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河口)는 생태계의 보고이고 화수분이다. 온갖 다양한 식생이 태어나 자라고 퍼져나간다. 하구는 바다와 육지를 잇는 요지로 대개 항만과 도시가 발달해 있다. 하구를 중심으로 뭍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바다에서 건져 올린 해산물이 만나 교환되고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진다.특히 하구는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육지에서 흘러온 민물과 바다의 짠물이 만나는 곳으로 염분의 농도도 0.5%-30%까지 폭이 넓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매우 다양하고 독특한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강물과 함께 내려온 모래와 진흙
청룡(靑龍)의 해가 솟아오른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다.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행동으로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내는 사이, 누군가는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잊혀간다.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에서 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던 대한민국해병대 제1사단 해룡(海龍)부대 청년해병이 급류에 휩쓸려 꽃다운 나이에 운명을 달리했다.이렇다 할 안전장비를 갖추지 못한 채 차디 찬 물 속으로 들어갔는데도 수색을 지시한 사단장을 비롯해 지휘관들은 반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채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그
공천은 말 그대로 정당에서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 정당이 공천제를 택하고 있다. 정당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정부의 수장(시도지사) 선거에 나갈 후보자를 골라, 내놓는 것이다. 후보자가 반드시 정당공천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무소속으로도 출마할 수 있도록 길도 있다.공천은 하향식 혹은 상향식 절차를 거친다. 하향식은 현재의 우리나라 정당이 운영하는 방식이다. 중앙당에서 공천기구를 만들어 후보자를 결정하게 된다. 상향식은 미국의 정당이 운영하는 제도이다. 당원들만 참여하는 전당대회(ca
집단행동은 대개 목적과 수단 방법이 일치할 때 이뤄진다.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똑같은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대개는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행동을 하지만 위기가 닥쳤을 때 자연발생적으로 우발적인 집단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집단행동은 양면성이 있다. 긍정적이고 좋은 취지에 그 과정도 합리적 이성적이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비난과 고립을 초래한다. 특히 사회적 강자나 기득권층의 집단행동은 자칫하면 횡포나 오만으로 비쳐지기 십상이다.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둘러싼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이 벌어
이승만 전 대통령과 '건국 1세대'의 희생과 투쟁을 담은 영화 '건국전쟁'이 누적 관객 수 70만 명을 돌파했다. 장르가 다큐멘터리인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흥행이다.지난 주말, 지인들의 추천에 이끌려 화제의 영화 '건국전쟁'을 관람했다. 유력 정치인들의 관람 후기와 여러 논쟁들을 좀 더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인물에 대한 평가나 이념 논쟁 등 소모적인 부분은 차치하고, 이 영화에서 가장 놀랐던 대목을 꼽자면 이승만 전 대통령이 건국과 동시에 1948년 즉각적으로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했다는 점이다.프랑스(1946년), 이탈
카리브해 쿠바의 역사는 매우 비극적이다. 수천년 전부터 원주민이 농사를 짓고 사냥을 하며 살아왔고, 1492년 콜럼버스가 이 섬을 발견한다. 이후 스페인의 식민지가 됐고, 원주민들은 혹독한 착취와 서양인이 갖고 들어온 질병에 의해 멸종됐다. 스페인은 금 채취와 사탕수수, 커피, 담배를 생산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수입하여 식민체제를 유지했다.쿠바는 1511년부터 1898년까지 약 400년간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았고 이 기간 동안 끊임없이 독립운동을 벌였다. 미국은 턱 밑에 있는 쿠바를 손에 넣으려 기회를 노렸고, 1898년
외국인들은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보기 드문 단일민족국가로 여긴다. 주변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언어와 민족, 문화를 가진 나라라는 것이다. 한 갈래의 민족이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단일민족국가는 대한민국 외에도 덴마크, 폴란드, 일본, 포르투갈, 아이슬란드, 아르메니아 등이 있다.우리는 여지껏 대한민국을 백의민족 단일민족의 나라라고 가르쳐왔다. 단군 이래 이 땅에서 오로지 한(韓) 민족만의 순수한 혈통을 지키며 살아온 것처럼 여겨온 것이다. 과연 그럴까? 사실 세계 어느 나라도 수백-수천년 순수하게 단일한 혈통을 유지해온 경우는 거의
최근 피싱 범죄가 부고장을 가장한 미끼 문자, 악성 앱을 통한 전화 가로채기 등 수법이 교묘해지는 등 신종 수법의 등장으로 피해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피싱이란 개인정보(Private data)와 낚는다(Fishing)의 합성어로 피해자를 기망 또는 협박해 개인정보나 금융거래 정보를 요구하거나 피해자의 금전을 이체하도록 하는 수법이다.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4472억원이다. 이렇듯 피싱 사기는 직업과 성별, 연령, 학력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당할 수 있다. 더욱이 서민들의 피땀 어린 재산을 가로채고 피해자에게
하루 종일 대화를 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온라인으로 먹거리와 생수, 화장지 따위를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집앞에 놓인다. 핸드폰으로 치킨이나 자장면, 피자, 떡볶이 등의 음식도 시켜먹을 수 있다. 음식점에 가서도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로 주문하면 로봇이 식탁까지 날라다 준다. 찌개는 무인점포에서 밀키트를 사다 끓여 먹으면 된다.무인화(無人化)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자동차, 조선, 건설업계에 단순노동은 많은 부분이 로봇으로 교체됐다. 인간이 꺼려하는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3D업은 물론 난이도가 제법 높은 일까지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앞두고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특히 설 차례상의 단골인 사과와 배, 감 등 과일이 '금값'이 되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모양새다.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122.71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8%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8%)의 3배에 가깝다.무엇보다 과일물가 상승률은 28.1%로 전체 평균의 10배가 넘었다. 사과가 56.8%, 배 41.2%, 귤 39.7% 등으로 치솟았다. 과일 가격 급등은 지난해 이상기후로 작황이 나빴던 탓이
인감증명은 일제 식민통치의 잔재다. 대한민국을 강점한 일제는 1914년 '인감증명규칙'을 도입했다. 모든 서류에 인장(도장)을 찍어 본인임을 증명하게 함으로써 일본인들의 경제활동을 보호하고 조선인을 통제하는 게 목적이었다. 조선인의 인감도장이 찍힌 서류와 행정을 통하여 조선을 일제의 강압체제에 묶어두려 한 것이다.일제는 '인판업취체규칙'이라는 것도 만들었다. 취체는 단속 또는 통제라는 뜻이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만 도장을 제작, 판매하는 인장업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는 도장이란 게 별로 쓰이지 않았다.
전기자동차의 역사는 꽤 길다. 1824년 헝가리의 아니오스 예들리크가 소형 전기차 모형을 내놓았고, 1881년 프랑스 발명가 귀스타브 트루베가 충전식 전기차를 개발했다. 1899년에는 벨기에 발명가가 시속 100km가 넘는 전기차를 내놓았다.그러나 초기 전기차는 충전시간이 느리고 배터리의 중량이 무거운 데다 주행거리도 짧았다. 1886년 카를 벤츠가 휘발유 자동차를 개발하고 1908년부터 포드에서 내연 자동차를 대량생산하면서 전기차는 자취를 감춘다. 원유가 많이 나와 기름 값이 싸지고 내연차의 가격도 크게 낮아졌던 것이다.전기차가
집은 가장 기본적인 삶의 공간이다.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적절한 주거지에 거주할 권리인 거주권은 인간에게 주어지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우리나라 주거기본법에서 정한 1인 가구 최소 주거면적은 14㎡로 4평 남짓한 크기다.우리나라는 지금 주거권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청년들이 늘고 있으며 유일하게 주거 빈곤율이 높아지고 있는 세대다.사회로 나가기 전에도 마찬가지다.대학가에서도 월세 부담에 대학생들의 등골이 휘고 있다.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서울 10개 대학가 월세(보증금 1000만원,
우리나라 시장의 역사는 매우 길다. 기록에 등장하는 최초의 시장은 신라 소지왕 12년(490년)에 개설된 '경시(京市)'이다. 그러나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재물을 교환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처음에는 물물교환 형태로 시장이 형성됐고, 곡물이나 비단, 베 같은 것을 매개로 거래가 이뤄졌으며, 나중에는 화폐까지 등장하기에 이른다.시장은 단순하게 상품을 사고 파는데 그치지 않았다. 이웃과 친지를 만나 정보와 소식을 주고받는 소통과 교류의 공간이었으며 곡예(서커스)와 씨름 등이 펼쳐지는 유희와 축제의 장이었다.전통시장이 사양길
농촌 인구가 줄어들면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빚어지는 곳이 학교 현장이다. 학령인구가 줄고 신입생이 감소하면서 학교가 존폐 위기에 몰리는 것이다. 학생수 감소→교육의 질 저하→도시 유출(전학)→학생수 감소의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입학철을 앞두고 지역 교육계의 시름이 깊다. 취학대상자가 계속 줄어 폐교 대상 학교와 소규모학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충청권 초등학교 취학대상자 수가 크게 줄었다. 1명도 없는 학교가 충남은 9곳, 충북도 6곳이나 됐고, 대전도 10명 미만인 학교가 8곳이라고 한다.학생 수가 너무 적어 교육의 질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기존 '청와대'는 대한민국의 상징이었다.광복 이후 이승만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청와대는 대통령이 공무를 수행하는 대통령궁(大統領宮)이자, 행정기구 대통령부(大統領府)로서 국가의 중심을 관통해 왔다.윤석열 대통령은 20대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전날인 2022년 5월 9일 청와대를 떠난 뒤, 이곳은 5월 10일 0시를 기해 미술관이자 박물관 같은 존재로 전 국민에게 개방됐다.이후 '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예멘의 후티 반군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예멘 서쪽 홍해에서 세계 각국의 선박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홍해는 수에즈운하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해상 길목이다. 후티 반군은 20여 차례 미국과 그리스 등의 배를 공격하고 나포했다. 미국이 항모를 배치하고 지상기지를 폭격했지만, 후티측은 보복을 천명하는 등 그만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후티 반군은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이고 정치세력이다. 1990년대부터 후세인 알후티를 중심으로 종교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온건하게
호두의 기원은 카스피해 연안으로 알려져 있다. 카스피해는 북쪽으로 러시아, 남쪽은 이란, 서쪽은 아제르바이잔 및 터키 등과 닿아 있다. 호두 원산지로 지목되는 이란과 페르시아 지방, 튀르키예 3곳 모두 카스피해에서 그리 멀지 않다.중국에는 한나라 때 여행가인 장건(?-B.C 114)이 서역에서 호두를 가져왔다는 얘기가 전한다. 호두의 한자는 '胡桃(호도)'로 오랑캐 복숭아라는 뜻이다. 오랑캐 땅인 서역에서 들어온 데다 호두의 모양이 복숭아 씨앗과 비슷한 데서 연유한 이름이다.우리나라는 신라의 민정문서에 호두나무가 뽕나무, 잣나무 등
"얼어 붙은 달 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한 겨울의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이라는 문장은 몇몇의 뇌리 속에선 노래로 자동 재생될 터.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던 동요 '등대지기'의 가사 일부이다.등대지기는 말 그대로 등대를 지키는 사람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등대는 고대부터 실재했다. 기원전 280년경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파로스 섬에 건설된 높이 135m의 등대가 원형이라는 설도 있다.우리나라에는 등대지기 공무원이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직원 157명이 등대에 상주하거나 주기적으로 방문해 등대를 돌본다. 지난해 말
감은 역사가 오랜 토착 과실 중의 하나이다. 국내에서는 6500만년 전부터 170만년 전까지의 신생대 제3기 지층에서 화석이 나왔다고 한다. 사과와 배, 참외 등과 함께 옛 기록에도 자주 등장한다. 조선시대 나 등에는 예물이나 선물, 제물로 쓰였다는 내용이 전한다. 지금은 바나나와 오렌지 등 온갖 과일이 넘쳐나지만, 과거에는 이 땅에서 생산되는 종류가 그리 많지 않았다. 감이 제물이나 먹거리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게 쓰였던 것이다.감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에도 많이 남아있다. '호랑이와 곶감'이라는 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