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어떤 정당도 과반을 얻지 못했다. 하원 350석 중 극좌성향과 친기업 성향 정당이 각각 69석과 40석을 차지하면서 기존 거대양당인 국민당과 사회당 모두 과반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내각책임제인 스페인에선 총선 후 내각을 구성하지 못하면 재선거를 치르도록 규정돼 있는데, 단 한 번도 연정(연립정부)을 구성한 적이 없었던 스페인은 총선이후 4개월여 동안 다양한 연정 논의를 진행했으나 결국 무산되면서 오는 8월 재선거를 치르게 됐다.

연정은 둘 이상의 정당이나 단체의 연합에 의해 세워진 정부를 말한다. 정당정치에서 한 정당이 정권을 담당하는 것이 원칙이나, 한 정당의 힘만으로 정권을 담당하기 어려울 때 정치적 성격이 유사한 정당간 제휴에 의해 정권을 구성하는 게 일반적이다.

4.13 총선을 통해 헌정사에 유래 없는 3당 체제의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지면서 `연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남경필 경기지사의 연정실험이 주목된다. 새누리당 소속인 남 지사는 야당에 사회통합부지사를 맡기고, 일부 예산권 및 업무까지 내주었다. 여러 우여곡절과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연정 20개 합의 내용을 꾸준히 실천하며 `통합의 정치`에 다가서고 있다. 국민의당에서도 연정논의가 제기됐다. 현재 소강국면에 접어든 모양새이나, 안철수 상임대표의 최측근이 발원지였다는 점에서 불씨는 여전하다. `연정` 논의가 점차 현 정부로까지 확산될 조짐이 일자 박근혜 대통령은 "연정은 없다"며 분명히 선을 그은 상태다.

물론 단일정당에 의해 구성되는 정부와 달리, 성격을 달리하는 정당과의 연정은 정책방향이 분명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점이 없지않다. 뚜렷한 정책방향 없이 연정을 하는 것은 정권욕의 발로로 비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의회와 집행부간 힘의 엇박자로 인해 대부분의 정책추진들이 지지부진하고, 그에 따른 폐해에 대해서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면 대승적 차원에서 함께 일하고, 공동책임지는 방안도 한 번쯤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국민과 유권자를 가장 우선시하는 게 정치라면, 어떤 형태로든 국민들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게 위정자의 도리다.

송충원 서울지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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