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어렵다. 정당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각종 정쟁은 민생과의 체감도를 높이지 못하고, 상대 정당을 향한 맹목적 비난과 혐오는 서민들의 정치 외면과 피로감을 쌓이게 한다. '민생을 챙기겠다' '국민이 최우선이다' 민심을 달래는 구호도 잠시, 결국 상대를 깎아내려 내 표를 얻으려는 구태 정치로 회귀한다. 이는 사회적 갈등은 물론, 유권자들의 정치 무관심을 키울 뿐이다.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선 증오 정치의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정치는 지겹다. 여야 모두 총선을 앞두고 '혁신'과 '개혁'을 논하지만 결국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선수 선발
제3지대 4개 정치세력이 설 연휴 첫날인 지난 9일 '개혁신당' 당명으로 전격 합당했다. 노선 차이로 인한 세력 간 신경전을 극복하고 극적으로 통합에 성공했다.거대양당이 불러일으킨 정치 혐오감과 국민들의 피로가 극에 달한 상태에서 총선 시간표에 맞춰 출범했지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이란 기대감을 충족할지는 미지수다.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갈라져 나온 탓에 외교안보·경제·부동산·노동·젠더·환경·이념 등 핵심 이슈만 해도 도통 교집합을 찾기가 쉽지 않다.특히 지역 기반이 불분명한 것이 한계로 작용한다. 개혁신당은 수도권과 영·호
'쓸데없는 일을 잔뜩 하는 게 중요하다.' 2019년 노벨화학상을 거머쥔 요시노 아키라 박사의 비법은 사실상 호기심이었다. 그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쓸데없는 일을 잔뜩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장 그럴듯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예산을 깎아버리는 풍토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짚어낸 호기심과 자유로운 예산, 모두 자율성에 근거한다.자유로운 발상은 과학의 출발점이다.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마이클 코스털리츠 교수는 2016년 한국을 방문해 "자유롭게 연구하라. 그게 출발점"이라고 조언했다. 당연한 이야
"이미 물에 잠긴 차도에는 버스와 많은 차량이 밀려 들어갔고, 불과 몇 분 사이에 사람도 차량도 모두 물에 둥둥 떠다니며 고통의 시간을 지냈습니다"2023년 7월 15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일어난 '오송 지하차도 참사' 사건의 생존자가 한 말이다. 단 몇 마디만 들었을 뿐인데 그 상황이 얼마나 무서웠을지 감이 안 잡힌다. 현장 대응 문제점과 부실한 재난대응시스템을 지적받은 이 사건은 14명 사망자, 16명 부상자가 발생한 비극의 결과를 초래했다.하지만 비극은 여전히 현재 진행중이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한 진상
우연한 일상 속 장면이 사회의 단면을 아주 정확하게 설명해줄 때가 있다.지난해 연말이었다. 천안 두정동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눈이 많이 내리는 탓에 택시가 잡기가 어려웠다. 마침 승객들이 내리는 택시를 발견했다. 놓칠 새라 달려가자 한 승객이 "타세요"라며 미소와 함께 택시 문을 잡아주었다. 중앙아시아에서 온 청년처럼 보였다. 그 청년의 자연스러운 우리말 발음과 여유는 내가 다문화 도시에 살고 있음과 이들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임을 단번에 느끼게 했다.천안과 아산은 외국인 밀집도가 높다. 지난해 12월 기준 아산시의 외국인(동포
제2의 조수미를 꿈꾼 적이 있다.잘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어릴 때의 일이지만, 무대를 보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정신이 혼미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노래를 부르고 환호를 듣고 싶었다.어른들은 예술을 하면 배고프다며 꿈을 반대했다. 점점 위축된 아이는 제2의 조수미는커녕 예술인이라는 꿈을 접었다.물론 여러 여건이 맞지 않아 꿈을 포기한 거였지만, 어른들에게 들은 그 말은 아직도 마음 한 켠에 응어리져 있다.그럼에도 무대를 보는 게 좋아서 꾸준히 뮤지컬을 즐겼다. 그게 시작이었나, 전체적인 문화예술을 즐기기 시작했다. 좋아
대학교 캠퍼스에는 낭만과 청춘만 있지 않다.넓은 운동장에서 학생들을 일렬로 세워 얼차려를 시키고, 옷차림과 머리 모양을 단속하는 모습. 군대에서 볼 법한 이런 장면들은 대학 내에서도 일명 '군기 문화'로 자리 잡아 왔다.이후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면서 구시대적·후진적 문화가 사라지는가 싶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군기 문화는 독버섯처럼 유지되고 있었다. 선·후배 간의 엄격한 위계질서를 이유로 괴롭힘의 수위는 더욱 가혹해졌다.충청권도 예외는 아니었다.충남 천안 소재의 한 대학교에서 최근 일단의 선배들이 후배들을 상습 폭행한 사실이
"꿈이 좌절됐습니다"음악인들에게는 더 넓은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이, 운동선수들에게는 큰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각각의 꿈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꿈은 자신의 기량 부족으로 실력 발휘를 할 수 없거나 또는, 타인에 의해 좌절되기도 한다.대전지역의 실업팀(직장운동경기부)은 8개 기관과 단체의 20개 종목, 28개 팀이 있다. 이 중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것은 유성구 여자레슬링팀이 유일하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수한 성적을 가진 운동선수들이 고향에 남고 싶어도 머무를 수 있는 팀이 없어 외부로 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지
최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경북 김천의료원에서 지역 의료 기관장들과 만나 "올해 약 1000억 원 규모의 공공병원 경영혁신 지원 사업이 지방의료원 회복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복지부는 올해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 41곳의 경영혁신을 위한 한시 지원 예산 약 100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도에 따르면 공공병원 경영혁신 지원 사업을 통해 충남 지역에 있는 천안·홍성·서산·공주 등 4개 의료원은 평균 25억 원, 약 100억 원의 예산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4개 의료원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303억 원
'티스푼 공사'라는 말이 있다.공사가 마치 찻숟가락으로 땅을 파는 것처럼 하염없이 느리다는 의미의 신조어다.본래 사업 지연이 허다한 철도 건설에만 국한됐지만, 최근엔 도로와 건물 등 각종 공사에서도 사용된다.비슷한 말로는 '모종삽 공사', '이쑤시개 공사'도 있으며, 말로만 공사한다는 이른바 '입방정 공사'라는 용어도 종종 언급된다.이같은 티스푼 공사는 전국 어느 곳에서나 발생하고 있지만, 느긋한 충청도식 정서와 맞닿아서 그런지 대전시는 유독 티스푼 공사와 깊은 연관을 지닌다.대표적으로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있다.대전 도시철
최근 새 집을 알아보고 있다. 약 5년간 머물던 대전 서구 소재 모 오피스텔과의 전세계약 기간이 만료되면서다.그러나 새 보금자리를 물색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관련 앱을 통해 발품을 팔아 봤지만 현재 보유한 자금으로는 마땅한 전셋집을 찾기 어려웠다.솔직히 말하자면 썩 괜찮은 매물도 여럿 있었지만 이를 애써 외면했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이다.전세사기를 둘러싼 불안감이 여전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다가구주택' '오피스텔'에 거부감을 느낀 탓이다.대전에서 전세사기가 집중 조명을 받게 된 것은 지난 2022년. 2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
올해 들어 가장 처음으로 반가웠던 소식은 바로 대전 기업의 코스닥 상장 소식이었다. 올 첫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 코스닥 상장사의 주인공을 대전 유성구 소재 한빛레이저가 차지한 것이다.지역 기업의 상장 소식이 반가운 이유는 대전의 취약한 산업 기반에 대한 아쉬움의 내내 남았기 때문이다. 대전은 대기업·중견기업은 부족한 반면 5인 미만 영세 서비스 사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대전의 코스피 상장사는 단 8곳, 코스닥 상장사도 42곳 뿐이다. 반면 충남과 충북의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각각 103곳, 86곳이다
한국 사회가 혐오로 물들고 있다. 세대간 혐오, 성별간 혐오, 지역간 혐오 그리고 진영간 혐오까지 각종 대립은 갈등을 넘어 폭력으로 분출돼 위협이 커지고 있다.새해 벽두 제1야당 대표 피습 사건이 대표적이다. 증오로 촉발된 사고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 문화를 고스란히 드러내 보였다. 또 상대를 향한 음모론과 억측이 확대 재생산돼 새로운 갈등을 부추겼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피의자는 경찰에 "이 대표를 죽이려 했다"고 진술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혐오의 정치가 낳은 비극이라고 진단했다. 극단적 대립과 증오를 일삼는
교육부는 내년 등록금 인상 법정한도를 올해 대비 1.79% 포인트 오른 5.64%로 결정했다. 5%대 인상률은 2012학년도(5.0%) 이후 13년 만이다.하지만 올해도 등록금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 정책상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만 국가 장학금이 지원되기 때문이다. 등록금 인상시 대학을 지원하는 각종 재정지원사업도 받기 쉽지 않다.이를 두고 사실상 정부가 대학의 등록금 책정 권한을 위법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잖다.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등록금 인상률 제한 규정('고등교육법' 제11
2023년 대전은 '다사다난'으로 표현하고 싶다.특히 교육 이슈가 '핫'했다.정순신 사태로 불거진 학교폭력 문제, 음주운전으로 인한 스쿨존 참변, 교권추락 속 대전 교사 사망, 대덕구 학교 내 흉기난동. 수많은 사건사고의 중심에 서 있는 대전교육이었다. 위태롭기만 한 대전교육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방증이기도 했다.교육 현장을 취재하는 입장이라 그 체감이 더 컸을지는 모르지만, 지난해 매일같이 쏟아졌던 기사만 봐도 우여곡절이 많았음은 분명하다. 시교육청, 교원단체, 교사, 학부모, 학생 등 취재 현장에서 만난 교육 주체 모두 다사다난한
내년 총선을 앞두고 크고 작은 정치적 사안이 정국을 휩쓸고 있다. 최근 이틀사이에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했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탈당 후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하루 차이로 '거물' 정치인 2명이 각자 인생의 전환점이 될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젊은 두 정치인의 행보가 뉴스를 만들었고, 뉴스 메이커가 됐다.그런데 정치 뉴스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로 눈을 돌리면 기시감, 즉 너무 낮설고 현실과 동 떨어진 느낌이 든다. 정치는 국민들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지만 실체가 보이지 않아 잊히
"충북은 바다는 없지만, 꿈의 바다가 있습니다"충북은 바다가 없는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김영환 충북지사는 산과 호수가 즐비한 충북을 관광과 힐링의 천국, 즉 '충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를 구축하겠다는 민선 8기 공약을 내놨다.충북지사로 발령받은지 한달 째. 이 같은 이유로 당시 '중부내륙연계발전 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중부내륙특별법)은 충북 지역 최대 이슈였다.중부내륙특별법은 말 그대로 중부내륙의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법으로서 충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로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이었다.따라서 법안이 제정되면 국가 균형발전의
지난 11월, A씨가 사는 오피스텔에 단전 예고장이 붙었다. 수도도 끊긴다고 했다. A씨 집 문 앞에는 '보증금 미반환 전세사기 정보 공유'라고 쓰여진 A4용지 한 장이 꽂혀있었다. 종이에는 오픈채팅방 QR코드가 새겨져 있었다. 간담이 서늘했다. 채팅방에 들어가니 이미 세입자 십수명이 오피스텔 임대관리업체에게 수천만원 씩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었다.A씨는 무료법률상담 변호사를 찾아갔다. "보증금 3000만원 없으면 죽어요?" 변호사의 첫 마디였다. 이런 종류의 사건을 많이 맡아 왔으며 조직적·계획적인 범죄
언덕 위 하얀 집. 정신병원을 지칭하는 말이다.대개 병원은 접근성을 위해 인구 밀집도가 높은 곳에 있지만, 유독 정신병원은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외곽에 자리 잡아 생긴 말이다. 정신질환은 감기처럼 누구나 언제든지 걸릴 수 있는 질환이지만, 자·타인을 해칠 수도 있는 병이다. 그래서인지 정신질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자신의 병을 숨기고, 아픈 걸 버틴다.최근 정신질환자들의 이상 동기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시민들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범죄에 불안해하고,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지는 모습이다.바로 이게
최근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혹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의사 수를 늘려 지역의 필수의료 개선에 힘 쓰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의사협회가 반발에 나서며, 차디찬 신경전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의사협회는 필수 의료 붕괴의 근본적 원인이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의료 수가 등에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그럼에도 정부가 물러설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자, 의사 측에선 '총파업' 카드까지 내걸었다.이견을 좁히기 위해 이달 6일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재논의를 시도했지만 소용없었다.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대, 지역별 인력 편차를 근거로 의대 증원을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