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에 '경신 대기근'이라는 참혹한 기록이 있다. 조선 현종 때인 경술년(1670년)과 신해년(1671년) 2년 동안 재해와 재난, 전염병 등이 잇따라 일어나 100여만 명이 죽은 사건이다. 냉해와 가뭄, 홍수, 태풍, 우박, 병충해, 흉작 등이 쉼 없이 이어졌다. 병사자와 아사자가 속출했으며 사람을 잡아먹는 끔찍한 일까지 벌어졌다.경신 대기근에 일조한 것이 구제역이다. 신해년 7월부터 11월까지 황해도 일원에서 소가 2만여 마리 죽었고, 수도권에서도 폐사가 일어났다. 소의 죽음은 노동력 상실을 의미한다. 소를 이용하여 논밭을
한배에서 나왔어도 똑같은 자식은 없다. 외모는 비슷해도 성정은 제각각. 삶의 향배도 동일치 않다. 다르기는 한배를 탄 이들도 마찬가지. 흔히 어떤 조직이나 단체의 공동체성을 강조할 때 "한배를 탔다"라고 한다. 밖에서는 한배를 탄 사람들로 보일지라도 내부는 그렇지 않다. 배 안에 객실은 물론 수영장부터 극장, 레스토랑, 헬스클럽 등 각종 고급 편의시설을 갖춘 크루즈선. 바다에 떠 다니는 일류호텔인 크루즈선에는 최대 수천 명이 탑승한다. 크루즈선의 정취를 만끽하는 승객들이 있는가 하면 그들의 시중을 드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이들
금융시장에서 '필요악' 같은 것이 파생상품이다. 1970년대 이후 금융시장이 세계화, 자유화, 개방화되면서 주식과 금리, 환율의 변동 폭이 커졌다. 이런 환경 속에서 선물과 옵션, 스왑, 선도거래 등 다양한 파생상품이 등장했다.파생상품은 주식이나 채권, 외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그 가치의 변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본래 미래의 가격변동에 대비한 헤지(위험 회피)가 목적이지만 레버리지(차입)를 이용한 투기가 더 기승을 부린다.최근 주가 폭락 사태를 불러온 CFD(contract for difference 차액결제거래)
운동을 해야지 결심만 하다 지난달부터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당진시에서 가장 높다는 아미산을 이틀에 한번 선배와 함께 오른다. 정기적으로 운동을 한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기에 349m의 정상은 쉽지않다. 그래도 한 번, 두 번 오를 때 마다 숨이 차는 것이 덜하고 이제는 한 번도 쉬지 않고 정상까지 오른다.힘들 땐 그냥 지나쳤지만 조금의 여유가 생기니 주위 풍경도 눈에 들어온다. 특히, 가파른 오르막을 쉽게 오르기 위해 한 층 한 층 쌓아놓은 돌계단을 세는 재미도 쏠쏠하다. 산에 오르지 않았다면 돌계단이 놓여 있든 말든, 나와는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 종식이 선언되었으나 소비는 여전히 부진하여 자영업자들이 어렵고 코로나 시기에 팽창했던 벤처 부문에 돈줄이 마르면서 이 부분에서 희망을 찾았던 청년들이 적지 않게 일자리를 상실했다.최근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30대 이하 청년층이 1년간 6만 5000명이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상기였기 때문에 이들 대부분이 고금리 대출을 갚기 위한 '빚 돌려막기'로 풀이된다. 실제로 고금리 대출의 부담은 청년층에게 집중됐다. 이처럼 청년들은 빛을 갚기 위해 하루하루 고통된 삶을
광역철도는 시·도를 연결하는 교통수단을 말한다. 광역지자체의 여러 도시를 도시철도나 철도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인구가 도시로 몰리고 도시 사이에 출퇴근과 물류가 크게 늘어나자 교통량을 대량으로 처리하기 위해 광역철도가 등장한 것이다.충청권도 광역철도가 시급하다. 특히 대전 세종 청주 3개 도시는 거리도 가까운 데다 옛날보다 경제와 주거, 문화가 한층 밀접해졌다. 3개 도시를 넘나드는 도로는 출퇴근 때마다 2-3시간씩 극심한 정체현상이 빚어지고 있다.현재 이들 도시를 잇는 2개의 광역철도가 추진되고 있다. 하나는 계룡-대전-신탄진-조
결혼도 안한 후배가 꽃봉이(강아지 별칭)를 애지중지 키웠다. 꽃봉이를 월 30만원을 주고 유치원에 맡기고 출근하고, 퇴근하면서 데리고 가서 저녁먹이고 산책시키고…. 결혼해서 애 낳아서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나이에 꽃봉이를 애 키우듯이 했다. 강아지를 키우지 않기에 그때나 지금이나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강아지를 애 키우듯이 하는 것이 이제는 현실이 돼 가고 있다.댕댕 스파, 양양 간식…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할 만큼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는 고령화와 1인 가구의 증
토마토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7세기 이전으로 추정된다. 처음에는 남쪽 오랑캐의 감이라는 뜻으로 '남만시(南蠻枾)'라고 불렀다. 1633년 이수광이 지은 '지봉유설'에 "남만시는 풀에서 열리는 감으로 그 맛이 감과 비슷하다. 본디 남만에서 왔고 근래 사신 하나가 중국에서 씨앗을 얻어왔다."라고 적었다. 남만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시(枾)는 감을 가리킨다.토마토의 원산지는 페루와 에콰도르이다. 안데스산맥 해발 2000~3000m의 고랭지 옥수수 밭에서 자라는 잡초였다. 지금도 이곳에는 완두콩 크기의 야생종이 흔하다고 한다.이러한
한때는 교육의 전당이며 지역공동체의 구심점, 경제활동의 근거였던 학교가 인구 감소로 학생수가 감소하며 점차 폐교의 형태로 변하고 있는 것은 농촌뿐만 아니라 도심에서도 야기돼 2022년 3월1일 기준 전국의 폐교 현황은 3896교로 매각 2558교, 자체활용 389교라는 통계다.장기간 개발 방향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며 지역의 속앍이로 있던 폐교가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지역의 새 명소로 태어날 조짐이다.청양군 김돈곤 군수가 지난 4월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내 중·고등학교 및 초등학교 등 폐교된 6개교의 활용방안을 제시했다.지난 14년간
1969년 준공된 충주 중앙어울림시장이 최근 건물 안전문제로 시끄럽다. 충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정기안전점검에서 문제점을 발견, 지난 4월부터 정밀안전진단을 벌인 결과 건물 폐쇄에 해당하는 E등급 판정을 받았다. 건물 기둥 2곳에서 균열이 발견됐고, 노후화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에 시는 상인회에 이 같은 사실을 긴급하게 통보하고 폐쇄를 결정했다. 시민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에 폐쇄를 결정하게 됐다고 시는 설명했다. 하지만 80여 명의 상인들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이들은 사용금지가 내려진 후부터 상가
태안 안면도는 이야기가 많은 섬이다. 아름다운 백사장과 항구가 즐비하고 하늘을 향해 쭉쭉 솟아오른 소나무 숲도 일품이다. 나지막한 구릉 여기저기에 펼쳐진 논과 밭, 농가도 볼만하고 근래에 들어선 카페와 펜션도 자태를 뽐낸다.현재는 안면도가 '섬'이지만 본래는 육지였다. 이곳이 섬이 된 것은 굴포운하 때문이다. 고려시대 개경으로 가는 곡식 운반선이 거센 물살과 암초 때문에 태안반도 서쪽 안흥항에서 자주 침몰했는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안면도 옆 천수만과 북쪽의 가로림만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운하를 추진한다. 12~17세기 500여년에
민법에서 입양과 파양은 요건이 매우 까다롭다.입양은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있어야 하며, 양친(양부모)은 성년이어야 하고, 양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은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 함께 입양해야 한다.양친과 양자의 관계가 소멸되는 파양은 더욱 엄격하다. 협의를 통한 파양의 경우 양부모와 양자가 꼭 협의해야 하며, 재판을 통한 파양도 양부모의 양자 학대 또는 유기, 양자의 양부모에 대한 심히 부당한 대우 등으로 그 사유를 못박아 놓고 있다,가족관계에서 입양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비록 피를
올 2월 베트남 다낭에 다녀왔다. 코로나19 이후 하늘길이 열리면서 가는 첫 해외여행으로 베트남은 처음이어서 기대도 컸다.그러나 최근 동남아 여행이 그렇듯 예전처럼 물가가 싸지도 않고 관광지가 도시화 돼 가고 있었기 때문에 큰 감흥을 느끼진 못했다.여행을 다녀온지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다낭이란 도시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다. 영흥사란 곳으로 세계 6대 해변인 미케비치 해변 전경을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해변보다 더 기억이 나는 것은 레이디 붓다라고 불리는 '해수관음상'이다.30층 건물 높이에 해당하는 67m 관
미국 달러가 세계의 기축통화가 된 배경에는 두 가지 상징적인 '만남'이 있다.첫째는 1945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이븐 사우드 사우디 국왕과의 만남이다. 루스벨트는 얄타에서 스탈린, 처칠과 2차대전 종전 이후 독일에 대한 처리 등 국제문제를 논의한 뒤 스에즈 운하로 날아가 사우드와 회담을 갖는다. 여기서 미국은 사우디에게 군사적 지원과 안보를 약속하고, 사우디는 미국에게 원하는 만큼 석유를 공급하기로 한다.두번째는 1975년 헨리 키신저 미국 국무장관과 파이잘 사우디 국왕과의 만남이다. 미국은 1971년 닉슨 대통령이
우리 청소년들이 마약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경찰청이 지난해 검거한 마약사범 1만2387명 중 10대는 294명(2.4%)으로 집계됐다. 2018년에 검거된 마약사범 8107명 중 10대가 104명(1.3%)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이는 청소년들이 손쉽게 마약을 구매할 수 있고 마약 거래와 유통 장벽이 무너졌기 때문이다.같은 반 중학생 3명이 필로폰을 나눠 투약하다 체포되는 일들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호기심에 텔레그램을 통해 판매책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아 놓은 용돈을 코인 계
트램(tram)의 우리말은 노면전차이다. 철로 위를 달리는 전차라는 뜻이다.우리나라에서는 일제말에 처음 도입됐다. 1899년 서대문에서 청량리에 이르는 8km 구간에 처음 운행됐고, 평양과 부산에도 도입됐다. 트램은 자동차가 많아지면서 버스에게 자리를 내주고 1968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전차를 가장 먼저 운행한 나라는 독일과 미국이다. 독일의 지멘스가 1879년 베를린박람회에서 여객용 전차를 선뵀고, 3년 뒤 베를린 교외에 설치, 운행됐다. 미국은 1887년 현재와 같은 노면전차를 실용화했고, 이 방식이 유럽까지 널리 퍼졌다
꿀벌의 실종은 인류에게도 큰 위협(威脅)이 된다. 꿀벌은 인간이 재배하는 작물 1500종 중 30%의 수분을 책임지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꿀벌은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 작물 중 71종의 수분 작용을 돕는다. 실제로 올해 꿀벌 집단 실종으로 인해 국내 농가는 참외, 딸기, 호박, 오이, 수박 등의 작물 수확에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고 말한 끔찍한 경고가 실재하는 위협이 된 것이다.한국에서 전국적으로 꿀벌이 사
환대. 손님들 정성껏 대접한다는 뜻이다. 지난 13일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에서 이스라엘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전도돼 60대 여성 1명이 숨지고 7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 버스에 이스라엘 관광객 33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경주에서 출발해 안동을 거쳐 충주를 거쳐 출국할 예정이었다. 이들은 1990년대 초 구소련의 붕괴로 촉발된 유대인의 대규모 이주 때 이스라엘에 정착한 사람들로 알려졌다. 다행해 사고 직후 충주시를 관련기관들의 신속한 대처로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시는 당일 부시장을 주재로 사고통합지원본부를 인명피해 상황
2014년 국내 개봉된 '스틸 라이프(Still Life)'라는 영화가 있다. 우베르토 파솔리니가 감독을 맡고 에디 마산이 출연한 영국영화다. 베니스영화제에서 작품상 등 4개 부문의 상을 받은, 꽤 괜찮은 영화다.줄거리는 단순하다. 주인공 존 메이(에디 마산 분)는 런던의 한 구청 소속 공무원이다. 그의 업무는 고독사한 사람들의 장례를 치르는 일이다. 존은 자신이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뒤 마지막 업무로 알콜중독자의 장례를 치르게 된다. 그가 사망자의 지인들은 찾아갔지만 모두 장례식 참석을 거절한다. 사망자의 딸도 거절한다.대전에 고
세월이 유수와 같다. 충남 천안도 흐르는 물이 여러 갈래다. 동남구 안서동 해발 고도 300m 구릉성 산지의 문암저수지 위에서 발원해 삽교천으로 유입되는 천안천도 그 가운데 하나. 문암저수지를 나온 천안천 물은 천호지에서 한번 호흡을 가다듬는다. 천호지가 소재한 안서동에는 다섯 개 대학이 있다. 가장 먼저는 단국대학교가 안서동에 대학 깃발을 꽂았다. 단국대는 1977년 6월 안서동 36번지 일대 6만여 평을 매입했다. 같은 해 8월 천안캠퍼스 조성공사를 시작했다. 5개 학과 신설을 받아 1978년 3월 개강했다. 서울 소재 대학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