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정보 게시판을 바라보는 유태상 씨, 학교를 졸업해야 하지만 취직을 못해 졸업유예를 신청한 학생들이 늘고있다.
취업정보 게시판을 바라보는 유태상 씨, 학교를 졸업해야 하지만 취직을 못해 졸업유예를 신청한 학생들이 늘고있다.
아침 6시, 졸업유예생 유태상(26) 씨는 절로 눈이 떠진다. 부모님이 출근하시기 전에 먼저 집밖에 나가야 되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집에만 있는다고 눈치를 주시는 건 아니지만 자격지심이죠." 이번 2014년도에 대학 과정을 마치고 졸업할 예정 이였지만 취직을 못한 유태상 씨는 어쩔 수 없이 졸업유예를 신청한 상태이다. 최근 기업들이 졸업생들 보다는 졸업예정자들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대충 집에서 식사하고 집 밖으로 나선 그는 서둘러 아르바이트 장소로 갔다.

8시, 유태상 씨는 안 해 본 알바가 없다. 야구장 방송스텝, 마트 개점 준비, DIY가구 보조, 학교 책걸상납품 등 듣기에도 생소한 아르바이트를 유태상 씨는 일당 45000~60000원을 받고 하고 있다. 혹시라도 이력서를 넣은 곳에서 연락이 올까봐 장기 알바도 고사하고 있다. "집에 손 벌리기 미안해서 항상 단기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유태상 씨는 운 좋게 일일 전단지 알바를 구해 오전에 모든 일을 끝 마쳤다. 일을 마치고 그의 손에 들어온 돈은 3만원 이였다.

12시 도시락 가게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은 그는 서둘러 학교로 향했다. 수업은 없지만 학교에선 취준생들을 위해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미국 인턴 취업 설명회`를 들은 그는 한 숨이 절로 나왔다. "이제 돈이 없으면 취업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격증부터 시작해서 영어, 대외활동, 심지어는 봉사활동도 돈이 필요해요. 결국 `미국 인턴 취업 설명회`도 어느 정도 돈이 있어야 가능할 거 같아요." 그의 집안 형편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얼마 전 아버지도 직장을 그만두시고 무슨 이유인지 월세 살고 있던 집도 주인이 계약연장을 피하고 있어 집을 따로 구해야 한다.

대부분 취준생들의 부모님들은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으로 자립을 해야 되는 취준생들은 취업에 더욱 조급해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16시 그에게 전화 한 통이 왔다. "네 여기는 OO네트워크인데요. 취업사이트에 이력서 올린 거 보고 연락 드렸습니다~ "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렸지만 대부분 다단계회사로 의심되는 곳에서 전화가 많이 온다. "얼마 전 구직사이트에서 제 이력서를 보고 서울에 있는 회사에서 연락이 온 거 에요. 그래서 서울로 갔는데 알고 보니 다단계 회사였죠. 처음 설명을 들을 때는 평범한 회사인줄만 알았는데 신상정보를 다 캐내더니 주민등록증까지 압수하려고 하길래 그때 `아차` 싶어서 도망치듯 빠져 나왔죠."

이처럼 취준생들을 상대로 `취업`이라는 미끼를 이용한 다단계 회사도 늘어나고 있다. 각종 취업 프로그램으로 위장해 취준생들의 관심을 끈 다음 다단계의 늪에 빠트리는 것이다. 다단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학생들은 취업도 못하고 돈까지 잃게 돼 문제가 심각하다.

20시, 그는 요즘 토익공부를 위해 영어 학원에 다니고 있다. 자격증도 4개 있지만 남들에 비하면 부족하다고 생각해 컴퓨터 자격증을 따려고 알아보는 중이다. "이번에 졸업을 앞두고 이력서를 30개 이상 넣었지만 불러 주는 곳이 별로 없었어요. 면접을 봐도 자기소개보단 영어성적이나 자격증이 있냐고 먼저 질문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한 마디라도 더 하려면 자격증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지금은 자격증 따기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전공이었던 무역학은 취업에 도움이 별로 되지 않지만 4년 동안 공부한 것이 아까워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고 한다. "기계쪽은 아무래도 취업이 잘 되니까 차라리 지금부터라도 기술을 배울까 생각했죠. 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게 있으니 부딪혀 봐야죠." 유태상 씨는 지금은 불안하고 갑갑하지만 언젠가는 취직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집에만 있는 거 보단 밖에 나가서 하루하루 노력하면 언젠가는 절 필요로 하는 곳이 있지 않겠어요?" 오늘도 유태상 씨는 입사지원서를 적었다.

남동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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