주로 갈 기회가 있어서 동행을 하게 됐다. 늦은 밤 리무진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경주로 향한 여행은 다른 여행이나 출장과 달리 여행에 대한 구체적 목적을 띄지 않아 마음부터 편안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번 경주행은 내 생애 두 번째로, 첫 번째는 2002년경 신혼 여행길에 들렸던 곳 이었다. 그 당시에는 그저 둘러 본 것으로 기억된다.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사진으로만 보던 불국사내에 있는 다보탑과 석가탑, 대웅
건축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 졸업 후 목표가 무엇인지 질문을 해보곤 한다. 대부분은 공무원, 건축사, 건설회사 취업 등을 언급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모든 학생들이 물질적으로 풍부하고 야근 없는 직장에 서울 상경을 원한다는 것이다. 충남과 대전에 건축전공학과는 20여 개가 넘고 그중 건축학과 졸업생 수는 매해 2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배출되지만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사들은 직원 수급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는 건축사사무소뿐만 아니라 모든 건축산업분야의 공통된 사항이다. 건축은 매우 광범위한 분야로 그중에 하나인
자연 속의 도시. 자연과 어우러진 집. 코로나를 겪으며 많은 사람들이 자연에 대한 열망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열망은 자연을 집 내부에서 즐길 수 있는 단독주택에 대한 선호나 자연 속에서 쉬고 즐길 수 있는 세컨 하우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러한 자신의 열망을 실현하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은 이내 좌절을 맛볼 수 밖에 없다. 내 집을 한 채 더 구매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구매를 한다고 해도 그것을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장 도시 안에서 내 집을 단독주택으로 옮기거나 내 집을
위드 코로나 시행을 앞두고 국내 여행업계가 들썩인다. 유럽 여행의 대명사 파리.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를 생각해 본다. 몇 년 전인가. 중학생 딸아이를 데리고 멋진 아빠 역할을 해보리라 다짐한 파리여행이었다. 노틀담 대성당 첨탑에 올라 고딕양식이 어쩌고 저쩌고 한국에서 못했던 체험학습의 뿌리를 뽑아 보려는 아빠가 딸아이는 마뜩잖다. 딸아이 손을 이끌며 루브르를 거쳐 종착지인 개선문을 향해 가던 샹젤리제 거리에서 말로만 듣던 파리의 소매치기를 내가 당할 줄이야. 반갑고 감동스러워야 할 개선문이 상실감 가득한 문이 되어버린 웃고픈 추억이
비가 많고 기온의 급락이 심해진 10월을 보내고 있는 요즘 가을하면 떠오르는 정취는 누렇게 물들어가는 들판과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나무들이 아닐까 싶다. 필자가 가을 풍경화를 그린다면 그 자연 안에 나지막하고 정취가 묻어나는 작은 집 한 두 채 정도는 그려지지 않을까. 내 어릴 적 살던 집은 할아버지가 직접 지으신 개량 한옥이었다. 대문을 지나 마당을 거쳐 뜨랑에 올라서면 대청마루가 있었고 한옥의 문풍지 대신 대청마루에는 유리가 끼워진 목재 문짝이 있었다. 여름이면 마당에 자리를 깔고 누워 하늘의 은하수를 보면서 꿈을 꾸었고
탄소중립이라는 단어가 최근 자주 들려온다. 2000년대 후반을 전후로 저탄소, 무탄소, 녹색성장, 기후대응 이런 단어가 회자되었지만 근 10년 정도 지나며 많이 잊혀졌던 단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들 수 있다. 미세먼지, 코로나19 등 자연에 의한 인간의 피해 현상도 단연 그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실제는 2016년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정(Paris Climate Agreement)의 산물이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은 1997년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이후 신기후체계로 불릴 만큼 많은 국가들의 동의와 참여를 이끌어
글로벌 인기 드라마 1위를 기록한 넷플리스 '오징어게임'이 전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넷플릭스 순위가 집계되는 83개국 모두에서 1위를 차지하는 신기록을 세우며, 넷플릭스 사상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세계적 열풍을 반영하듯 극중 게임을 체험하는 영상 등이 올라오고, 프랑스 파리 도심에서는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두 번째 생존게임인 설탕뽑기를 체험하기 위해 전날 밤부터 노숙까지 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이는 생존게임이 주는 긴장감과 액션, 그리고 한국드라마에 빠지지 않은 휴머니티의 매력이 세계인에게
며칠 전 대입수시전형 모집 마감으로 대학들이 한바탕 떠들썩했다. 대입중압감이란 까마득해진 나의 대입시절을 돌이켜도 생생히 느껴질 정도로 만만치 않다. 유독 국어 과목이 힘들게 했지만 '날개'라는 현대소설의 작가, 이상에 대한 기억은 새롭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라던 주인공의 외침은 아직도 귀에 맴돈다. 그는 천재시인이요 소설가요 수필가다. 일제강점기인 1929년 경성공업고등학교 건축학과를 수석졸업하고 26세로 요절한 건축가로서의 그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9세기와 20세기의 괴리를 치
건축(건물)은 건물 그 자체 하나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반영돼 있는 삶의 방식·질서 등 내적 요소 또한 들어있다. 내적 요소는 밖에서 보이는 건물 그 자체로는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과거의 건축은 건물 그 자체 혹은 목적에 따른 외관이나 구조에만 치중했던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엔 여기서 벗어나 건물 내부에 반영되는 삶과 질서가 주변 환경과 그 요소로서 스며드는 건물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건물 쓰임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닌 건물의 구조와 외관, 삶과 생김새의 조화로움이 조명받고 있다. 이에 맞춰 우리는 현재
온라인으로 주문 받는 음식 배달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 길어지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그에 비례해 증가하는 것이 플라스틱 폐기물과 포장지다. 이러한 폐기물들은 분리수거 등을 통해 재활용율을 높이려 노력하지만 플라스틱 포장지 대부분은 매립지로 향하거나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UN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인류가 배출하는 쓰레기는 한 해 25억t 이상이며 이중 바다로 흘러가는 폐기물은 800만t 이상으로 바다를 떠다니는 해양쓰레기의 90%가 플라스틱으로 보고되고 있다. 2015년 영국에서 발표한 '해양 속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
삶이 풍요로워지면서 건축에 기대하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천편일률적이던 건축물의 독특한 개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건물이 담아내야 하는 인간 활동의 종류도 더 늘어나고 있다. 정치·경제·사회적 요구나 트렌드 변화에 따라 건물에 요구하는 기준도 그렇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건축물 인허가를 전후로 다양한 영향평가, 인증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건축물 종류나 규모에 따라 상이하지만 개발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환경영향평가, 교통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교통영향평가가 있고 최근 개발사업이 주변 교육환경에 미치는
요즘은 집과 방을 소재로 하는 예능방송이 먹방과 쿡방 그리고 반려동물 방송을 뛰어넘어 파죽지세로 우리를 사로잡고 있다. 10평도 안 되는 땅에 4층 건물의 초협소주택의 꿈을 갖게 하고 아파트 삶에 시달린 우리를 상상하기 어려운 낮은 가격의 전원주택으로 안내해 주며 나아가 제주, 고성 등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캠핑카를 타고가 나의 앞마당으로 만들어 버린다. 시골집이 주는 정겨움과 마당에서 밥상을 테마로 한 프로그램은 아련한 옛 추억의 집이 되기도 하고 집을 벗어나 작은 무인도에서 생활하며 작은 섬을 통째로 외딴집으로 만든다. 바다와
1년이면 끝날 것 같던 코로나19는 팬데믹을 넘어 이제는 델타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일상을 제한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말하며 우리는 기후위기는 마치 무관한 일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어찌 무관할 수 있겠는가. 코로나 역시 기후위기 시대의 상징 아닌가. 지구의 절반이 불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2021년 8월 지구 이슈는 코로나19, 백신접종, 산불, 지진, 더위, 아프간, 기후위기, 오염 등이 차지하고 있다. 그중에도 지구 곳곳에서 지구 온도가 상승해 자연발화가 되었다는 산불은 터키, 그리스,
지난 8일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개최된 하계 올림픽이 일본 도쿄에서 막을 내렸다. 17일간 진행된 세계인의 축제는 올림픽을 강행하기로 한 판단이 현명했는지에 대한 의구심과 코로나 방역 우려, 일본 국민의 올림픽 반대시위가 뒤섞여 혼란스러운 올림픽이었다. 그럼에도 우리 선수들의 긍정적 에너지와 경기를 즐기며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에 함께 웃고, 격려했던 순간은 무더운 여름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 시간이었다. 국가가 개최할 수 있는 세계적인 축제가 올림픽이다. 6개월 후면 동계올림픽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것이다. 올림
최근 글로벌 1위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대표되는 로블록스(Roblox) 국내 진출로 논쟁이 뜨겁다. 과연 로블록스가 게임계 '제2의 유튜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물론 오늘 이야기의 중심이 현재 이슈인 메타버스가 게임이냐 아니냐, 로블록스 내에서의 가상화폐를 모으는 활동을 경제활동으로 보느냐 아니냐 등은 아니다. 이미 유튜브로 우리에게 친숙해진 것처럼 일반 사용자나 소비자가 컨텐츠의 생산자, 기술의 생산자로 새롭게 부각되는 현상에 주목하고 싶다.소위 4차산업혁명 기술로 대표되는 최근 기술들의 발전 흐름을 다양하
하루 종일 17살 김제덕 군의 양궁 이야기다. 무더위에 가라앉지 않는 코로나로 우리의 삶이 여기저기서 불편을 겪고 있는 지금 한줄기 오아시스다. 얼음 속 탄산수를 막 집어 벌컥벌컥 마신 청량감과 통쾌함이다. 그는 이제 17살의 고등학생. 역대 하계올림픽 최연소 금메달리스트의 함성과 포효는 상대팀 일본선수에겐 매우 부담스러웠으리라. 아, 우리나라의 양궁이 이정도구나, 보통 수준이 아니구나. 잘한다는 것만 알았지 양궁이 이렇게 재미있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포츠인줄 안 것은 김제덕 군으로 인해서다. 그가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오늘날 많은 도시가 도시계획에 따른 개발행위의 2차원적인 계획 및 개별적인 건축행위 규제에만 관심을 기울인 결과 가로의 특성이나 도시환경의 질적인 면에 대해서 충분한 고려 없이 조성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도시계획에 의거한 토지의 합리적인 이용만으로는 훌륭한 도시를 만들 수 없다는 인식이 대두되면서 도시설계, 지구단위계획제도 등이 도시계획과 건축계획 사이의 다리역할을 함에 따라 도시의 쾌적한 환경조성을 위한 중요한 분야로 등장하게 됐다. 현재 도시설계의 주요 관심은 도시의 정체성과 쾌적성을 확보하고 지역주민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며
최근 코로나19 원인이 전지구적인 기후변화로 지목되면서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재인식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전지구적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지적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1960년대부터임에도 다시금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환경은 사후 약방문처럼 그것을 잃고 나서야 그 중요성에 대해서 논의되고, 그것을 복원하려는 노력이 있어 왔던 것 같다. 언뜻 보면 습지의 보존, 도시 하천의 복원, 자연보존구역의 지정 등 다행스럽게도 그 수준이 점점 더 나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여전히 우리가 가야할 길은 멀고
서울시가 보존에 치우쳤던 도시재생을 개발과 정비에 초점을 둔 '2세대 도시재생'으로 전환하면서 그동안 도시재생의 한계와 문제점이 재조명되며 사업 효과를 높이기 위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도시재생은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지역자원 활용을 통해 경제·사회·물리·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1980-1990년을 전후해 본격화되기 시작한 신도시 공급과 재개발·재건축 위주의 토지 재편성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시작된 게 도시재생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된 도시재생사업은 현 정부에서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